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나의 닻이다 외 2권
시는 나의 닻이다 외 2권
  • 배상훈 기자
  • 승인 2019.01.09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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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나의 닻이다
염무웅·최원식·진은영 엮음 / 창비 / 1만5,000원

한국문학사에서 여전히 살아 있고 영원히 뜨거울 시인 김수영. 김수영 시인 작고 50주기를 추모하며 그의 문학과 절실하게 마주쳤고 끝내 헤어질 수 없었음을 고백하는 후배 문인들의 헌정 산문집 ‘시는 나의 닻이다’가 출간됐다.

이 책은 문학과 학술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21명의 기라성 같은 필자들이 김수영을 만나고 사유했던 깊고 뜨겁고 때로는 애잔하기까지 한 순간을 담은 책이다.

이 책에선 출판사 편집자로 근무하며 시인과 오래도록 술잔을 기울였던 어느 겨울밤(염무웅)이나 잡지 출간기념회에서 주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던 시인의 형형한 모습(백낙청) 등을 회상했다.

나아가 우리 문학사에서 김수영이 차지하는 위상과 그 의미를 짚고 제대로 된 ‘김수영 읽기’의 방법까지 모색한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두 원로가 김수영을 계기로 처음 둘만의 대담을 나눴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거니와 이들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귀한 증언들이 가득하다.

문화부 신참 기자로서 김수영을 인터뷰했던 당시를 실감나게 회고한 김병익의 글 또한 인상 깊다. 그는 혼란스러웠던 1960년대에 김수영을 담았던 자신의 기사와 글을 한데 모으고 세월의 먼지를 닦아 기억을 들여다본다.

벨칸토
앤 패칫 지음, 김근희 옮김 / 문학동네 / 1만4,500원

벨칸토는 2001년 출간된 앤 패칫의 대표작이다. 1996년 발생한 페루 일본 대사관 인질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쓴 소설이다.

126일간 이어진 이 인질극에서 게릴라들은 점차 인질들에게 동화되는 현상을 보였고 사건이 종결된 후 인질들 역시 자신들을 붙잡아두었던 게릴라들에 대해 온정적인 발언을 했다.

앤 패칫은 뉴스에서 이 사건을 접한 후 이 인질극이 마치 오페라 같다고 생각했다. 또한 인질범들과 인질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준 오페라 가수의 존재를 상상하며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국내에는 2006년 처음 출간됐다. 전체적으로 원고를 보완하고 다듬어 보다 완성도 높은 새로운 판본을 출간하게 됐다.

남미 어느 나라에서 벌어진 끔찍한 인질극과 그 양상을 완전히 바꿔놓은 아름다운 음악에 관한 소설 벨칸토는 펜·포크너 상과 오렌지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에도 오르며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또한 미국에서만 100만부 이상 팔리는 등 대중의 사랑을 받으면서 앤 패칫을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려놓았다. 지난해에는 ‘어바웃 어 보이’의 폴 웨이츠 감독 연출, 줄리앤 무어·와타나베 켄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권력의 문제
베시 헤드 지음, 정소영 옮김 / 창비 / 1만4,000원

이 책은 백인과 흑인 사이의 성행위나 결혼을 금지하는 ‘부도덕법’이 시행되고 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1937년 백인과 흑인의 혼혈로 태어나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며 성장한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이다.

베시 헤드가 인종차별로 인해 겪은 신경증을 토대로 주인공 엘리자베스의 환상 속 인물 쎌로와 댄이 각각 제1부와 제2부의 흐름을 이끌며 결말을 향해 밀고 나가는 형식을 지닌다.

인종차별, 성폭행, 정치적 망명 불허로 겪은 무국적 생활 등 삶의 질곡 속에 섬세하게 감지해낸 권력의 문제를 문학적으로 꽃피운 베시 헤드의 대표작이다.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의 혼혈로 태어난 베시 헤드는 위탁가정에서 성장한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크리스마스 날 친부모가 백인과 흑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돼 큰 충격을 받는다.

범아프리카회의(PAC)에 가입해 활동하던 중 체포돼 구금되기도 한다. 이후 남아공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보츠와나에 정치적 망명을 요청한다. 하지만 결국 보츠와나에서 생활한지 15년 만에 시민권을 얻게 된다.

작가로서 점차 명성을 얻으며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1986년 보츠와나 중부도시 쎄로웨에서 간염으로 세상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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