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사람, 하정우 외 2권
걷는 사람, 하정우 외 2권
  • 배상훈 기자
  • 승인 2018.12.18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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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1만5,500원

영화 속 찰진 먹방으로도 자주 회자되는 그는 스스로 “걷기를 즐기지 않았더라면 족히 150kg은 넘었을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실제 잘 먹고 많이 먹는다.

그러나 그는 좀 덜 먹고 덜 움직이기보다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 세상의 맛있는 것들을 직접 요리해서 먹고 두 발로 열심히 세상을 걸어다니는 편을 택하겠다고 말한다. 그는 이 세상의 맛있고 아름답고 좋은 것들을 충분히 만끽하고 감탄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는 한강 주변을 내 집 앞마당이라 생각하고 걷는다. 이 책에는 그가 길 위에서 바라본 매직 아워의 하늘, 노을, 무지개, 그의 새벽 걷기 쉼터이자 간이카페가 돼주는 한강 편의점, 함께 걷는 길동무 등 그가 채집한 일상의 조각들이 스냅사진으로 실려 있다.

하정우에게 걷기란 지금 손에 쥔 것이 무엇이든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두 다리만 있다면 굳건히 계속할 수 있는 것이다.

슬럼프가 찾아와 기분이 가라앉을 때, 온 마음을 다해 촬영한 영화에 기대보다 관객이 들지 않아 마음이 힘들 때 그는 방 안에 자신을 가둔 채 남 탓을 하고 분노하기보다 운동화를 꿰어신고 그저 걷는다.

걸으면서 복기하고 자신을 추스른다.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지금 이 순간조차 긴 여정의 일부일 뿐이라고, 그리고 결국은 잘될 것이라고.

문명의 대전환을 공부하다
백낙청 외 다수 지음 / 창비 / 1만5,000원

한반도 체제 분석과 변혁 실천전략을 연마하는 책 ‘변화의 시대를 공부하다’에 이어 분단체제론 심화편이자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적응과 극복, 문명전환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책 ‘문명의 대전환을 공부하다’가 출간됐다.

이 책은 다양한 세대의 교사, 교수, 문인, 연구자, 시민운동가, 편집자 등 30명이 8차에 걸쳐 진행한 실험적 공부모임 제2기 창비담론 아카데미의 결과물이다.

제1기 창비담론 아카데미가 남·북·미 관계 대결과 평화 분위기를 오가는 중에 진행됐다면 제2기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대전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올해 4월 17일부터 7월 3일까지 약 3개월간 진행됐다.

제1기보다 추상도가 높은 근대의 이중과제론과 문명전환론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이론의 현실 적용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이 진행됐다. 또한 동아시아의 사상자원을 토대로 문명전환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깊이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토론과 인식의 충돌로 인한 의견차이 역시 빠짐없이 책에 담았다. 이 모든 것은 공부의 과정이자 그 과정 자체가 공부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우리 현실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만큼 쉽고 상세하게 담론이 정리돼 있다.

지구를 안아줘
김혜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만1,000원

현실적이면서도 개성 있는 캐릭터로 10대 청소년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내며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는 작가 김혜정의 소설집 ‘지구를 안아줘’가 출간됐다.

김혜정 특유의 발랄한 상상력과 경쾌한 문체, 개성 있는 캐릭터는 여전히 빛을 발한다. 강렬한 에피소드와 반짝이는 사유, 그리고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오랜 여운을 남기면서 단편소설의 묘미를 제대로 살려냈기 때문이다.

신간 ‘지구를 안아줘’에 실린 여섯 편의 작품에는 청소년들의 다양한 고민이 녹아 있다. 그런데 그 고민 내용이 조금 다르다.

키스할까, 말까? 화성에 갈까, 말까? AI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내일로 넘어갈 수 있을까? 폐허가 된 지구에서 교실에 갇힌 채 공부만 해야 할까? 지구의 운명을 끝낼까, 말까?

하지만 실제 청소년들의 고민과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이 문제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보면 현재 청소년의 현실과 놀랍도록 닮아있다. 작품 속 아이들의 선택이 많은 독자의 가슴을 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8년 우리에겐 조금은 낯선 환경에서 펼쳐지는, 그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여섯 개의 이야기. 김혜정 작가가 빚어낸 예측 불가한 지구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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