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를 마비시킨 자본의 욕망
세계경제를 마비시킨 자본의 욕망
  • EPJ
  • 승인 2008.12.1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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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수의 EP시사저널]

“에너지만큼은 국가가 관리해 에너지 피크 시대에 대비, 대체에너지 개발에 주력할 때다. 만약 몇 해 전 거론되던 한전의 민영화가 이뤄졌다면 국가와 국민경제에 플러스가 되었을까? 마이너스가 되었을까? 필자의 답은 한마디로 ‘NO!’다. 중요한 것은 국가이고 국민이지 기업이 아니지 않은가?”

요즘 세계적인 금융·경제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 도대체 뭘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필자는 이 드넓은 세계를 잘 모르지만 나름대로의 결론은 끝이 어디인줄도 모르고 치닫는 인간들의 돈에 대한 욕망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흔히들 언급하는 말로 지난 IMF사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몇 개 나라의 문제였고 지금의 세계적인 경제위기는 그야말로 글로벌 문제다.

하지만 복잡다단하기만한 이 넓은 세계의 문제를 단순한 제로섬(Zero sum) 게임으로 해석해보면 그나마 답이 나온다. 몇 년 간 기름값이 참 많이 올랐다. 그러나 기름 값 상승이 수요의 증대가 아니라 오일투기자본들의 농간이었음은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오일메이저나 그에 편승한 현물투기세력들에 의해 거품이 생겼고 몇 배로 폭등한 기름 값의 비생산적인 자본 이익들은 인터넷을 이용해 전세계를 넘나드는 거대 투기자본이나 합법적인 투자자본기업으로 변모했다.

이로써 미국의 모기지론 사태를 촉발시키고 그 무책임한 자본력이 거대경제국 미국을 흔들어버린, 한마디로 누워서 침뱉기식의 자폭탄이 되고 말았다.

결국 미국의 금융붕괴는 전세계로 일파만파로 번졌다. 쉽게 말하자면 투기로 만들어져 갈 곳을 못찾던 미국의 막대한 돈들을 빌려와 비생산적인 곳에 ‘돈장사’ 하던 나라가 1차 피해자이고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는 나라들은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수출길이 막혀 2차 피해자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꼼짝없이 두 경우에 모두 속해 미국발 금융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기름 값 폭등의 와중에서 중동을 비롯한 산유국들의 볼멘소리 또한 있었다. 기름 값 상승은 원유 감산의 문제가 아니라 가수요(투기)라는 애매한 용어로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서방세계의 반대적 의견에 맞서 감정적 원유 감산과 석유 무기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의도와 세계의 내노라 하는 투기세력들의 묘한 야합은 기름 값 거품을 만들고 그 돈들은 모조리 세계 경제를 강타하는 뒷돈이 됐다.

그 와중에서 전세계의 서민들은 기름 값 때문에 고생들 많이도 했다. 그 막대한 돈으로 흥청망청했던 월가는 엉망이 됐고 미국이나 다른 나라의 모든 고통은 서민들의 몫이 되고 말았다. 결국 미국의 중산층과 서민층을 위시해 전세계의 서민들만 제로섬 게임에서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미국의 중산층들은 거저나 다름없는 모지지론의 달콤한 유혹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고 그런 문제는 우리라고 다를 바 없다. 이럴 줄 뻔히 알면서도 방치한 미국의 정치인들과 투기자본과 합법을 위장한 투기자본들은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

석유가 없는 현대 세계는 상상할 수 없다. 그러나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생존의 자원을 갖고 장난쳐서는 안 된다. 에너지 독식을 위한 전쟁도 안 된다. 에너지의 균등 배분을 위한 큰 틀을 짜야 진정한 지구촌 평화가 있을 것이다.

돈 장난을 방치하다 스스로도 당하고 전세계를 어렵게 만든 나라가 이제 양심고백과 함께 구체적이고도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한마디로 지구촌을 움직이는 에너지로는 장난치지 못하게 하는 대책을 국제협력으로 모색할 때다.

돈만 벌면 되는 카지노자본주의는 안 된다는 사실을 교훈삼아 이제 강대국뿐 아니라 모든 나라가 머리를 맞대고 결론을 낼 수 있어야 한다.

금융도 산업이고 이의 혈맥이라면 생산적이어야 한다. 혼쭐나고 있는 우리 금융기관들도 곱씹어볼 일이다. 돈이란 1차적으로 생산적인 곳에 집중돼야 하고 그에 따른 고용창출과 소득증대만이 지속적인 국가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보증할 수 있을 뿐이다.

내 돈이 아니고 남의 돈 빌려와서 장난치다 잘못되면 빌려준 사람이나 빌린 사람이나 모두 다친다. 로마 멸망의 원인을 역사학자들은 도덕적 타락에서 찾는다.

작금의 인류는 석유를 둘러싼 도덕적 해이를 방치한 결과에 대한 참담한 결과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 그 서곡일 뿐이다.

100년 전 석탄을 이용한 증기기관의 발명과 이후 석탄을 대체한 값싼 석유에 의존해 대량생산·소비시대로 대변되는 지난 세기의 흥청망청과 도덕적 타락은 종국에는 강대국들의 쇠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현대산업사회에서 에너지는 생존의 문제다. 배럴당 300달러 이상의 오일피크 시대가 되면 인류의 삶은 100년 전으로 회귀한다. 석유가 없던 시대와 비슷한 생활로 돌아가 살 수밖에 없다.

대량생산과 매크로 마케팅은 구시대의 유물이 될 것이고 인류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것이다. 필자는 이 대목에서 조심스레 국내 에너지 산업의 국유화를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해 본다. 대단히 어려운 문제이고 국가와 기업과 국민 모두의 큰 결단이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국민의 생존을 위한 4대 요소는 물과 전기, 석유, 가스다. 다른 것은 국유화돼 국가가 관리를 하고 있으되 희한하게도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가 어째서 석유산업을 민영화한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 우리나라 석유산업도 대한석유공사(유공)가 관리하던 국영이었다. 유공이 민간에 매각된 이후 국가와 국민경제에 득이 된 적은 없다고 본다.

최근 국제원유가는 대폭 하락해도 정유사가 공급하는 기름 값 인하는 미미한 것이 단적인 예다. 에너지만큼은 국가가 관리해 에너지 피크 시대에 대비, 대체에너지 개발에 주력할 때다.

만약 몇 해 전 거론되던 한전의 민영화가 이뤄졌다면 국가와 국민경제에 플러스가 되었을까? 마이너스가 되었을까? 필자의 답은 한마디로 ‘NO!’다. 중요한 것은 국가이고 국민이지 기업이 아니지 않은가?

어떠한 방법으로든 기름 값은 인하돼야 한다. 석유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확보 문제는 갈수록 국가적 총력전이 될 것이고 이 어려운 경쟁의 해결사는 국가뿐이다. 그래야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대한민국이 이 어려운 수출 부진의 시대를 뚫고 나갈 수 있다.

세계경제의 혈맥이 돼야 할 자본이 되레 세계경제를 마비시키고 말았다. 부도덕한 돈들이 인류의 생존을 위한 자원을 이용해 만들어 지는 것만은 막아야 하며, 또한 이런 돈들의 흐름을 차단하는 국제금융의 새 질서정립만이 더 큰 파국을 막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본다.

<신구대 교수·채향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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