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만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의지만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 박재구 기자
  • 승인 2007.02.27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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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한전 최초 여성지점장 구귀남 파주지점장

2007년 벽두 한전 역사에 또 하나의 새로운 역사로 기록될 사건(?) 하나가 발생했다. 한전 창사 46년 만에 최초의 여성 지점장이 탄생한 것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구귀남 파주지점장. 

파주지점에서 만난 구귀남 지점장은 작은 키에 수줍은 웃음이 귀여운, 하지만 꽉 찬 느낌이 드는 외유내강의 이미지를 지녔다. 접견실에서 기자를 맞이한 그에게 흔히 말하는 상석(지점장석)에 앉기를 권하자 “아직 그 자리에 앉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라고 웃으며 기자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그게 더 편하단다. 소박하고 친근한 느낌이 좋다.

“감사한 마음뿐이다. 부족한 것이 많은데 경영진들이 높이 평가해 줘서 부처장으로 승격된 것 같다. 열심히 해서 (경영진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할 생각이다.” 구 지점장은 올 초 2직급 인사에서 여성 최초로 부처장으로 승격, 그의 인생에서 또 한 번 최초라는 수식어를 추가하게 됐다.
 
구 지점장에게 최초란 수식어는 낯설지 않는 단어다. 73년 고졸 공채로 한전에 입사한 구 지점장은 지난 85년 한전 최초의 여성 과장이 되었고 99년에는 최초의 여성 부장으로 승격함으로써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남성 위주의 조직인 한전에서 늘 여성 1호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한전의 대표적인 여성간부이다.

그를 한전 최초의 여성부처장이자 지점장의 위치에까지 오를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졌다. 쉽지 않은 길이었기에 그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있지 않았을까? “항상 배우려고 노력했던 것 외에는 특별한 것은 없다. 다만 끈기가 있어 주어진 일에 대해서는 반드시 끝을 맺으려고 노력했다. 그게 전부인 것 같다.”

너무 기대가 컸나? 정말 별다른 것이 없다. 평범하다. 하지만 평범함 속에 진리가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변함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야 말로 가장 큰 힘이고,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 않을까? 결국 긴 시간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온 성실함과 노력이 오늘의 그를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남들이 가지 않은 미지의 공간을 먼저 밟기 위한 과정도 힘들지만 최초의 주인공이 되는 것 또한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 같다. 최초라는 영광과 기쁨만큼 책임도 따를 테니 말이다. “사실 어깨가 무겁고 힘들다. 여직원의 대표라고 불리는 것이 힘들었다. 하지만 힘든 만큼 처음이라는 점에서 주위의 배려도 많이 받은 것 같다.”

최초라는 수식어 달고 다니는 한전의 대표적 여성간부

73년 입사 했으니 올해로 34년째 한전에 몸을 담고 있다. 긴 시간이다. 또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추세로 볼 때 쉽지만은 않은 시간이기도 하다. 한전 내에서도 어느덧 30년 이상 근무한 분들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구귀남 지점장은 73년 익산 원광여종고 졸업 후 고졸 공채로 한전에 입사, 익산지점에서 첫 한전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30여 년간 경기 포천지점, 구리지점, 서울 성동지점 등을 거치며 하나하나 현장 경험을 쌓아왔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한전을 지원한 것은 아니다. 당시에는 직장이 다양하지 않아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하지만 구 지점장은 입사 당시 ‘한전은 국민에게 서비스하는 기업이니 입사한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라’는 선배의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근무하면서 한전에 입사한 것을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강한 자부심을 표했다.

부처장 승격과 함께 지점장으로 발령 받은 파주지점은 구 지점장이 선호했던 사업소이다. “사업소 분위기가 편안하다. 잘 왔다는 느낌이 든다”는 그는 파주지점을 청렴도 우수 사업소로 만들고자 한다며 (직원들이) 서로 배려하는 즐거운 직장, 나오고 싶은 직장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최초의 여성지점장을 맞이하는 직원들도 조금은 낯선 느낌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부임 후 직원들을 직접 찾아다는데 조금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 다가가려 했는데 어떻게 느껴질지 몰라 고민 중이다. 한 달간 지켜보고자 한다. 권위를 내세우기 보다는 사람 대 사람으로 다가서고자 한다. 인간미가 넘치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

구 지점장은 최초의 여성지점장이기 때문에 주목의 대상은 되겠지만 그것이 업무에 지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여성이라는 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켜 나갈 생각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지점장이 되고 싶다”는 구 지점장은 “지시하면 바로 (결과가) 와야 하는 급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사업소를 책임지는 리더로서 그릇을 키워야 하는 것이 숙제”라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구 지점장은 여성인력팀장을 하면서 성희롱 상담에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작한 ‘심리치료’ 공부가 부담감이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퇴임 후에도 계속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고.

“직원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지점장이 되고 싶어”

시대가 변하면서 여성의 사회진출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조직에서의 지위 또한 상한선이 없어진지 오래된 듯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 속에서 여성이 헤쳐 나가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은 것 같다.

구귀남 지점장 역시 예외는 아니었으리라. 공기업인 한전에서 여성간부로 지위를 높여가면서 조직 내에서 맡아야 할 역할도 커지고 그에 따라 주부로서 투자해야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남편의 외조가 컸다. 가족들에게는 고맙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엄마로서 아이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일이 바쁘다 보니 시부모님이 아이들을 키워 주셨고 그러다보니 단계별로 성장해 나가는 아이들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얼마 전 아이가 어릴 때 어땠냐고 물어보는 데 해줄 말이 없더라.” 그런 중에도 잘 성장해준 아이들이 구 지점장은 대견스럽기만 하다.

1남 1녀 중 장녀는 올해 대학을 진학했고 둘째인 아들은 고2가 되었다. 구 지점장은 아이들에게 “꿈을 가져라”고 말하지만 무엇이 되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고. 각자가 원하는 삶을 스스로 선택하기를 바라는 것이 구 지점장의 마음이다. 자신의 삶을 따라와 주길 바랄만도 한데 열린 마음을 가진 엄마의 모습이다.

한전을 대표하는 여성간부로서 개척자의 모습으로 살아온 구 지점장이 후배 여직원들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엄마의 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회사 제도가 좋아져 의욕만 있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고 조언이다.

“시간은 똑같다. 여성 스스로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성취하려고 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고 힘들어도 하려고 하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그는 2010년 정도가 되면 여성간부의 비율이 훨씬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웃으며 살자.”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즐기자는 것이 구 지점장의 삶의 철학이다. 남의 평가를 의식하지는 않는다는 구 지점장은 “잘 살았다는 말을 듣고 싶고 그런 모습을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30년이 넘는 한전 근무 속에서 늘 최초, 1호라는 수식어를 달고 지금까지 달려온 구귀남 지점장, 그가 보여줄 또 다른 최초의 수식어가 무엇이 될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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