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공학도 ‘채용 한파’ 녹일 묘안 없나
전기공학도 ‘채용 한파’ 녹일 묘안 없나
  • EPJ
  • 승인 2008.12.1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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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전력분야 신규 공채시장이 얼어붙어 사실상 마비될 정도로 ‘초겨울 한파’를 맞고 있어 사태가 심각하다. 전체 고용시장에 찬바람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공기업 채용시장은 아예 얼어붙은 상태다. 특히 한전을 비롯한 주요 에너지 공기업의 올 하반기 공개채용 계획이 거의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전기·전력공학도를 해마다 다수 채용해 온 중공업계를 비롯한 건설업계 등도 국내외 환경의 급속 악화로 재무구조가 나빠져 신규 채용을 대폭 줄였거나 아예 보류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최근의 취업난은 유례없는 사상 최악이다.

이에 따라 내년 초 졸업을 앞둔 전기·전력공학도들이 ‘바늘구멍’인 취업문이 꽉 막히자 저마다 발을 동동 구르고 있어 선배 전기·전력인의 한사람으로서 가슴이 아프다.

이 같은 현실에서 고용 창출에 앞장서야 할 에너지 공기업이 올해의 경우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실제로 한국전력을 비롯한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 발전회사 등이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조직 개편을 추진하면서 하반기 채용을 못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범 전기학계는 이 같은 사태를 직시하며 전기공학도의 채용시장에 다소 숨통을 터 달라고 정부에 건의키로 하고 중지를 모으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우선 전기분야 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신규 채용시장의 ‘한파’는 어디에서 돌출됐나를 먼저 알아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지기 사건이 몰고 온 글로벌 금융 불안으로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급등을 비롯해 원·달러 환율 상승, 시중금리 인상, 자금시장 경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연말 들어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급등세는 겨우 꺾였지만 달러당 1,500원에 근접한 환율이 유가 및 원자재가 진정 효과를 날려 버려 운신의 폭도 없어졌다.

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의 경우는 상반기 연료비 급등에 따른 ‘유탄’에다 하반기 들어 몰아닥친 구조조정의 한파도 한데 겹친 탓이기도 하다.

정원 2만1,646명으로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올해 정원을 756명이나 늘려 지난해 말 기준 근무인원이 2만1,000명 정도로 650명의 채용 여력이 있었다. 그러나 한전은 올 상반기 공채에서 180명만 새로 채용하고 나머지 470명은 하반기에 채용키로 했으나 최근 이 계획을 접었다.

한전 인사처 관계자는 “올해 첫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십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하반기 공채를 내년 이후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며 “조직개편이 마무리 되는 내년 초께나 신규 채용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상·하반기 각 200명을 채용했지만 올해는 ‘올스톱’ 상태다. 한수원은 정원이 7,809명으로 지난해 7,491명에서 318명 늘었으나 자연 감소 인력을 감안하면 400여명의 충원 여력이 생겼으나 지난해 하반기 200명을 신규 채용 했을 뿐 올해는 전무하다. 특히 한수원은 신월성, 신고리 등 6개 신규 원전 현장의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건설 특성상 1년은 교육을 해야 현장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신규 인력의 조기 채용이 더욱 절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외 5개 화력발전회사를 비롯한 한전 자회사들도 하반기 채용이 중단 또는 무기 연기된 상태다. 에너지 공기업 가운데서는 지난해 하반기 66명을 채용했던 가스공사는 올해 100명 이상의 채용을 계획했으나 올 상반기 11명을 뽑는데 그쳤다. 또 지난해 각각 195명과 130명을 채용한 주택공사, 토지공사 역시 올해 채용계획이 전혀 없다.

에너지관리공단의 경우는 2006년 말 28명을 채용한 이래 2년간 신입 채용이 중단됐다. 이외에 선호도가 높은 주요 공기업, 준정부기관 중 대부분이 하반기 채용 계획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공기업 채용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이유 중 주요인은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공기업들은 구조조정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10% 예산 절감 지침’도 따르자니 신규채용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전례를 찾기 힘든 채용 한파가 몰아닥치자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고도 절실하다. 경기 침체의 골이 한층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채용 한파는 공기업에 대한 개혁 바람과 정원동결 방침 등도 뒤엉키면서 갈수록 심각하다.

이는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MB정부의 슬로건과 ‘방만경영’으로 얼룩진 공기업의 체질을 바꾸려는 ‘선진화 정책’의 부조화로 나타난 귀결로 보인다.

일자리 창출과 경영 효율화의 병행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과제지만 모두 절실하다. 채용 축소 현상을 놓고 정부는 공기업 탓을, 공기업은 정부 탓을 하고만 있을 때는 아니다.

경기침체에 따른 불확실한 경영환경, 정부의 정원동결 발언 등도 복합적이라 내년 상반기 채용 전망까지 불투명해 정부가 과단성 있게 채용시장의 빗장을 다소나마 풀 열쇠를 찾아줘야 한다고 본다.

우수인재의 확보는 어려울 때 일수록 기술투자 못지않게 미래를 위한 투자다. 기업들도 인재확보의 연속성을 강조하며 가급적 이를 실천해 오고 있다.

기술경시 풍조에다 요즘 같이 취업문이 ‘바늘구멍’처럼 좁아 전국 전기과가 고사 위기에 있는 점을 감안, 한전과 같은 공기업이 솔선수범해 졸업생들의 취업문을 열어 주는 과단성이 필요하다.

한전은 구조조정, 인력감축과 별도로 우수인재의 확보를 위해 우선 인턴사원 형식의 정시 및 수시 채용을 확대하고 경기가 풀릴 때 정규직화 하는 방안도 고려해봄직 하다고 본다.

월간저널 Electric Power 회장 고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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