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전염시킨 원시미술의 진수 ‘원시부족, 원시미술展’
21세기를 전염시킨 원시미술의 진수 ‘원시부족, 원시미술展’
  • 박정필 기자
  • 승인 2007.05.03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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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이 있는 공간] ‘원시부족, 원시미술展’

원시미술을 두고 피카소는 “현대미술의 바이러스”라 칭한 바 있다. 그리고 그는 원시미술의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해 ‘아비뇽의 아가씨들’이라는 걸작을 만들었다. 자코메티의 조각 ‘끝없는 응시’는 원시미술이라 불러도 무방할 작품이다. 한편 전통적인 표현기법에서 벗어나 사물의 고유색을 부정하는 등 매우 혁명적인 변화를 추구한 앙리 마티스는 원시미술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 ‘자유롭고 강렬한 색채의 표현’ 이라는 특유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또한 아프리카 원시 조각상이 영화 <E.T>에서 외계인 E.T의 모티브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처럼 많은 작가들에게 수많은 예술적 영감을 주는 원시미술을 주제로 한 <원시부족, 원시미술전>이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에 위치한 페이퍼테이너 뮤지엄에서 3월 6일부터 6월 20일까지 열린다. 원시미술(Origin Art)은 그동안 우리나라에 부분적으로 소개된 적이 있지만 아직까지 그 개념이나 범위에 관해서 논의의 여지가 많은 생소한 분야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모든 예술의 원형으로서 원시미술이 현대미술에 끼친 영향을 새롭게 평가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부족민들을 단합시키고 현실세계와 내세를 연결하는 원시미술

원시 부족 사회에서는 오래 전부터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들을 이용해 다양한 종류의 작품을 만들어 일상생활과 의식에 사용했다. 이러한 작품들은 동물들의 뼈와 가죽, 나무, 풀, 흙, 돌 등 대부분 자연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들로 만들어졌으며 또한 깃털, 산호, 상아, 보석 등을 이용해 화려하게 장식하기도 했다. 이런 재료들 이외에 유리구슬, 황동, 천 등 서구의 문물이 들어와 발전된 원시미술이 되었다. 체코의 유리구슬이 아프리카에 전해져 비즈공예로 발전한 것이 한 예이다.

원시미술에는 나무, 풀, 돌, 사람, 동물 등의 다양한 형태와 문양이 조각되거나 그려져 있다. 이 문양이나 형태는 자연물의 특징적인 모습을 형상화 한 것으로 장식적인 의미와 더불어 문양들의 실체가 가진 힘과 재능을 소유자가 가질 수 있도록 기원하는 것이다. 이런 원시미술은 원시사회에서 의식과 축제와 더불어 부족민들을 단합하게 하고 현실세계와 내세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그들은 인간, 동물, 숲, 바위, 강 등 모든 자연물은 각각의 정령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초자연적인 힘들은 다산, 농사의 풍요 그리고 부족민들의 건강을 지켜준다고 믿었다. 그래서 부족민들은 자연물과 닮은 가면, 조각상 등을 만들어 의식이나 축제 등에 널리 사용했던 것이다.

본능적이며, 원색적인 원시미술의 매력

세계 각지의 원시부족민들은 거주지의 위치와 환경만큼이나 다양한 형태의 원시미술을 창조해냈다. 원시미술에는 그들의 출생, 성장, 결혼, 죽음, 내세 그리고 농사의 풍요 등 생활과 관련된 소망들이 담겨있어 원시부족민들의 문화를 보여준다. 틀에 얽매이지 않고, 본능적이며 원색적인 한편 도전적인 그들의 독특한 표현기법과 신선하며 강렬한 메타포는 고도로 단련된 미술전문가들은 물론, 5살 어린이에게도 감동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특히나 이번 전시에는 밀림속의 아프리카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진 밀림 체험, 원시부족들이 사용하는 도구와 악기, 분장을 직접 만들고 연주할 수 있는 원시 체험 프로그램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무척이나 다양하다. 특히 부족의 고유성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다는 마사이족과 줄루족 원주민들을 멀리 아프리카에서 초청해 매일같이 공연을 여는데, 그들의 원시적 열정이 살아있는 수준 높은 공연에 본 기자는 적잖이 놀라기도 했다. 이런 사려 깊은 배려는 이름만 번지르르하고 내실은 없던 요즘의 전시에서 느꼈던 답답함과 스트레스를 적잖이 달래주었다.

정말 전시다운 전시, 단지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만족스럽고 기분 좋은 전시를 찾는다면 올 봄, 페이퍼테이너 뮤지엄을 가보자. 탁 트여 나들이하기 좋은 올림픽 조각공원, 373개의 종이기둥과 166개의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 건물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인 뮤지엄. 게다가 신나는 공연도 함께하는 전시회라니, 확실한 1석 3조의 기회다. 놓치지 말자.

<원시부족, 원시미술展>
2007년 3월 1일~6월 20일 서울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 내 페이퍼테이너 뮤지엄
주최: 디자인하우스(대표 이영혜)
주관: 솔로몬(대표 김민석)
후원: 서울특별시, SOSFO(국민체육진흥공단)
협찬: 크라운제과, 해태제과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6시(주말, 공휴일은 오후 8시까지) *3월 5일,3월 14일은 휴관 예정
관람요금: 성인_8000원, 청소년_6000원, 어린이_5000원 (가족단위 관람객 30%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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