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최성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
[특별인터뷰] 최성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
  • epj
  • 승인 2008.09.11 1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철도기술 신성장 동력 창출 전력”

새로운 철도운송시스템 연구개발 박차
첨단 핵심원천기술 발굴 세계재패 야심
철도망 확충 일조 동북아 중심국 도약

“시스템엔지니어링(SE) 기법을 적용한 세계 최고·최초의 고부가 첨단 철도시스템 개발에 전력, 철도강국을 앞당기는데 노력하겠다.”

취임 5개월을 맞은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최성규(57) 원장은 지난 4월 초 연구원 내부에서 선임된 최초의 수장. 철도기술연구원 창립 초기 연구체계를 정립하고 조직의 기본 틀을 다진 수석연구원 출신이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연구원의 획기적인 혁신과 발전을 통해 한국철도기술의 해외 진출을 도모하고,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철도업계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토대로 취임 이후 조직의 축소 개편과 인사이동을 단행하는 등 다양한 혁신활동을 추진, 철도기술의 신성장 동력 창출에 남다르다. 한마디로 ‘정부출연 연구원도 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남는다’는 일념으로 ‘먹거리 찾기’에 본격 나선 것이다.

그 동안 일군 사업도 알차다. 취임 당월인 4월29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원장 한문희)과 인력교류 및 공동연구를 통한 상호협력체제 구축을 내용으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연료전지 분야를 비롯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등 기초 에너지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철도운송시스템 개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 지난 6월8일엔 울산에서 2009년 말부터 양산에 돌입키로 한 한국형 저상버스의 표준모델 설명회 및 시승행사를 가졌다.

특히 지난달 28일엔 철도연 대회의실에서 서울메트로 기술연구소, 서울시 도시철도공사 기술연구센터와 도시철도 환경분야를 주제로 공동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최 원장은 “세 기관의 연구 내용 소개 및 향후 공동연구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며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두 도시철도 운영기관 간에 실질적인 공동 기술개발 노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원장은 연구원 운용방침과 관련 첨단 핵심 원천기술 발굴·개발을 위해 연구 역량과 방향에 절반 정도를 투입해 기존 사업과 함께 양쪽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면서 철도 기술개발을 추진할 계획임을 강조했다.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 회의를 주재하던 지난 3일 짬을 내 원장 접견실에서 대면한 최 원장의 수두분 함에서 기술자로서 학자풍이 물씬 풍겨 나왔다.

미국 MIT에서 구조역학 분야 공학박사를 취득한 철도기술전문가로 MB대통령직 인수위 자문위원(경제 2분과)으로 활동하기도 한 최 원장. 그를 만나 21세기 철도 르네상스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가 철도강국으로 도약하는데 일조를 하며 웅비를 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과제와 미래를 소상하게 들어봤다.

- 연구원의 경영목표 및 전략을 소개해 주신다면.

▲ 원장으로 취임한지 벌써 5개월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55명이었던 보직자를 29명으로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과 인사이동을 비롯해 다양한 기관 혁신 활동을 추진해왔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철도기술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주요 핵심과제로 ‘세계적 Top-Ranking 원천기술 개발, 400km/h대급 고속화 기반기술 및 안전기술 개발, 신에너지 및 지속가능한 친환경 철도시스템 개발, 첨단 물류시스템 기반기술 개발, 글로벌화 및 개방형 기술개발 지원체계 구축, R&D 성과 확산 및 실용화 촉진, 성과 중심의 경영시스템 구축, 윤리경영시스템 구축’ 등 연구 및 기관운영 분야 각각 4과제로 선정 추진하고 있습니다.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꼭 필요한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연구개발 의지를 활성화 하는 것이 곧 철도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연구원을 발전시키는 길이 될 것입니다. 기본방침은 효율성과 생산성을 기준으로 모든 활동을 최적화하고 극대화 하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연구기관으로서 연구의 효율을 높이고 적절한 연구 과제를 선정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는 ‘선택과 집중’의 묘를 살려나갈 것입니다. 아울러 ‘기술만이 살 길’이라는 국가적 요구사항에 맞는 연구 성과와 정책 대안을 내놓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연구원이 추진하고 있는 철도기술연구를 과제별로 소개해 주신다면.

▲ 고속철도 분야에서는 이미 350km/h급 한국형고속열차가 2010년 호남선, 전라선 투입이 확정됐고, 현재는 지난해 착수한 400km/h급 동력분산식 고속철도 기술개발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고속철도가 다니지 않는 지역을 위해 개발된 시속 200km의 틸팅열차가 요즘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고속의 새로운 노선을 건설하지 않고 기존의 궤도를 사용하면서도 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4월부터 호남선, 충북선 등에서 시험운행을 시작했으며, 현재 곡선 구간 속도향상을 계속 추진 중입니다.

일체형 복합재 철도차량 차체 제작 기술과 틸팅차량용 자기조향 주행장치 기술이 각각 신기술(NET) 인증을 받았고, 또한 지난해 관련 부처로부터 출연연 탑브랜드 중 우수과제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상용화 추진과 함께 시스템 안정화와 신뢰성 향상을 위한 시운전 시험을 계속 진행할 것입니다.

도시철도 분야에서는 먼저 K-AGT 경량전철이 2010년 부산지하철 3호선 미남~안평 구간 투입을 앞두고 신뢰성 확보를 위한 시운전 시험을 경북 경산시 시험선에서 진행 중입니다. 곧 총 누적 주행거리 10만km를 달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전용궤도뿐 아니라 일반도로에서도 주행이 가능한 ‘바이모달 트램’이 올 2008년 하반기 차량 개발을 완료, 내년 2009년부터 시험운행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경량전철과 현재의 지하철을 상호 보완하는 새로운 도시철도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차세대 전동차는 기존의 도시철도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는 첨단 기술로 2012년 새로운 차량시스템이 완성될 계획입니다. 현재 전동차 운행 중 발생하는 회생 에너지를 재활용하는 에너지 저장시스템과 플랫폼 승객의 안전을 위한 화상처리식 검지시스템 등이 각 지자체 도시철도에서 시범운영 됩니다.

철도안전 분야는 4차년도 사업 막바지로, 분야별 철도 안전관리 체계 구축 등 상당수의 핵심과제가 이번에 종료될 예정입니다. 5차년도부터는 중대사고 안전대책 기술개발 분야의 핵심과제들이 진행되며, 안전성 평가시설 및 장비 구축이 본격화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국가물류표준화 사업, 선진국 수준의 공인시험인증 체계 및 시험환경 구축과 인증사업 강화 철도시험인증 등을 포함한 철도 각 분야별 핵심 원천기술이 연구개발 중입니다.

- 현재 귀 연구원의 당면 과제와 선결 해결 방안은.

▲ 그동안 철도기술은 100여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국산화에 전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를 통해 많은 수입대체 효과를 거두었고, 향후에도 경제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입니다. 그러나 순수 국산화를 위해 앞서 있는 선진국을 쫓다보니, 기술의 모방과 개선에만 머물게 돼 첨단 핵심 원천 기술에는 많은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앞으로는 지금까지 주력해 온 기술의 국산화, 선진화와 함께 한국 철도기술이 세계시장을 재패할 수 있는 첨단 핵심 원천기술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데에도 힘을 쏟아야 합니다. 철도연에서는 이를 위해 연구 역량과 방향을 지금까지 진행해 온 기존 사업에 50%, 첨단 핵심 원천기술 개발에 50% 정도로 양쪽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면서 철도 기술개발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이런 모든 역할을 정부출연연구원이 중추적으로, 또한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연구 환경 분위기가 하루속히 조정되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안정적인 연구비 확보’를 위한 계획들이 검토 추진되고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 고유가시대 친환경 고효율 철도시설 확충 및 이의 생활화를 앞당기는 방안은.

▲ 우선 철도교통이 국민 생활 속에서 함께 해 누구나 쉽고 편리하고 친근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철도가 다른 교통수단과 대등한 수준에서 경쟁이 가능해져야 할 것입니다. 방안으로 업무의 효율화 및 생산성 증대와 더불어 역 주변과 역사개발, 여행사업, 물류산업, e-비즈 등 각종 부대사업을 창출하여 수익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환경친화적이고 에너지 효율적인 철도가 교통의 중심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철도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철도산업 경쟁력의 획기적 제고’ 라는 비전을 가지고 빠르고 안전하며 편리한 철도 실현을 통하여 수송 분담률을 높여야 합니다.

즉 현재는 100km 이상 중장거리 여객에 대한 수송 분담률이 약 8% 정도지만 이를 장기적으로는 15%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 고속철도 노선 외에 지속적으로 속도를 높여서 전국 대도시를 2~3시간 이내로 연결하고, 또한 주요 철도역에 30분 이내에 접근하도록 하는 속도경쟁력 및 접근성이 대폭 향상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빠르고 편리하다고 하더라고 사고가 발생하면 철도는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를 미리 방지해 철도선진국 수준으로 철도사고를 감소시키기 위한 노력도 반드시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철도를 고부가가치 수출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선진국 대비 철도기술 수준의 격차를 줄여야 하고, 독자적이고 창조적인 철도 고속화 기술을 보유해야 합니다. 이러한 지속적인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 해외 철도시설기술사업 진출 등 글로벌화 계획은.

▲ 도시철도 표준화, 고속철도, 경량전철 개발 등 국내 실용화 부분에서 좋은 성과가 나타나고 있고, 앞으로도 좋은 소식들이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베트남 등 한국철도 기술에 우호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나라들, 그리고 철도투자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각 국으로 우리의 철도 신기술이 진출할 수 있도록 더욱 힘쓸 것입니다.

동시에 한국 철도기술의 해외전파, 기술이전, 현지인 교육 등 기술 실용화를 위한 일련의 활동을 수행할 계획입니다. 또한 외부적으로는 한국형고속철도기술진흥회, 한국형경량전철기술진흥회를 비롯해 산업체와 연계를 강화하여 창출한 기술이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향후 철도기술의 트렌드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 더 이상 철도교통을 국내용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유럽의 철도망이 국경의 개념을 허물고 유럽연합(EU)라는 거대한 공동체를 구성하는데 일조를 했듯이, 한국이 동북아 경제중심지가 되기 위해서는 철도의 표준화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물류표준화, 남북·대륙철도 연계, 궤간가변장치 기술 연구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도 대륙으로 통하는 장거리를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초고속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선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철도교통을 통한 고속화가 꿈이 아닌 현실로 이루어내기 위한 방안으로는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기술이라고 봅니다. 자기부상열차는 공기의 저항이라는 요건만 해결되면 700km/h 정도의 속도까지 가능합니다. 현재 우리 철도연구원에서는 초고속화를 위한 철도분야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해 내기 위한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육상교통으로 철도가 대륙에서 가장 빠른 수송 수단이 될 수 있도록 최소 10년 이후 활용이 가능한 첨단 기술개발에도 관심을 갖고 추진해야 하고, 또 그렇게 될 것입니다.

- 제109회 철도의 날을 맞아 철도 르네상스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고견은.

▲ 올해로 한국 철도가 109주년을 맞았습니다. 철도의 태동과 역사를 거슬러 보면, 조금은 우울한 기억들도 함께 하지만 이제는 한국의 철도기술이 국민과 국가 경제에 희망을 주는 신성장 동력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또한 우리의 철도기술과 투자 정책 또한 미래 지향적인 시각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산·학·연, 철도를 사랑하는 우리 철도인 모두가 새로운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철도는 경제, 사회, 문화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철도과학기술자들은 우리의 기술로 이루어진 철도망이 전 국토를 향해 전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꿈을 그립니다.

도시의 경량전철, 도심의 지하철, 도시를 연결하는 광역철도, 장거리 수송의 고속철도, 남북연결철도,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대륙철도, 철도물류시스템 등 다양한 철도수단이 종합적인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인적, 물적 교통으로 흐른다면 국가적 차원의 과제인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로 부상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또한 철도기술이 21세기 국가교통망의 핵심으로 거듭나기 위해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 전기철도인 및 당국, 본지에 당부하고 싶은 바는.

▲ 요즘 철도의 대부분은 전철로서 고유가 시대임에도 전기요금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전철의 에너지 비용이 디젤차에 비해 63% 이상으로 저렴합니다. 또한 탄소 배출이라든가 소음 측면에서도 탁월한 친환경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기철도는 전력 공급의 품질 고급화와 함께 전력 공급 서비스 향상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요소 기술 및 미래 첨단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아울러 전기철도 관련 공공 및 산업계의 현안 해결 등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산·학·연의 협력이 막중하다고 봅니다.

최성규 원장은….

<학력>
경기고 출신 서울대 조선공학 학사. 미국 MIT 조선해양기계 석사.
대우조선해양 근무 중 파견 미국 MIT 조선해양기계 박사.

<경력>
한국선급협회 선체검사관(선체검사). 대우조선해양(주) 선체구조연구팀장(선체구조개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도시철도사업단장, 차량연구본부장, 선임연구부장(부원장) 등 역임. 17대 대통령 인수위원회 자문위원(경제 2분과). 현재 한국시스템엔지니어링협회부회장, 한국철도산업대학원 겸임교수(철도동력학강의).

<수상>
1980. 2 대한조선학회 회장상. 1980. 2 서울대학교 동창회장상 수상. 2000. 3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상.

epj
epj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