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A to Z ‘영국’] 시행착오 줄여 해상풍력 확대 속도낸다
[해상풍력 A to Z ‘영국’] 시행착오 줄여 해상풍력 확대 속도낸다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9.04.02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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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프로젝트 개발부터 시공·운영까지 전문성 갖춰
7.6GW 해상풍력 개발… CFD·민관협약 등 정책지원
영국 JDR케이블의 해저케이블
영국 JDR케이블의 해저케이블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우리 정부가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의 목표 달성을 위해 추진해야 하는 해상풍력 설치용량은 12GW 규모다. 현재 운영 중인 탐라해상풍력과 올해 준공 예정인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를 제외하면 뚜렷한 개발계획이 잡힌 프로젝트는 몇 개에 지나지 않는다.

앞선 개발사례에 비춰볼 때 개발계획 수립부터 건설까지 대략 6~7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해상풍력사업을 보급 목표에 맞춰 이행하기 위해선 개발단계 전주기 분야별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해외 선진기술 도입을 통해 안정적이고 속도감 있게 해상풍력사업을 추진할 경우 국내 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 기회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 선도기업과 협업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주한 영국대사관 주최로 열린 ‘한·영 해상풍력 세미나’에서 양국 관계자들이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심도 있는 논의를 펼친 것은 이런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영국, 2030년 30GW로 해상풍력 확대
영국의 해상풍력 발전 비중은 2010년 0.8%에 불과했지만 2017년 6.2%까지 확대됐다. 매년 설치용량이 증가 추세에 있어 2020년이면 1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7.6GW 규모의 해상풍력설비를 건설한 영국은 2030년까지 30GW 규모로 설비용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같은 목표는 미래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산업전략의 일환인 4가지 그랜드 챌린지 가운데 클린성장전략에 포함된 내용이다.

전 세계 해상풍력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영국이 공격적인 계획을 밝힘에 따라 사업초기 타당성조사를 비롯해 단지설계·건설·유지보수 등 해상풍력사업 전반에 걸친 기술력과 노하우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이 해상풍력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가격 경쟁력을 갖춘 고품질의 부품과 서비스 공급망 등이 함께 성장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영국수출금융(UKEF)의 자금지원도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해상풍력 개발계획 단계부터 인허가·금융·건설·운영에 이르는 분야별 전문성은 프로젝트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요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상풍력 개발 시 꼼꼼히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WEC)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영국은 8.1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개발했다. 전 세계 해상풍력 설치량 23GW 가운데 35%를 개발하며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지켰다.

이제 막 해상풍력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영국의 이 같은 해상풍력 개발 실적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영국이 보유한 해상풍력 개발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할 경우 프로젝트 신뢰성 확보는 물론 보급 확대에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해상풍력 기술연구센터인 ORE Catapult에서 블레이드 테스트를 하고 있다.
영국의 해상풍력 기술연구센터인 ORE Catapult에서 블레이드 테스트를 하고 있다.

풍력터빈·하구구조 등 기술개발에 1,100억원 투자
영국은 해상풍력 개발비용은 물론 운영·유지보수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자율운항 선박·드론·인공지능 등의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해상풍력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3년 설립한 해상풍력 기술연구센터인 ORE Catapult를 통해 해상풍력 연구를 비롯한 부품 테스트·지반조사·자원평가 등 해상풍력 개발에 필요한 전문기술을 높여가고 있다.

영국 정부는 향후 5년간 7,350만파운드(약 1,100억원)를 ORE Catapult에 추가 지원해 해상풍력산업 경쟁력을 키울 방침이다.

영국 정부 혁신기관인 Innovate UK와 ORE Catapult 간 협력 강화를 위해 설립된 해상풍력 혁신 허브(Offshore Wind Innovation Hub)는 ▲해상풍력시스템 ▲하부구조물(부유식 포함) ▲전기 인프라 ▲단지 운영 및 유지보수 등에 역점을 두고 해상풍력 기술 혁신을 이끌 계획이다.

해상풍력 민관협약으로 산업 활성화 지원
영국은 그동안 해상풍력 분야에서 쌓은 성과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해왔다. 블레이드와 해저케이블 등을 자국산 부품으로 공급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터어레이 케이블 제조업체인 JDR케이블의 경우 지난해 8월 외르스테드가 개발하는 혼시(Hornsea) 2 프로젝트에 66kV 해저케이블 100km를 공급하는 사업자로 선정된 바 있다.

영국 정부는 현재 50% 수준인 자국산 부품 비중을 더욱 확대할 수 있도록 산업계 강점을 살린 해상풍력 민관협약(섹터 딜) 개발을 추진 중이다.

해상풍력 민관협약은 영국 정부와 산업계가 협력해 중소기업의 해상풍력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고 조달 프로세스 도입으로 합리적인 비용절감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예정이다.

앞서 영국 정부는 해상풍력의 보조금 역할을 하는 차액계약인 CFD(Contract for Difference)를 지원하는 입찰을 2030년까지 2년마다 실시하기로 했다. 입찰 시 최대 5억5,700만파운드(약 8,300억원)의 정부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CFD와 해상풍력 민관협약은 산업계에 해상풍력사업의 장기적인 확실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영국이 해상풍력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상풍력 민관협약의 주요내용은 ▲CFD 5억5,700만파운드 지원 ▲2030년 자국산 부품 60% 확대 ▲해상풍력 여성인력 비중 3분의 1 이상 확충 ▲2030년 수출목표 26억파운드(약 3조9,000억원) 설정 ▲OWGP 설립 공급망 강화 등이다.

OWGP, 공급망 경쟁력 강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영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해상풍력 개발목표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각종 보고서마다 향후 전 세계 해상풍력시장을 바라보는 전망치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2030년 150GW 이상까지 해상풍력 설치량이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영국도 2030년까지 30GW 규모로 해상풍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에 따라 내수시장 활성화로 관련 기업들의 기술력과 경쟁력 또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비용절감·품질향상 등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시장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은 이 같은 시장경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다른 부문의 성공적인 이니셔티브를 기반으로 해상풍력 부문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OWGP(Offshore Wind Growth Partnership)’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해상풍력 부문의 생산성 향상을 지원할 이번 프로그램에 2억5,000만파운드(약 3,700억원) 이상이 지원될 예정이다.

OWGP 이니셔티브는 중소기업과 협력해 영국 해상풍력 부문의 생산성 격차를 해결하고 비즈니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해상풍력 서플라이 체인 전체의 협력과 혁신을 지원함으로써 기존 공급망은 물론 새로운 공급망을 늘리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영국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궁극적으로 새로운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발전시켜 해상풍력 서플라이 체인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Ecosse Subsea Systems의 해저탐사설비
Ecosse Subsea Systems의 해저탐사설비

해상풍력 개발비용 절감… 소비자 부담 줄어
영국의 해상풍력산업은 정부의 지속적인 협력과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다. 그 결과 전 지역에 걸쳐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숙련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현재 영국 전역에는 친환경기업을 비롯해 관련 업종에 43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있다. 이 가운데 7,200여 명이 해상풍력 분야에 종사 중이다. 산업계와 연계해 추진되는 OWGP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 일자리 창출은 물론 근로자 소득 증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정부는 저탄소 발전 비중을 늘리는 에너지전환 시대를 맞아 ▲탈탄소 ▲에너지안보 ▲소비자 부담 경감 등 트릴레마 극복을 위한 접근법으로 해상풍력을 선택했다.

영국이 2030년까지 해상풍력 설치량을 30GW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술개발을 통한 비용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해상풍력의 비용절감은 발전단가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들이 전기요금 부담을 더는 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글로벌 기후변화 이슈와 저탄소 경제발전에 집중해온 영국이 미래 성장동력을 책임질 비즈니스 모델로 해상풍력 개발에 나서고 있는 만큼 관련 기술 고도화가 필요한 한국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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