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 외 2권
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 외 2권
  • 배상훈 기자
  • 승인 2018.11.14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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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
오에 겐자부로 지음, 유숙자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만원

오에 겐자부로는 199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세계 문학의 거장이자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이다. 여든이 넘은 지금까지도 작품활동을 계속하며 사회운동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그가 23세에 발표한 첫 장편소설 ‘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가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로 새롭게 단장해 출간됐다. 태평양전쟁 말기 전염병 징후가 감도는 마을에 버려진 감화원 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작가의 초기작 가운데 걸작으로 평가받는 대표적 작품이다.

대학 재학 중 평단의 주목을 받으며 등단한 오에 겐자부로는 ‘사육’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받은 1958년 무렵 신예 작가로서 본격적인 창작의 길로 접어든다.

그의 초기 작품들은 인간이 근본적으로 안고 있는 불안과 실존의 문제를 밑바탕에 깔고 있다. 일본 전후문학의 계승자로서 입지를 굳건히 확인시켜준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소설은 내게 있어 가장 행복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소년 시절의 기억을 괴로운 것부터 감미로운 것까지 솔직한 형태로 이 소설의 이미지들 안에서 해방시킬 수 있었다. 그것은 쾌락적이기도 했다. 이제 소설을 쓰면서 쾌락을 동반한 해방을 느끼는 일은 없다.”_오에 겐자부로

바르도의 링컨
조지 손더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15,800원

신간 바르도의 링컨은 미국의 링컨 대통령이 어린 아들을 잃은 후 무덤에 찾아가 아들의 시신을 안고 오열했다는 실화를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오래전 손더스는 워싱턴을 방문했다가 지인에게서 링컨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링컨의 셋째 아들 윌리가 장티푸스에 걸려 11세라는 어린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비탄에 잠긴 링컨이 몇 차례나 납골묘에 들어가 아이의 시신을 꺼내 안고 오열했다는 것이다.

바르도는 이승과 저승 사이, 세계의 사이를 뜻하는 티베트 불교 용어다. 죽은 이들이 이승을 떠나 저세상으로 가기 전 머물러 있는 시공간을 가리킨다.

이 작품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윌리 링컨을 중심으로 아직 바르도에 머물러 있는 영혼들이 대화를 나누며 서사를 이끌어가는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다.

바르도에 있는 40여 명의 영혼이 등장해 각자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이 소설의 주요 골자지만 사이사이 링컨과 그의 시대에 관한 책, 서간문, 신문 등에서 인용한 문장들로 이뤄진 장이 끼어들면서 가상의 세계와 실제 세계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보완하는 형태로 소설이 진행된다.

단 하나의 문장
구병모 지음 / 문학동네 / 1만3,500원

우리는 이 소설집에서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구병모를 만나게 될 것이다. 신간 단 하나의 문장은 주로 아이를 기르는 여성, 소설을 쓰는 여성을 중심인물로 내세워 사회적 존재로서의 개인, 실존적 불안, 다가올 시대의 윤리 등에 대해 나름의 답을 제시하고 있다.

구병모는 이번 소설집에서도 셰에라자드처럼 읽는 이를 매료시키는 다채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펼쳐놓는다.

그 문을 여는 ‘어느 피씨주의자의 종생기’는 소설집 전체를 아우르는 작가의 고민과 통한다.

얼굴은 물론 이름도 밝히지 않고 활동하는 작가 P씨는 어느날 그가 정치적 올바름에 어긋나는 작품을 썼다는 평을 듣는다. SNS는 그의 편협한 세계관을 비판하는 글로 가득 차고 출판사는 사과문을 올린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조금 더 올발라졌을 뿐인 그의 다음 소설은 또다시 비난을 받고 그는 점점 창작의 반경을 좁혀나가다가 결국 작가로서의 삶에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아비규환이 된 SNS상에서 벌어지는 말의 활극을 현실감 있게 담아낸 이 소설을 통해 구병모는 사회적 존재로서 작가의 의미, 그리고 한계를 고민한다. 또한 단지 작가만의 이야기를 넘어 말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인식과 문화의 차원에서 현상을 바라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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