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선정부터 운영까지 해상풍력 길잡이 역할 톡톡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정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서남해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첫 번째 단계인 실증단지가 오는 11월 본격적인 상업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풍력시스템 20기 가운데 3기는 이미 가동에 들어간 상태다.
설비용량 60MW의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는 전북 부안군과 고창군 해역 일원에 조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다. 향후 몇 년간 준공을 앞둔 국내 해상풍력사업이 없는 상황이라 당분간 이 타이틀은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한전을 비롯해 6개 발전공기업이 공동출자해 설립한 한국해상풍력에서 건설과 운영을 맡는다.
한국해상풍력은 두산중공업의 3MW 해상풍력시스템 20기를 통해 생산되는 전력이 연간 163GWh 가량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약 5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내부망을 포함한 해안선까지의 연계거리를 감안했을 때 2.87 정도의 REC 가중치가 전망돼 연간 540억원 가량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는 국내 해상풍력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에 초점을 맞춰 추진된 만큼 국내 기술력이 대거 투입된 프로젝트다.
두산중공업의 해상풍력시스템 공급을 비롯해 현대건설(프로젝트 EPC), 대한전선(해저케이블 공급), 휴먼컴퍼지트(블레이드 공급), 한국해양기술(해저케이블 시공), 오션씨엔아이(해저케이블 시공), 한국선급(프로젝트인증), 에드벡트(석션버켓 시공) 등 국내기업들은 이번 실증단지 건설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한국해상풍력은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후속 사업인 시범단지와 확산단지 추진에도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최근 정부가 후보지 선정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우선 400MW 규모의 시범단지 추진을 위한 전략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종합준공을 앞두고 막바지 현장점검에 한창인 이봉순 한국해상풍력 사장을 만나 이번 사업의 의미를 짚어봤다.
“개발 노하우 시범·확산단지에 접목”
“정부의 2.5GW 서남해 해상풍력 추진계획에 따라 한국해상풍력이 설립된 지 7년여 만에 종합준공을 눈앞에 두게 됐다. 풍력터빈 제조사 이탈과 인허가 지연·주민반대 등 사업이 추진되는 동안 크고 작은 부침을 겪었지만 돌이켜보면 다양한 요소들을 점검하는 기회로 작용해 국내 해상풍력 경쟁력이 한층 강화되는 계기가 됐다. 실증단지 건설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시범단지와 확산단지 추진에 접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봉순 사장은 비록 예정보다 많은 시간이 경과했지만 해상풍력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필요한 사안들을 철저하게 하나하나 짚어본 것이 오히려 다른 사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풍력업계는 국내 최초로 해안가에서 10km 이상 떨어진 먼 바다에 건설되는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에 대한 경제성·계통연계·군 전파영향·환경영향·어민보상 등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한국해상풍력은 해상풍력 개발사업과 관련한 ▲장기 해양환경 모니터링 연구개발 ▲수산업 공존 연구개발 ▲어업피해조사 등을 수행함으로써 해상풍력사업 추진 프로세스를 체계화했다. 또 건설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도출하며 국내 해상풍력의 가이드 역할을 맡았다.
한국해상풍력이 그동안 확보한 업무수행능력과 노하우는 국내 해상풍력의 성장을 견인하는 동시에 향후 진행될 시범·확산단지가 속도감 있게 추진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풍력터빈 3기 설치만 남아… 공정률 93%
한국해상풍력은 오는 7월까지 모든 구조물 설치를 마치고 11월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5월말 기준 전체 공정률은 93% 수준이다. 해상공사에 착수한지 2년 만에 거둔 성과다.
현재 20기의 기초하부구조물 설치를 모두 끝냈고, 이 가운데 17기 상부에 해상풍력시스템을 연결했다. 이미 전력생산에 들어간 풍력터빈도 3기나 된다. 일부 내부망 구간을 제외하고 해저케이블 공사도 마쳤다.
한국해상풍력은 실증단지 운영에 필요한 해상변전소와 실증센터 건설도 완료한 상태다. 실증센터에는 제어실 기능의 종합감시센터와 홍보관이 들어선다.
154kV급 해상변전소는 해상풍력터빈에서 생산된 전기를 모아 외부망을 거쳐 서고창변전소로 송전하는 가교역할을 담당한다.
이봉순 사장은 “해상풍력터빈 20기에서 생산된 전력은 22kV 전압인데 최종적으로 3회선의 해저케이블로 모아진 후 해상변전소 내부에 있는 2개의 주변압기를 통해 154kV로 승압돼 1회선의 해저케이블로 육상변전소까지 송전된다”며 “전압을 높여 먼 거리를 1개 회선만으로 송전함으로써 송전손실을 줄이고 건설비용도 절감했다”고 밝혔다.
국내기업 트랙레코드 확보로 경쟁력 강화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의 목적은 국내기업들에게 해상풍력 관련 기술을 실증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제공하는 데 있다. 경제성보다는 국내기업들이 트랙레코드를 확보해 글로벌 해상풍력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다.
해상풍력시스템은 국내 대표 제조업체인 두산중공업의 3MW 모델을 사용했다. 20기 가운데 3기는 로터직경 100m의 TC-II 모델이고, 나머지 17기는 저풍속형으로 개발된 로터직경 134m의 TC-S 모델이다.
여기에는 국내 유일의 블레이드 제조업체인 휴먼컴퍼지트가 공급한 제품이 사용됐다. TC-S 모델에 장착된 블레이드는 경량 탄소섬유를 사용한 카본 블레이드다. 저풍속 환경에서도 높은 이용률을 나타내는 게 특징이다.
기초하부구조물 실증도 이뤄졌다. 기초하부구조물 20기 가운데 2기는 포스코와 전력연구원의 R&D과제다. 포스코는 고강도·저비용의 자켓구조물을 실증하고, 전력연구원은 석션버켓 방식의 하부구조물을 채택했다.
석션버켓은 수압차를 이용해 하부구조물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항타가 필요 없어 진동과 소음을 줄일 수 있다. 일반 자켓구조물의 경우 1기 설치에 2개월가량 소요되는 데 반해 석션버켓 방식은 3일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봉순 사장은 “해상풍력단지 입지선정부터 설계·제작·수송·건설·보험·금융조달은 물론 제도 개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향후 추진될 해상풍력 개발사업의 벤치마킹 사례로 꼽힐 것”이라며 “이 같은 새로운 시도와 경험이 국내 해상풍력산업이 한걸음 도약하는 데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역상생 총력… 이익공유 방안 협의 중
이봉순 사장은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가 성공적인 해상풍력 개발모델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지역과의 상생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로젝트 초기부터 정부와 전라남북도의 개발협약에 따라 추진된 사업인 만큼 지자체와 지역주민 의견에 귀를 기울여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해상풍력사업 성공사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국해상풍력은 해상풍력과 수산업의 공존을 위한 연구개발을 2015년부터 3년간 수행했다.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지역상생 연구과제로 주목 받기도 했다. 당시 도출된 연구개발 결과를 토대로 현재 대형사업화하기 위해 한전과 어민단체가 준비 중에 있다.
이 사장은 “수산업 공존을 위해 2017년부터 실증단지 내 통항과 어업활동이 가능한 기준을 살펴보는 ‘해상풍력단지 통항기준 재설정 진단’을 수행 중”이라며 “어민단체와 관계기관의 의견을 종합한 진단서를 해양수산부에 제출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어업피해 조사용역 결과에 따라 현재 보상금 지급이 70% 이상 진행됐다”며 “지난 2월부터 전북도·고창군·부안군과 함께 TF를 구성해 실증단지를 대상으로 한 이익공유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