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학력 미기재로 인한 해고의 정당성 시비
대졸학력 미기재로 인한 해고의 정당성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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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9.1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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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최근 4년제 대학졸업 취업지원자들이 고졸학력의 취업생을 모집하는 생산직에 최종학력을 기재하지 아니한 채 취업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현대자동차의 생산직의 임금은 중소기업의 대졸사원에 비해 적지 않고, 정규직이면서 정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그 매력은 매우 크다고 한다.

우리 대법원은 입사 시 이력서에 최종학력(대학졸업)을 은폐한 행위가 취업규칙상 징계해고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 이유는 학력이나 경력은 근로자의 기능경험 등 노동력평가의 조사자료일 뿐 아니라, 근로자의 직장에 대한 정착성·기업질서·기업규범에 대한 적응성·협조성 등 인격조사의 자료로서 노사 간 신뢰관계의 설정이나 기업질서의 유지안정을 도모하는 데에도 그 목적이 있으며, 나아가 최종학력 및 경력의 누락은 취업규칙상 해고사유인 사기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되는 것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1995. 8. 22.선고 95누5943 판결). 그런데 이와 같은 판례의 태도는 노동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고학력자의 위장취업을 차단하기 위한 사용자의 입장을 지지한 것으로서 그 타당성이 의문시되어 왔다. 하지만 오늘날 대졸자의 취업문이 좁아져서 역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이고, 한편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한 노동운동에 해당하는 근로3권을 행사할 개연성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징계해고를 정당화하는 위 판례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다행히 최근에 서울행정법원(2008. 4. 3. 선고 2007구합31560 판결)은 학력이나 경력 사칭이 사전에 발각되었다면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사회적 타당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정도로 중대한 경력사항일 경우에 한하여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헌법이 근로자의 근로권을 보장하고 있고, 사회·경제적 약자에 대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인정하는바, 경력 사칭이 정당한 해고사유가 되려면 사칭된 경력의 내용,  동기, 사칭된 경력이 기업의 임금 및 근로조건의 체계를 문란하게 하거나 적정한 노무배치를 저해하는 등 기업의 질서를 현실적으로 침해하는 것인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돼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대학입학정원의 증가와 더불어 독학사 제도의 도입 등으로 4년제 대학 졸업자의 비중이 현저히 증가하고,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가속화됨과 동시에 대졸취업생의 취업률이 감소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종래 고졸 이하의 학력을 가진 근로자들이 주로 취업하던 직장에 4년제 대학 졸업자들이 취업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나아가 최종학력을 누락한 취업자가 업무자세가 불량하거나 직원 간의 위화감이 조성시키지 않는데도 마치 4년제 대졸학력만으로도 고졸 이하의 근로자들에게 위화감을 준다는 합리성이 결여된 가정 하에 고학력자를 채용하지 않는 것은 그 차별이 불합리하다. 나아가 근로자가 근로3권을 위법하게 행사할 경우에는 이를 근거로 징계를 하면 될 것인데도 불구하고 취업이전에 취업예정자가 근로3권을 행사할 가능성 때문에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위반이고 따라서 경력 및 학력사칭이나 누락은 경미한 징계사유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아직 최종 대법원의 판단이 내려지지 않아서 그 결과를 기다려 보아야 하겠지만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서울행정법원판례는 오늘날 대학취업생의 증가하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합리적이고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문의_숭실대학교 법과대학(02-820-0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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