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계측기 유효거리 ‘적정 vs 짧다’
해상풍력 계측기 유효거리 ‘적정 vs 짧다’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8.05.28 09: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반경 5km 합리적… 측정값 불확도 감안
해외기준 절반 수준… 원칙·형평성 고려해야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발전사업허가 세부기준을 조정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풍황자원 계측기의 적용기준을 놓고 풍력업계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향후 갈등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현재 산업부는 풍력발전사업의 이행 가능성을 높여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목표달성을 촉진하고자 발전사업허가 세부기준 개정을 준비 중에 있다. 고시 개정을 위한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오는 6월 중 시행할 계획이다.

개정안에는 풍력에 관한 발전사업허가 신청 시 최소 1년 이상의 풍황자원을 계측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육상과 해상풍력 모두에 적용되는 기준이지만 최근 발전사업허가 신청이 몰리고 있는 해상풍력의 난개발을 막기 위한 규제다.

결국 해상풍력사업에 앞서 풍황자원 계측기를 설치해야 하는데 유효지역이 정해져 있어 이 범위를 벗어날 경우 계측기를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사업자 부담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풍력업계 일각에서는 해상풍력사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계측기 유효거리를 너무 짧게 설정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해저지형을 비롯해 계통연계·해상교통·전파영향·민원 등에 따라 계획했던 단지 위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른바 알박기 사업자들이 무작위로 사업 신청을 하는 행위를 근절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건전한 사업자들까지 부담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산업부에서 풍황자원 계측방식 가운데 하나인 라이다를 제외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점도 관심의 대상이다. 이미 해상에 라이다를 설치했거나 계획 중인 사업자들은 산업부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국내 주요 풍력단지 개발 현황

서남해·전남신안 계측기 10km 밖 위치
산업부는 풍력터빈이 설치될 지점의 바람자원을 파악할 수 있는 계측기의 유효지역을 평탄한 단순지역이나 공유수면의 경우 반경 5km, 산악이나 심한 경사면이 존재하는 복잡지역은 반경 2km 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다.

즉 해상풍력 사업자가 사업성을 검토해 특정 지점에 풍황 계측기를 설치하면 반경 5km까지만 해당 프로젝트로 인정해 주겠다는 의미다. 해상풍력단지 규모가 커 유효거리를 벗어날 것으로 예상되면 사전에 2개의 계측기를 설치해야 한다.

섬에 계측기를 설치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복잡지역에 해당될 경우 유효거리 반경이 2km로 줄어들게 돼 풍력단지 설계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

산업부가 정한 이 같은 계측기 유효거리와 관련해 적용 반경을 너무 짧게 설정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초기 사업계획 단계에서 검토한 후보지와 실제 건설되는 풍력단지의 위치가 달라질 가능성이 큰 만큼 유효거리 반경을 현실에 맞게 인정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의 배경은 해외에서 통용되고 있는 계측기 측정값의 유효거리 적용범위에 있다.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IEC 공인을 받은 미즈넷(MEASNET)의 풍황측정 가이드에 따르면 바다와 같은 단순지형의 경우 반경 10km까지 측정값을 신뢰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충분한 사례를 통해 국제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이 같은 계측기 유효거리 기준을 무시한 채 발전소주변지역 지원기준 거리와 동일한 5km를 적용한 것은 행정편의적 측면이 강해 보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현재 건설 중인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계의 해상기상탑인 해모수는 현장과 10km 이상 떨어져 있고, 지난해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전남신안해상풍력의 기상탑도 건설 예정지 10km 밖에 있다”며 “발전사업허가 기준의 개정 필요성에는 적극 동의하지만 원칙과 형평성을 고려한 세심한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즈넷은 UL DEWI, DNV GL, Deutsche WindGuard 등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풍황자원 분석 협의체다.

산업부는 이 같은 일각의 주장과 관련해 지난 3월 풍력업계 간담회를 통해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쳤다는 입장이다. 계측기 유효 반경을 5km 정도로 두는 것이 적정한 수준이라는 데 특별한 이견이 없었다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발전사업허가 기준을 개정하는 취지가 이행능력을 갖춘 사업자가 해상풍력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를 마련하는 데 있지만 공공자원인 공유수면을 일부에서 광범위하게 점유하는 것도 부적절하다”며 “반경 5km 정도면 일반적으로 400~500M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건설할 수 있기 때문에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유럽의 경우 바다에서 수십km를 나가도 바람의 변화가 거의 없지만 우리나라는 반도형태의 지형적 특성 때문에 기상변화가 심해 계측기 유효 반경을 10km로 확대할 경우 풍황자원 측정값의 불확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사업자가 해상풍력개발에 분명한 의지가 있다면 조 단위의 건설비용이 들어가는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신뢰성 확보 차원에서도 정확하고 충분한 계측기 설치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이다 선택은 사업자가 판단할 사안”
산업부가 계측기 형태를 일단 고정식 기상탑만 인정하기로 방향을 정한 부분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아직 최종 결정은 내리지 않았지만 여전히 라이다로 측정하는 방식을 인정하지 않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다. 라이다를 통해 계측한 데이터는 아직 신뢰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에너지분야 연구기관 관계자는 “풍황자원을 측정하는 방식은 사업자가 선택할 사안이지 정부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며 “사업자는 금융권의 PF를 받기 위해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방안을 찾아 풍황데이터를 측정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계측기 형태를 특정하는 것은 규제완화를 정책기조로 둔 현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방향과도 맞지 않다”며 “해상풍력사업의 이행 가능성을 높이려는 정부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적용이 확대되고 있는 라이다를 배제하는 것은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규제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