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정책, 정치적 가치 아닌 국가 실익이 우선해야
탈원전 정책, 정치적 가치 아닌 국가 실익이 우선해야
  • 이재용 기자
  • 승인 2018.07.0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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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학회, 범국민 공론화의 장 마련 요구
산업경쟁력 및 원전산업 생태계 기반 약화 우려
▲ 한국원자력학회가 7월 9일 현 정부의 국가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해 심도있고 성숙한 범국민적인 공론화의 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점을 천명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일렉트릭파워 이재용 기자] 국내 원자력기술 분야 산·학·연 5,000여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대표적인 학술단체인 한국원자력학회(회장 김학노)가 7월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 정부의 국가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해 심도있고 성숙한 범국민적인 공론화의 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점을 천명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2018년 6월 26~28일)에 따르면 원전 확대:유지:축소 비율이 14:40:32로 ‘확대+유지’ 의견 비율이 절반을 넘어선 54%인 반면 축소 의견은 32%에 불과하다고 조사됐다. 이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1차 조사 당시에 비해 확대와 유지 비율이 10% 증가한 응답치에 해당한다.

하지만 산업부는 이런 국민여론에 반해 한수원 이사회로 하여금 월성1호기 조기 폐쇄와 신규원전 4기 최소를 결정하도록 압박하는 등 탈원전 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학회측은 주장했다.

김학노 회장은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학회는 지난 해 10월 공론화를 통해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가 결정됐고 신중한 탈원전 정책 시행을 요구했으나,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밀어붙이기 식으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한데 뒤이어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고 신규원전 부지고시를 무효화하는 등 여전히 과속질주로 강행하고 있는 탈원전 조치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고 말했다.

탈원전 정책이 세계적 추세?
김학노 원자력학회장은 월성 1호기는 5,900여억의 예산을 투입해 모든 노후 설비를 교체해 새 원전과 다름없음에도 불구하고 손익계산에 대한 정확한 해명없이 성급하게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또 신규원전 4기의 건설계획이 백지화됨에 따라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사라지게 됐고, 600여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원전 기자재 공급망 및 원자력산업 생태계의 붕괴가 예견되고 우리나라에 매우 유리하게 진행됐던 21조원 규모의 사우디 원전 수주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김학노 회장은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원자력전시회(WNE)에서도 한국의 탈원전 정책을 거론하며, 세계 신규원전 건설에서 한국이 서플라이 체인을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국가 원자력에너지 사업으로 2030년까지 1.4GW 원전 2기를 도입키로 했으며, 이사업에 한국을 비롯해 미국·프랑스·러시아·중국 5개국이 예비사업자로 선정됨에 따라 국가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학회 관계자는 사우디가 원전 사업을 발표할 당시 1.4GW 용량인 APR1400을 UAE에 수출한 경험이 있는 한국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5개국이 동시에 예비사업자로 선정돼 최종 수주에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내세우는 탈원전이 세계적 추세라는 주장도 반박했다. 1980년에 탈원전을 가장 먼저 투표로 결정한 스웨덴조차도 현재까지 마땅한 대안이 없어 탈원전 정책을 펴고 있지만 여전히 원전 의존도는 유럽에서 상위권(33%)을 유지하고 국가실익을 따져가며 원전폐쇄를 미루는 융통성을 발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공급 불안정 및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국민과 기업들이 감당해야 할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서도 짚었다.

지난해 겨울 10회나 남발된 급전지시, 한전의 2분기 연속적자와 원전가동률 저하로 인한 한수원의 대규모 적자 및 이로 인한 전기료 인상 압박 등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 김학노 한국원자력학회장.

김학노 회장은 “이런 부작용은 산업 전체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어둔 전망들도 나오고 있다”며 “특히 국가 주력산업인 반도체·철강·디스플레이·화학·태양광패널 등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산업부문은 그 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것으로 예상되고,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은 10년 정도 이후에는 걷잡을 수 없는 전기공급 불안정 및 고비용 문제를 초해하게 될 것이라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탈원전 정책의 시행이 과실로 나타나고, 결과적으로 국민혈세의 낭비와 정치적 혼란이 야기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염려했다.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에 함께 한 김명현 수석부회장은 각 대학의 원자력학과 지원자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현상을 예로 들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벌써부터 기초·연구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원자력학회는 국가 에너지정책에 대한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재검토 과정이 필요함을 제기하고, 국가와 국민의 미래만을 바라보고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에너지 정책의 재수립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학회는 정부와 정치권에 ▲미래 지향적인 에너지수급계획 재정립을 위한 범국민 공론화의 장 마련 ▲6월 15일에 개최된 한수원 이사회의 결정을 원인 무효화하고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한 신규원전 건설의 추진 ▲국내 원자력산업 생태계의 생존과 직결된 해외수출을 위해 1차적으로 사우디 원전 수주를 위한 최대한의 지원과 노력 ▲국회는 수요자와 에너지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하고 전력에너지 문제를 대통령 공약 시행에 몰입하는 독선적 정부에만 맡기지 말고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정책 시행이 되도록 노력하라는 4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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