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전철과 경전철 시대의 도래
고속전철과 경전철 시대의 도래
  • EPJ
  • 승인 2008.09.1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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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송달호 철도기술연구소 소장, 우송대학교 철도차량시스템학과 교수
이제는 유가가 조금 내려 배럴당 110불 안팎이지만 150불에 육박하면서 언제 200불에 도달할지 모른다며 천정부지로 솟아 우리 모두의 마음을 졸인 적이 바로 엊그제의 일이다. 이에 이명박 대통령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경제의 기본으로 하겠다고 하셨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기름의 75~80%는 발전 및 산업제품용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20 % 정도를 교통수단에서 사용하고 있다. 발전 및 제품생산에 사용되는 기름을 줄일 수는 없으며, 유일하게 절약해야 하는 부분이 교통수단에 사용되는 부분이다.

요즈음은 공공기관에서는 승용차 홀짝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여전히 승용차의 사용에 절제심이 부족한 형편이다. 앞으로 승용차 제한을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정부가 승용차 사용을 제한하려면 이에 상응하는 대체 교통수단을 제공해야 한다. 자전거를 얘기하는 사람도 많으나, 이는 정부가 제공할 대중교통수단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유일한 대안은 철도이다. 도시 간 철도 및 도시철도를 더욱 효율적으로 건설, 승용차의 사용을 자제하고 철도를 이용해달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도로건설에 열 올리는 정부 정책을 보면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더욱이 2012년이면 교토협정에 의거해 탄산가스 의무감축 대상국가로 지정될 것이 분명하며, 이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세우려면 경제성장률의 20% 이상을 희생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니 참으로 답답하기만 하다.

21세기는 철도가 완전히 부활하는 세대가 될 것이다. 그중에서도 고속전철과 경전철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21세기는 도시화가 더욱 진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각 개인의 시간가치가 늘어남에 따라 도시 간 이동에는 고속을 필요로 할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9.11 테러 이후에 비행기를 이용한 여행이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고속전철의 건설에 대한 관심도가 대단히 높아졌다.

현재 전 세계 고속전철의 운영노선의 연장이 1만2,500km인데, 전 세계적으로 건설이 검토되고 있는 고속전철의 길이는 5만km가 넘는다. 특히 우리나라는 고속전철의 건설에 최적의 입지를 갖고 있다. 고속전철은 대략 150~600km 정도의 거리에서 승용차와 항공기에 비해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 즉 150km 이하의 거리는 승용차를, 600km를 넘으며 항공기를 이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또한 국민들이 나라 전체에 걸쳐 고루 살기보다는 50km 정도의 거리에 있는 도시에 집중해 사는 것이 유리하다. 바로 우리나라가 그렇다.

서울-대전-대구-부산, 서울-대전-광주-목포, 서울-강릉-속초, 부산-마산-진주-순천-목표, 부산-경주-포항-삼척-강릉이 모두 이러한 거리구간 내에 있다. 남북통일이 된다면 더욱 그러하다. 서울-개성-평양-신의주, 서울-원산-함흥, 평양-원산 등도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프랑스로부터 KTX를 도입하는 일방으로 한국형 고속전철(일명 G7 열차, HSR-350)을 개발한 것이다. 경부신선 다음의 고속전철 신선에는 우리의 기술로 건설하기 위함이었다. G7 열차개발사업은 멋지게 성공했으며, 이제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고속전철 독자기술 보유국으로 우뚝 서게 됐다. G7 열차는 약간의 수정을 거쳐 2000년 들어 호남선과 전라선에 투입돼어 실용화토록 돼 있다.

우리의 이러한 독자적 고속전철기술을 국내에서만 사용하지 말고, 해외의 고속전철 건설사업에 적극 참여토록 노력해야 하겠다. 앞으로 지하철의 확충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요즈음 지하철의 건설비는 km당 1,000억원을 넘었다. 우리나라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를 고려할 때에 쉽지 않은 것이 아니라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이 옳을지 모른다.

21C의 화두는 중후장대(重厚長大)가 아니고, 경박단소(輕薄短小)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고 강하다. 경전철의 시대가 왔음을 알리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부산 3호선 2단계 사업, 용인·의정부·김해 경전철 정도가 추진 중에 있으며, 아직까지 말만 무성하고 실제적으로 추진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의 원인으로 세 가지를 들고 싶다. 하나는 국내에 경전철에 관한 기술이 충분히 확보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경전철은 지역의 교통수요는 물론 지리적 및 기후적 특성에 맞추어 설계되고 운영돼야 한다. 따라서 어떤 곳에서는 노면전차가, 어떤 곳에서는 고무바퀴 또는 철제바퀴 AGT(Automated Guideway Transit)가, 또는 모노레일이, 또는 선형유도전동기 차, 또는 도시형 자기부상열차가 필요한 것이다. 심지어는 PRT(Personal Rapid Transit, 소형궤도승용차)가 유효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는 이제 기술개발이 시작돼 고무바퀴 AGT가 개발돼 부산 3호선 2단계에 채택됐으며, 철제차륜 AGT는 철도차량 제작업체인 (주)현대로템에서 그동안의 철도차량 제작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하는 것으로 해 김해 경전철에 채택됐다.

자기부상열차는 인천 영종도에 실용화 시범노선을 건설하면서 최종 연구개발을 완성하려고 노력하는 단계에 있다. 용인 경전철은 캐나다의 봄바르디에 사의 선형전동기 차를 채택했을 뿐이다. 이에 따라 시스템의 운영경험이 없고, 가격도 차이가 많고, 특히 건설 이후의 유지보수에 대해서 자신 있게 대답해주는 곳이 없음에 따라 지자체에서 시스템을 선정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둘째는 정책 당국의 인식이다. 경전철을 표준화하고 하나의 형식으로 전국을 커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는 일부 철도연의 책임일 수도 있다. 이미 경전철은 건설하는 노선에 따라 수요의 양과 질 및 패턴이 다르고, 지리적 여건이 다르므로 맞춤형이어야 한다는 것을 언급했다. 어디에 똑같은 곳이 있단 말인가? 전 세계에 경전철이 360군데 깔려있다고 하는데, 일부에서는 경전철의 종류가 360개라고도 한다는 사실을 너무 간과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세 번째로는 여전히 경전철도 건설비가 지자체가 감당하기에 버겁다는 것이다. 건설비는 시스템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적으로 km당 150억∼600억원으로 계산되는데, 150억원보다는 300억원 정도는 봐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단지 PRT만 100억원 내외로 볼 수 있다.

이들 세 가지 문제점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길은 국내 경전철에 대한 기술개발로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지자체에서는 개발된 기술을 신뢰해 지역특성에 맞는 경전철을 선택해 건설하는 수밖에는 없다. 물론 기술개발에 있어서는 건설비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는가에 가장 큰 주안점은 두어야 함을 말할 필요도 없겠다. 그런 점에서 다른 나라에서도 아직 실용화하지 않은 PRT의 개발을 추천한다. 이미 다른 시스템은 다른 나라에서 선점하고 있는데 2등, 3등을 할 것이 아니라 그것보다는 작은 시스템이지만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1등을 하는 것이 낳지 않겠는가! 물론 다른 경전철 시스템에 대해서도 기술개발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어떻게 동시 다발적으로 연구개발비를 지원할 것인가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전 세계 경전철을 건설하려는 곳이 500군데가 넘는다는 점에서 경전철을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으로 추진, 건설사를 참여시키면서 어떤 지역의 경전철사업과 연계시킨다면 의외로 적은 국가적 지원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이제까지 고속전철과 경전철 시대의 도래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는 그냥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전망이라기보다는 우리 모두 그렇게 되도록 그러한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뜻도 담겨 있음을 부연한다. 고속전철과 경전철의 적극적인 도입으로 고유가시대에 대비하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룩하는 데 우리 철도인이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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