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에 대한 매우 부끄러운 기억
독도에 대한 매우 부끄러운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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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0.1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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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수의 EP시사칼럼]

김응수 교수
올해 한해 독도 문제로 일본과 적잖은 트러블을 빚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매우 부끄러운 기억 한 가지를 털어 놓기로 했다. 이 고백 아닌 고백은 관련된 신문사의 입장도 생각해 망설였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부터 꼭 20년 전인 88서울올림픽이 개최되던 해의 이야기다. 필자는 당시 종합광고대행사인 대홍기획 프로모션 파트에 근무를 하고 있었다. 당시 필자가 소속되어 있던 회사는 한겨레신문사와 공동으로 ‘북녘의 산하’라는 타이틀로 일본의 사진작가 구보타히로지(久保田博二)가 북한을 다니면서 촬영한 ‘백두산·금강산 사진전’을 개최키로 하고 이의 준비를 하고 있었고 필자는 이 행사의 실무자였다. 당시로서는 초대형 전시회였고 북한의 명산 사진을 일본작가가 찍은 것을 전시한다는 것이 좀 기분 나쁠 수도 있었지만 일제시대 사진을 제외하고는 북한 명산의 최근 사진을 입수할 수가 없었기에 일본작가의 사진이지만 전시회는 개최되는 것으로 결정이 됐다.

전시작품은 모두 일본에서 제작이 됐고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전시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관련 상품의 개발을 사전에 시작했고 사진에 소개한 화보책자를 제작해 국내에서 판매키로 하고 관련 업무를 시작한 바 필자가 부끄럽게 생각하는 이야기는 이 책자와 관련된 이야기다.

'북녘의 산하' 사진집

원래 이 책자는 일본에서 조선명봉(朝鮮名峰)이라는 제목으로 일본판이 일본 이와나미(岩破)출판사에서 먼저 발행이 됐기에 한국어판 인쇄를 일본에서 하기로 결정하고 한국 측에서는 인쇄판 중 한국어 글자부분(소위 말하는 먹판)만 국내에서 작업을 해 일본에 보내 일본 편리당(便利堂)이라는 인쇄소에서 인쇄를 해 한국으로 납품하는 방식이 됐다.

하여튼 책자는 인쇄가 됐고 국내 판매가 시작됐다. 곧이어 전시회가 무역센터현대백화점 미술관에서 성황리에 개최가 되고 있었다. 너무 큰 전시회였기에 실무자인 필자는 몹시 바쁜 상태였는데 전시기간 중 문제가 터졌다.

대구에 사시는 할아버지 한 분이 전화로 무척 역정을 내시었다. 무슨 일이신가 하고 여쭈어보니 “어떤 놈이 책 만들었냐”고 “매국노 놈들”이라고. “도대체 한겨레신문사-사진집의 발행자가 한겨레신문사였기에-가 이럴 수가 있냐”고 하신다. “뭐가 잘못됐는지” 물어보니 “사진집 뒤편에 있는 한국 지도에 독도가 없다”고 하는 게 아닌가? 급히 책을 찾아보니 “아뿔싸!” 정말 독도가 없었다. 필자도 보지 못한 것을 대구의 할아버지가 손자와 함께 책을 보다가 이 엄청난 부분을 발견하고 노발대발 하신 것이다. 당시 할아버지는 판매된 책들을 요즘말로 전량 리콜할 것 등을 요구하셨다. 당연한 요구였다.

20년 전 기억이라 흐릿하지만 이 사실은 한겨레신문사에도 통보가 돼 사과문을 게재를 한듯한데 기억이 분명치는 않다. 여하튼 우리는 대구까지 가서 사죄를 하고 이 일은 일단락이 됐으나 중요한 이야기는 도대체 독도가 왜 빠졌느냐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확인해 본 바로는 일본어판에는 물론 독도가 없었다.

누구의 농간인진 몰라도 독도가 빠진 한반도 지도.
중요한 것은 한국어판을 제작하면서 한국 측에서 인쇄판을 만들 때 실수로 빼먹고 작업을 했느냐 아니면 일본에서 인쇄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이를 지워 버렸느냐 하는 사실이다.

필자로서는 어느 것이 맞는지 알 길이 없지만 한국 측 실수라면 이는 정말 부끄러운 일이겠지만 만약 후자의 경우라면 이는 우리가 일본 측에 농락당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어떤 경우이든지 필자는 부끄럽고 사죄를 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우리로서는 일본 측의 사기에 버금가는 지능적 범죄행위에 치가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당시 실무를 했던 필자로서는 대단히 부끄러운 기억이기에 그동안 혼자만의 기억으로 간직해왔지만 최근의 일본의 도발을 보면서 국민들의 경각심을 촉구하는 뜻에서 이런 일도 있었음을 밝힌다. 일본은 언제까지고 독도 문제를 계속 양산해낼 것이고 우리는 정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여기서 꼭 한 가지 밝혀두고 글을 맺고 싶다.
당시 이 전시회와 관련된 모든 상품과 책자 전시회는 한겨레신문사의 명의로 이뤄졌으나 실제 모든 일은 필자의 소속사에서 손실이 나든 이익이 나든 모든 책임을 지기로 계약을 체결하고 진행된 흥행사업 이었다. 신문사의 창간 직후 통일을 염원하는 국민적 여망을 담아 독자와 국민들께 당시로서는 보기 힘들었던 생생한 북녘의 산하를 보여드리고자 했을 뿐이므로 신문사는 이 일과 아무런 관련도 책임도 없다고 본다. 이글을 쓰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부끄럽고 쓴 웃음이 난다.                                  

 <신구대 교수·채향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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