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Books] 이달에 권하는 책
[New Books] 이달에 권하는 책
  • 박정필 기자
  • 승인 2007.05.02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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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결정-역사를 바꾼 고뇌 속의 선택들

모든 결정은 도박이다. 그래서 즐길 만하다. 실행에 옮기기 전의 모든 결정은 이처럼 결과를 ‘짐작'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위험부담이 따르게 마련이며, 그렇기 때문에 동시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묘한 스릴이 공존한다.

<위대한 결정―역사를 바꾼 고뇌 속의 선택들>은 역사 속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인물 34인의 삶을 좇아가면서 ‘힘들지만 즐길 만한 결정’의 순간들을 집중 조명한 책이다. 결과론적으로 차이를 만들고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도 했지만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듯, 역사 속에 이름을 남긴 그들의 결정 역시 힘들고 고단하기는 오늘의 우리와 마찬가지였다. 위대한 사람이기 때문에 위대한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 숱한 선택의 가능성 사이에서 내린 위험을 무릅쓴 힘든 결정이 그들을 빛나게 만들었던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루비콘 요소(Rubicon Factor)’를 언급하고 있다. 루비콘 요소란 훌륭한 리더의 의지에 있는 남다른 무언가를 뜻하는 말로 루비콘 요소를 가진 사람은 고도의 위험을 감수하는 결정을 내리며 무엇보다도 자신이 내린 결정에 따라 행동에 착수한다. 한마디로 루비콘 요소는 우리로 하여금 장애와 난관을 돌파하게 하는 힘, 즉 ‘용기’와 ‘추진력’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우리에게 잠재된 루비콘 요소가 궁금하다면, 이 책 <위대한 결정―역사를 바꾼 고뇌 속의 선택들> 속에서 찾아보는 것은 어떠할까?

<지은이: 앨런 액셀로드/출판사: 북스코프/쪽수: 352P/가격: 12,000원>

가위 들고 달리기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 어머니는 정신분열증 환자. 어거스텐의 삶은 그런 부모의 이혼으로 큰 전환점을 맞이한다. 남편이 가족을 모두 살해할 거라 철석같이 믿는 어머니가 그를 정신과 의사인 핀치 박사에게 보내버린 것. 우아하고 품위 있는 의사 집안을 생각한 어거스텐을 맞이한 것은 쓰레기와 바퀴벌레가 넘쳐나는 집, 집안 어딘가를 차지하고 있는 정신병자의 비명 소리, 그리고 정상적이라고는 볼 수 없는 괴상망측한 핀치 가족들뿐이다.

작가자신의 자전적 성장기를 다룬 소설 <가위 들고 달리기>는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후에도 2년 6개월 동안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머물렀고 지금까지 25개국에서 수백만 부가 팔렸으며 영화로도 제작된 밀리언셀러이다. 책속의 모든 이야기가 작가가 직접 겪은 실화라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열광과 혹평을 동시에 얻기도 했던 이 작품은 치열하게 웃기고 눈물 나게 끔찍하고 이상하게 감동적인 이야기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독특하고 중독성 강한 작가의 유머는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비뚤어진 어른들의 세계를 재치 있고 풍부하게 그린다. 마치 스탠리 큐브릭이 만든 블랙 코미디처럼 독자들에게 예기치 못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고, 김기덕과 윤제균이 함께 만든 영화처럼 생생하고 지독히 불편하기도 한 이 책을 판단하는 것은 분명히 당신의 성향에 달려있다. 하지만 필자가 이 책을 소개하면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 절대로 지루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은이: 어거스텐 버로스/출판사: 시공사/쪽수: 424P/가격: 10,000원>

오 하느님

<태백산맥><한강><아리랑> 등 한민족의 정서를 바탕으로 한 대하소설로 유명한 조정래의 신작 장편소설 <오 하느님>이 출간됐다.

독일 군복을 입은 앳된 얼굴의 아시아인이 찍힌 한 장의 흑백사진으로 출발하는 이 소설은 주인공 신길만이 일본군으로, 소련군으로, 미군포로가 되었다가 결국은 다시 소련에서 총살당해 생을 마치기까지 한 인간의 역사를 되짚고 있다. 소설은 이처럼 무자비한 역사가 인간의 삶을 제멋대로 구획 짓고 개인과 집단의 운명을 순식간에 결정할 때, 역사 앞에 선 인간이 느끼고 체험하는 강렬한 이질감과 위화감을 잘 형상화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오 하느님>의 작중인물들은 자신들의 기구한 삶이 다하는 그날까지도 전혀 의식할 수조차 없었겠지만 세계사의 한복판에 함부로 내던져져 있었던 것이다. 독자들이 보기에 그들의 운명이 비극적으로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들은 역사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그 자리에 있었지만, 역사가 그들을 위해 배당한 자리는 없었던 것이다. 작가 조정래는 ‘소설’이라는 또 하나의 ‘기록’의 형식을 빌려 바로 이들의 자리를 찾아주고자 한다.

조정래의 그간 대하소설들이 민족의 역사를 객관적 시각으로 재현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문자역사밖에 존재했던 개인, 인간의 존재로 눈을 돌려 그들의 역사를 ‘기록’함으로써, 역사에서 소외되어 있던 그들에게 공감하고 우리네 아픈 시대상을 주관적으로 되짚어 볼 것을 종용하고 있다. 

<지은이: 조정래/출판사: 문학동네/쪽수: 244/가격: 9,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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