천사는 침묵했다 외 2권
천사는 침묵했다 외 2권
  • 배상훈 기자
  • 승인 2019.07.08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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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는 침묵했다
하인리히 뵐 지음, 임홍배 옮김 / 창비 / 1만4,000원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하인리히 뵐의 ‘천사는 침묵했다’가 창비세계문학 69번으로 발간됐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작품과 사회활동을 통해 독일사회의 모순과 불의를 비판하며 독일의 양심으로 불렸다.

1949년 이전에 집필됐지만 세계대전에 대한 묘사를 극도로 꺼리던 당시 독일사회의 분위기 때문에 작가 사후인 1992년에야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독문학자이자 소설가인 W. G. 제발트가 전후 독일문학 작품 가운데 당시 폐허에 직면한 사람들을 사로잡았던 경악의 깊이를 제대로 표현한 유일한 작품이라 평하기도 했다.

독일군 탈영병 한스 슈니츨러와 군법무관 서기 빌리 곰페르츠가 목숨을 맞바꾸는 사건을 발단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전후의 폐허와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세계대전 중 ‘신은 과연 어디에 있었는가’라는 통렬한 질문을 던진다.

임홍배 서울대학교 독문학과 교수가 번역을 맡아 하인리히 뵐 문장의 결을 세심하게 살렸다. 특히 면밀한 해설을 통해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을 한층 넓혔다.

모르타라 납치사건
데이비드 I. 커처 지음, 허형은 옮김 / 문학동네 / 1만8,500원

신간 ‘모르타라 납치사건’은 교황청에 아들을 빼앗긴 유대인 가족의 운명이 이탈리아 통일운동에 미친 영향을 그린 논픽션이다.

자유주의와 계몽주의를 내세운 혁명가들이 입헌통치에 기반을 둔 새로운 정치 질서를 추구하던 19세기 중반, 로마에 다음가는 구세계의 중심부 볼로냐에서 벌어진 유대인 소년 납치사건은 이탈리아를 넘어 전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사건은 교황권 종식과 근대국가 건설의 기폭제가 됐다.

근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교황으로 꼽히는 피우스 9세, 통일을 꿈꾸던 카보우르와 마치니, 이탈리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3세 등 역사적 주요 인물의 입장을 무엇보다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임에도 그 의의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

이에 이탈리아 정치, 사회, 역사분야 권위자 데이비드 I. 커처는 사건을 복원하기로 결심했다.

신간 모르타라 납치사건은 풍부한 사료를 완벽히 장악한 치밀함과 픽션에 비견되는 흥미진진한 전개로 1997년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전미 유대인 도서상을 수상했다. 퍼블리셔스 위클리에선 그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됐다.

상냥한 사람
윤성희 지음 / 창비 / 1만5,000원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잘 되지 않았습니다. 미안합니다.”

소설가 윤성희의 신작 ‘상냥한 사람’이 출간됐다. 인기 드라마 아역배우였던 형민의 삶에서 시작해 그를 인터뷰하는 사회자, 형민의 가족 등 여러 삶을 차례로 조명하는 소설로 그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형민의 삶은 어쩌면 눈물나게 하는 사연을 가진 대단히 불행한 사람의 이야기일 수도, 주변에 한두명씩 꼭 있는 잘 안 풀린 사람의 이야기이거나 우유부단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어떤 사람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다만 이런 감상이 있기 전에 작가가 촘촘히 엮어내 살아 움직이는 듯한 형민의 삶이 우리 앞에 놓인다. 소설을 빼곡히 채운 수많은 인물의 궤적도 마찬가지로 우리 앞에 놓인다.

작가의 말에서 윤성희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어느 정도의 슬픔을 견딜 수 있는지 이 소설을 쓰는 동안 거듭 물었다”고 말한다. 한 사람을 바로 대면하고 그의 삶을 온전히 들여다보는 일에 용기가 필요하다면 저 질문은 작가가 독자들에게 묻는 질문이 되기도 할 것이다.

신작 상냥한 사람을 펼치고 형민의 삶을 들여다볼 용기, 그렇게 함으로써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힘, 결국 어떤 한 사람과 타인을 용서하고 나를 용서하는 힘이 우리에게는 있는가. 윤성희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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