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일우의 기회를 뭉개고 있는 ‘탈원전 정책’
천재일우의 기회를 뭉개고 있는 ‘탈원전 정책’
  • 이재용 기자
  • 승인 2019.04.09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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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bjchung@khu.ac.kr)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bjchung@khu.ac.kr)

[일렉트릭파워] 지금 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은 천천히 쇠락의 길을 가고 있다. 사람을 잃어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력을 가지게 된다거나 국산화를 하게 됐을 때, 우리는 그 기술이 사람에 내재하고 있다는 것을 잊기 쉽다. 보고서가 나오고 특허가 출원되더라도 사람을 잃으면 기술을 잃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원자력을 시작한 것은 이승만 대통령 때부터다. 부존자원이 없는 나라가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선 자원의존적 에너지 보다 기술의존적 에너지를 개발할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기술개발의 역사는 40년이 됐고 이제는 우리 고유 원자로를 개발해 반복건설하고 또 수출하기에 이르렀다. 그 사이에 관련된 중공업·부품산업·건설산업이 동반 성장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첨단산업을 국산화한 데에는 정부의 노력도 있었지만 하늘도 도왔다. 1979년도 TMI-2 원전사고로 미국내 신규원전 건설이 중단되자 웨스팅하우스와 컴버스쳔엔지니어링은 원자력 엔지니어링을 함께 할 파트너를 결사적으로 찾아야 했다. 이것이 우리나라가 특혜에 가까운 조건으로 컴버스쳔엔지니어링과 기술협력을 하면서 단기간에 국산화를 이룰 수 있었던 계기라 할 수 있겠다.

반면 미국은 1980년대 마지막 원전을 건설하고 지난 40년간 자국내 신규원전을 건설하지 못했다. 물론 미국은 군수산업이 별도로 있기 때문에 상업용 원자로 건설이 이뤄지지 않았다 해서 원자력산업이 붕괴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신규원전에 대한 건설능력이 저하된 것은 틀림없다.

마찬가지로 원자력 선도국인 영국은 상업용원자로 건설사업이 완전히 붕괴돼 자국내 원전건설을 타국에 의존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원전 선진국이라고 할지라도 원전건설을 30년 중단하게 되면 기술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사람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2009년 우리나라의 UAE 원전수출은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지속적인 원전건설을 통해 기술력을 키워온 우리나라 APR1400은 웨스팅하우스 원전의 절반 가격에 건설할 수 있는 건설 노하우와 원전기술을 축적했기 때문이다.

이후 웨스팅하우스는 미국내에 건설중인 VC Summer와 Vogtle 원전건설을 5년 이상 지연시키고 도산했다. 그 결과 일본 도시바도 원전수출을 포기했다. 프랑스 아레바도 핀란드의 올킬루오토 원전건설을 10년 지연시켰다. 이렇게 미국·프랑스·일본이 제외된 세계 원전 시장에는 러시아, 중국, 우리나라만 남게 됐다. 유일한 자유진영인 우리나라의 원전은 여전히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2년, 세계 원자력사의 결정적 시기를 탈원전 정책으로 놓치고 있다.

우리가 주춤하는 사이에 웨스팅하우스는 중국에서 건설중인 원전의 기술적 문제를 해결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 하에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또한 올킬루오토 원전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고 최근 운영허가를 받았다.

반면 우리나라는 10%이상 건설이 진행되던 신한울 3·4호기가 중단되면서 원자력계에서 인력이 떠나고 있다.

원전수출을 통한 보국이라는 목표가 흐트러지고 있다. 다 잡았던 기회를 눈앞에서 흘려보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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