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톡톡]전력피크 수급 안정화 숨은 주역 ‘수요자원’
[전력톡톡]전력피크 수급 안정화 숨은 주역 ‘수요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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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0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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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릭파워 고인석 회장]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하계·동계 전력피크에 대비한 구원투수 역할론을 이야기할 때 민간발전회사가 빠지지 않았다. 2011년 순환정전 사태를 계기로 발전소 추가 건설의 필요성에 힘이 실리면서 민간 LNG발전은 물론 원전과 석탄발전이 전력수급계획에 대거 반영됐다.

최근 전력예비율이 꾸준한 안정세를 보이면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놓고 놀려야 하는 발전소 건설보다는 기능적인 측면에서 전력수급 위기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긴급 가용자원으로서 수요자원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수요자원시장은 발전소 건설과 같은 대규모 설비 투자 없이 소비자들이 직접 전기사용을 줄여 전력피크에 대응하는 전력거래시스템이다. 2014년 11월 수요자원 거래시장 개설 당시 1.5GW 수준이던 수요자원 용량은 지난 6월 기준 약 3배 가까이 증가해 4.2GW에 이르고 있다.

2.8GW 규모의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에 8조6,000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비 부담만 놓고 보더라도 수요자원의 효율적 활용으로 누릴 수 있는 효과는 적지 않다. 이는 결국 전력도매가격을 낮추는 작용을 해 한전의 전력구매비용이 줄어 전기요금을 안정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게 된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수요자원시장은 3년 남짓한 기간 동안 총 883GWh의 전력을 감축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제주도 전체가 약 2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과 맞먹는 수치다. 거래실적이 증가하면서 첫해 1,000억원 수준이던 정산금도 2,000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수요자원이 어느덧 전력시장의 한축을 담당하며 전력수급 안정화를 뒷받침하는 에너지자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수요자원을 주요 에너지정책에 반영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100대 국정과제로 친환경 미래에너지 발굴·육성을 선정한 가운데 에너지효율 향상의 일환으로 수요관리 강화를 꼽았다. 지난해 연말 확정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수요자원을 활용한 전력피크 감축계획을 반영함으로써 보다 적극적인 수요관리 의지를 나타냈다.

특히 올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을 마련하면서도 혹시 모를 비상상황에 대비한 추가자원을 6.8GW 가량 확보한다고 밝혔는데 여기에 수요자원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언론에서 수요자원을 정치적 이해관계로 바라보고 있어 해외 전력시장과 같은 활성화를 기대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정부가 예비율을 인위적으로 높이기 위해 수요자원시장에 참여 중인 기업들의 공장 가동을 강제로 멈춰 세웠다는 게 대표적이다. 전력시장운영규칙에 따른 수요자원시장의 운영원리만 살펴봐도 이 같은 주장에 무리가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 같은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올여름에는 예비력이 1,000만kW 아래로 떨어진 상황에서 전력수요가 8,830만kW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될 경우에 한해 수요감축 요청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재난수준의 폭염이 지속되면서 지난 7월말 전력수요 전망치를 깨고 최대전력수요가 수차례 9,000만kW를 훌쩍 넘어 예비력이 700만kW 수준까지 내려갔지만 수요감축 카드를 꺼내들진 않았다. 전력공급에 여유가 있는 만큼 기업들의 생산시설 가동상황을 봐가며 수요감축 요청을 융통성 있게 조절하겠다는 뜻이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수요자원은 앞으로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DR을 비롯해 신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대응하는 역할도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선 수요자원이 용량적 개념의 가치를 갖는다는 것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수요감축 이행률을 끌어올려 수요자원의 신뢰성을 높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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