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찔끔’ 인상… 한전 적자 ‘눈더미’ 불가피
전기요금 ‘찔끔’ 인상… 한전 적자 ‘눈더미’ 불가피
  • 양현석 기자
  • 승인 2008.12.1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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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전기요금 인상 이후

국내외 환경여건이 악화일로인 상태에서 2년 가까이 동결돼 온 전기요금이 최근 소폭 인상돼 한전의 적자가 ‘눈더미’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의 현실화가 절실하다.

지난 11월 11일 지식경제부는 올해 연료비가격 상승요인을 최소한 반영해 전기요금을 11월 13일부터 평균 4.5%, 가스요금을 11월 15일부터 평균 7.3% 인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근 어려운 경제사정과 서민경제 안정을 고려해 전기요금을 주거용(주택용, 심야전력), 중소기업용(산업용 갑), 소규모 자영업용(일반용 갑 저압), 농어민용(농사용) 등 4개 용도의 요금은 올리지 않고, 일반용과 산업용은 각각 평균 3.0%, 8.1%, 교육용과 가로등은 평균수준인 4.5% 인상키로 했다.

11월 11일 정부과천청사 기자실에서 진행된 전기요금 인상 관련 브리핑

낮은 인상 폭, 한전 경영악화 불 보듯

전기는 과거 통상적으로 연 1회 정도 요금을 조정해왔으나 ’07년 1월 이후 원료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물가안정을 위해 동결해 왔다.

전기요금의 46%를 발전원료비가 차지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유가는 58%, 유연탄은 35.1%, LNG 31.2% 가량이 오른 것과 환율의 급상승으로 전기요금은 일찌감치 인상하는 것이 맞지만, 세계적 금융위기로 인한 불황을 막기 위해 정부는 그간 요금인상을 망설여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동안 요금동결로 한전의 손익구조가 악화돼 전력 공급 안정성이 훼손될 소지가 있고, 석유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전력의 과다 사용 등 자원배분의 왜곡과 소비절약 이완현상 등으로 더 이상 요금인상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해 인상을 결정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원료비 상승 부담(전기 1조6,700억원)의 일부를 해소하기 위해 ‘근로자·자영업자 등을 위한 고유가 극복종합대책’을 수립하고 가격안정을 위한 국고보조금을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한 바 있다.

국회는 이 추경예산을 9월에 의결하면서 한전의 자구노력을 조건으로 ‘서민용 전기요금 안정화’에 6,680억원을 보조키로 했고, 한전도 경영합리화 등 각고의 자구노력을 통해 1조2,000억원을 경감함으로써 인상요인을 최대한 흡수키로 했다.

이러한 정부보조와 한전의 자구노력에도 상당 규모의 조정요인이 남을 것으로 예상돼 정부는 7월에 ‘제2차 위기관리 대책회의’를 통해 하반기 전기요금을 인상키로 했으나, 요금조정시 서민들의 물가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상폭 최소화, 서민용 인상억제 등 정책기조를 견지키로 했다.

추경예산 지원에 따라 서민생활, 소규모 자영업자, 중소기업, 농어민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택용(심야전력 포함), 일반용 갑 저압, 산업용 갑, 농사용은 인상하지 않았다.

일반용은 ‘일반용 갑 저압’ 동결을 포함해 평균 3.0% 인상하고 교육용, 가로등은 전체 평균 인상률을 적용해 각각 4.5%를 인상했다. 산업용은 ‘산업용 갑’의 동결을 포함해 평균 8.1%를 인상하되, 비교적 에너지원 대체가 용이하고 규모가 큰 산업체가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 을·병’은 9.4% 올렸다.

전력계는 이번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아쉬운 반응이 대부분이다.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아무리 적게 잡아도 15% 이상 발생한 데다가 4.5% 인상만으로는 한전의 엄청난 적자 폭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대부분이다.

한전은 올해 약 1조8,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현재의 요금체계로는 내년에는 3조원 이상의 적자를 예측하고 있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이 이처럼 현실에 맞지 않는 전기요금으로 인해 경영악화가 지속될 경우 또 다시 국민의 세금으로 국고보조금을 받아야 하는 좋지 못한 선례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원가를 반영한 현실적 전기요금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력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고보조보다 전기요금 현실화가 정답

그러나 정부의 고민도 일리가 있다. 저소득층에 대한 전기요금 지원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을 내고 있는 산업용 요금을 올리는 것에 대해 기업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에 대기업들에 주로 해당되는 ‘산업용 을·병’ 요금을 9.4% 인상하면서 “기후변화 대비 에너지 절약 강화가 기대되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산업용 요금으로 인해 발생한 에너지 소비구조의 왜곡 등의 문제점도 이번 요금조정을 통해 일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도 산업용 요금은 발전원가 보다 낮은 요금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경제개발 시기에 국가적인 시책으로 마련된 저렴한 산업용 요금은 경제발전에 큰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전기요금 체계의 왜곡에 한 몫을 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한 올해는 전기요금 인상 폭을 낮추고, 그 인상 요인 중 일부를 국고보조금으로 메웠으나, 이러한 상황 자체가 비정상적인 데다가 수익자 부담 원칙에도 벗어나는 것으로 납세자의 반발이 발생할 수도 있어 전기요금 현실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소비자물가는 변동이 없지만, 생산자물가는 0.128%P 상승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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