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켈리 美원자력학회장, “탈원전 정책에 원전수출을 한다는 것은 모순”
존 켈리 美원자력학회장, “탈원전 정책에 원전수출을 한다는 것은 모순”
  • 이재용 기자
  • 승인 2018.07.1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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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의 적극적 지원으로 원전인프라 유지
에너지 산업에서 원자력 패권을 되찾으려 노력
▲ 존 켈리 미국 원자력학회장.

[일렉트릭파워 이재용 기자]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이 신재생 및 가스발전을 통한 환경급전으로 전환되며 원자력 및 석탄발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풍력 및 태양광 등을 통한 청정에너지원을 이용한 발전을 통해 깨끗한 환경을 영위한다는 취지다.

원자력발전에 대해 축소정책을 펼치는 국내 발전산업과는 달리 세계 각국의 에너지 정책은 원전산업을 육성·발전시켜 나가거나 유지해 간다는 전략이 대다수다.

미국은 원자력 투자를 지난해와 비교해 증가시킨 한편, 원자력발전소에 보조금을 지급해주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원전산업을 유지해 나가는데 초점을 두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러시아·중국·프랑스 5개국을 예비사업자로 선정했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원전 2기를 건설할 예정이다.

사우디 원전건설에 2~3개 국가로 좁혀질 것으로 예상됐던 예비사업자에 5개국이 모두 선정된 데 대해 원자력계 전문가들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원전건설 기술이 선진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한다는 점에선 높은 평가를 내렸지만,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원전을 축소하는데 방향을 고수하면서 다른 나라에 원전을 수출하겠다는 데에는 적잖은 우려가 든다는 목소리다.

경주에서 7월 12~13일 양일간 열린 ‘2018 국제 원자력 안전 및 해체산업 육성 포럼’에 참석한 존 켈리 미국원자력학회장은 미국 원자력 발전의 미래에 대한 견해와 경수로 기술 및 4세대 기술의 결합이 어떻게 지속가능한 원자력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발표했다.

미국, 고준위 폐기물 최종 처분장 재기 가능성
미국은 지난 1950년에 유카마운틴을 비롯해 여러 개 부지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으로 준비를 시작했다. 이를 기반으로 1987년 미국의회는 네바다 주의 유카마운틴을 미국의 유일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로 규정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유카마운틴 처분장 건설 프로젝트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존 켈리 미국 원자력학회장은 “유카마운틴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사업 초기에는 주민수용성에 대해선 만족할만한 결과를 이끌었지만 정치적인 문제로 변질되면서 입장이 바뀌었고, 결국 오바마 행정부로 들어서 전면 백지화됐다. 하지만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는 사업을 다시 스타트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최종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에 대해 지난 정부가 공론화를 거쳐 중간저장시설 운영과 영구처분시설 운영 등의 내용을 담은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을 마련한 바 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존 켈리 원자력학회장은 고준위폐기물 처분장을 위해선 가장 필요한 것이 NRC 설계인증이 완료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주민수용성을 통한 부지선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몇 개의 중간저장시설 후보지가 결정돼 있는 상태며, 교통시스템 인프라가 갖춰져야 시설을 만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존 켈리 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신규원전 건설사업을 두고 미국 등 5개국과 경쟁하는 입장에 선 한국의 원전기술에 대해 한국의 원자력기술이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기술이라는 점을 거론했다.

에너지 산업, 세계 리더십의 척도
미국은 원전건설 분야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아 원전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국내 분석가들의 분석이다.

존 켈리 회장은 “미국은 여전히 100기 이상의 원전을 갖고 있고, 또 수명연장을 통해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설비와 보수를 지속해 왔다”고 설명하며 “미국의 원전건설 공급망이 완전히 붕괴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현재는 대형 제작사들도 다시 공장을 재가동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는 산업이라는 기본적인 범주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에너지 패권과 함께 세계 리더십을 한꺼번에 장악할 수 있기에 러시아 및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원전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성장시켜 나가고 있는 추세다.

존 켈리 회장은 미국은 원자력에서의 패권을 다시 확보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미국행정부는 원자력발전을 위해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으며, 뉴욕·일리노이·뉴저지·펜실베니아·오하이오 등 5개 주에선 원자력 보조금을 지급하면서까지 원전산업을 지원하는 이유가 원자력산업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우리나라는 노후 원전인 월성1호기의 가동을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최초 원전인 고리1호기 영구정지에 이어 두 번째 영구정지된 것이다. 특히 신규원전인 천지·대진 원전건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의 사우디 원전수주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한국이 사우디 원전수주 가능성을 높이려면 NRC DC 취득을 완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존 켈리 회장은 국내에서 원전에 대한 수명연장 없이 수명만료된 원전을 정지시키는 정책에 대해선 “원자력 발전소를 수명연장 할 수 있다는 건 명백한 것이지만 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나친 정치적 판단인 듯 하다”고 말하며 “한국에서 탈원전을 한다면서 원전을 해외에 수출한다는 것은 지나친 모순이라 보여진다. 이런 정책은 제고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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