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으로 인한 교원의 해임사례
성희롱으로 인한 교원의 해임사례
  • EPJ
  • 승인 2018.06.0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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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인 A는 X학생이 봉사활동 추천서를 받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연구실을 방문했을 때 뽀뽀해 주면 추천서를 만들어 주겠다고 말했다. 수업시간에 백허그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연구실에서 ‘남자친구와 왜 사귀냐, 나랑 사귀자, 나랑 손잡고 밥 먹으러 가고 데이트하자’는 등 불쾌한 말을 했다.

다른 Y학생에게는 수업시간에 뒤에서 안는 식으로 지도하고 학생과 한 의자에 앉는 등 신체접촉을 하는가 하면, 복도에서 마주칠 때 얼굴에 손대기, 어깨동무, 손으로 엉덩이를 툭툭 치는 행위를 했다. 또 단 둘이 있을 때는 팔을 벌려 안기도 했다. 심지어 장애인 교육 신청서를 제출하러 갔을 땐 자신의 볼에 뽀뽀를 하면 신청서를 받아 주겠다며 볼에 뽀뽀를 했다. 이런 사유로 대학은 A를 해임했으나 불복해 소청심사를 청구했고 모두 기각을 당하자 징계처분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원심법원은 X학생에 대한 A의 징계사유에 대해 피해자의 손 위로 마우스를 잡거나 어깨동무 등의 불필요한 신체접촉은 적극적인 교수 방법에서 비롯된 것이고, 피해자가 그 후에도 A교수의 수업을 수강한 점, A교수의 행위는 평소 학생들과 친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농담을 자주 하거나 연애상담을 나누기도 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에 이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Y학생에 대한 A의 징계사유에 대해선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가 좋았고 평소 친밀감의 표현으로 여러 제자들을 향해 팔을 벌려 안으려는 듯한 자세를 취한 것을 과장한 것으로 여겨지며, Y가 뽀뽀를 한 것은 그녀의 친구들이 벌인 장난 가운데 일어난 일로 원고가 이를 강요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 Y가 이 같은 행위가 발생한 후 1년 내지는 6개월이 경과한 시점에서 X의 권유로 진술서를 작성한 점 등을 모아보면 성희롱 피해자의 행동으로 보기 어렵고, 징계사유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비위 정도에 비춰 징계가 과다하게 무거워 재량권을 남용했다며 해임처분을 취소했다. 이에 대해 학교가 상고를 했다.

이에 대한 대법원(2018. 4. 12 선고 2017두74702)의 판결은 다음과 같다. 원심법원이 성희롱 피해자들이 처한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은연중에 가해자 중심적인 사고와 인식을 토대로 평가를 내렸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적절하지 않으며,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쉽게 배척했다고 지적했다.

성희롱은 직장의 사업주나 상급자가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해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또는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리고 성희롱이 성립하려면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의 내용 등을 모아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해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돼야 한다.

또 성희롱 소송의 심리에서는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하고,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구조 등으로 인해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X교수의 행위는 교실이나 연구실에서 연속적으로 발생했으며, 교수가 추천서 작성 등을 빌미로 성적 언동이 이뤄졌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이 아니라 피해자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였는지를 기준으로 심리·판단했어야 하는데 원심은 그렇지 못했다. 또 지연신고를 했다거나 적극적인 진술을 회피한 것 등은 피해자의 성적 굴욕감,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 등 때문에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런 피해자들의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한 것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파기 환송했다. 성희롱에 대한 법적판단이 피해자 보호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희롱의 기준은 앞으로도 더 예리하게 변화될 것으로 여겨진다.

최정식 교수는…

서울대 법대 동대학원에서 학사와 석사를, 연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각각 취득했으며 중앙병무청 행정심판위원, 대한주택보증(주) 법률 고문, 서울지방경찰청 법률 상담관, 고려대학교 의사법학연구소 외래교수,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 법무법인 청솔 대표변호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스카우트연맹 법률고문,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피해자배상심의위원, 서울남부지방법원 조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숭실대학교 법과대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증권집단소송법의 이해’ 등의 저서와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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