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 같지 않은 사람들, 내 뜻대로 안 되는 세상과 공존하기
내 맘 같지 않은 사람들, 내 뜻대로 안 되는 세상과 공존하기
  • 신선경 기자
  • 승인 2008.04.08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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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지금 읽어라] <어른으로 산다는 것>

저자는 ‘누구나 마음속에 상처 입은 어린아이가 살고 있다’라고 말하며 어른으로 사는 게 두렵다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카운슬링을 해준다. 몸은 어른이지만 마음은 아이인 사람들, 나이 드는 게 두렵다는 사람들, 떠올리기 싫은 과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년 이후의 삶에 대해 고민이 많은 사람들,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어른으로 사는 게 두려운가?
만약 당신이 진지한 관계를 싫어한다면, 평소에 남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한다면, 권위를 극도로 싫어한다면, 모든 게 시시하게 느껴진다면, 몽상가나 인터넷 폐인이라 불린다면, 갑자기 불안해지는 자신을 참을 수 없다면 어른으로 사는 게 두려운지도 모른다. 이러한 예들은 몸은 어른 마음은 아이인 사람들 즉 피터팬 신드롬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는 특징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신분석학적으로 보면 어린 시절을 마음속에서 떠나보내지 못한 사람들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세상은 내가 바라는 대로 움직인다는 어린 시절의 전지전능함을 포기해 가는 과정이다.

어린 시절의 행복이 너무 커서일까? 사람들은 나이가 적든 많든 마음속으로 그 시절의 행복이 다시 돌아오기를 꿈꾼다. 물론 그것이 현실이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현대판 피터 팬들은 어른이 된 후에도 ‘어린 시절’에 집착한다. 그래서 내 맘 같지 않은 사람들 내 뜻대로 안 되는 세상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 같은 현실의 피터팬들은 주위 사람들까지 고통스럽게 한다. 왜냐하면 피터팬이 멋지고 신나게 살 수 있으려면 그 뒤에서 다른 사람들이 그런 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인으로서 충분히 한 사람 몫을 다할 수 있으면서도 회피하는 이들은 매사에 일시적이고, 감정적이며, 사회 부적응 현상을 보인다. 그래서 그들은 현실에서 결코 행복하지 못하다.

어른이 되기 위한 제2의 성장통
어른이 된다는 것은 옛 것을 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아들이는 과정이다. 친숙했던 것들과 이별하고 소중했던 것들을 떠나보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기에 제2의 성장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때 제2의 성장통은 우리가 자라고 성숙하기 위해 꼭 겪고 넘어야 할 산이다. 그것을 통해 우리는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배우고, 삶을 깊게 이해함으로써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찾아가게 된다.

어른이 된 후 겪는 성장통은 더 아프다. 어른들의 경우 아이들보다 더 많은 내적 갈등을 겪는다. 게다가 정상적인 성장통에 과거에 이루지 못한 성장통이 더해진다. 상처 입은 현실에 과거에 해결하지 못하고 상처로 남아 있는 무의식이 더해지는 것이다. 심지어 어른답게 흔들리지 않고 모든 문제를 잘 견디고 해결해야 한다는 명제까지 주어진다. 그래서 어른들은 갈등을 마음 놓고 드러내지 못하고 슬픔이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마음속에 상처 입은 어린아이가 살고 있다
우리는 끝없이 욕망하는 존재이고 그 욕망이 채워지는 경우는 결코 없다. 그래서 누구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고 또 상처를 입히며 살아간다. 심지어 내 존재 자체가 타인에게 상처가 되기도 한다. 애초에 상처 없는 삶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아주 어릴 적 상처를 입었는데 그것이 치유되지 않는 경우, 상처는 깊은 상흔을 남기고 아이는 마음 깊숙이 숨어 버린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성장을 멈추어 버린다.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것의 진실을 알고 싶어 하지만 반면 그것을 피하고 싶어 하는 욕구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과거에 슬프고 괴로운 기억이 있는 경우 사람들은 대부분 진실을 회피하며 침묵해 버린다. 과거에 대한 기억을 억압하고 부정하며 그 일이 마치 꿈속에서 일어난 일인 것처럼 비현실화 시켜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침묵은 상처를 치유하기는커녕 마음속 상처 입은 아이의 분노만을 키울 뿐이다.

울지 않으면 어른이 될 수 없다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놓아주는 일은 쉽지 않다. 마음속 상처 입은 아이의 고통이 멈추기를 바란다면, 그래서 멈춰 버린 성장을 계속하게 하려면 과거를 떠나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가 마음껏 슬퍼하고 울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아이가 자기의 상처를 내보이고 거기에 약을 바를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이다.

이 작업을 정신분석에서는 ‘애도’라고 하는데, 애도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슬퍼함이요, 더 이상 우리 곁에 없는 것을 내 마음 안에 간직하는 작업이며, 떠나 버린 과거의 기억이 나의 내면으로 들어와 나의 정신구조를 형성해 가는 과정이다. 이처럼 슬픔이 왔을 때 충분히 슬퍼하고 애도하고 나면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인생의 불완전성을 받아들이며, 그동안 나를 지배하고 억압해 온 과거의 망령과 슬픔으로부터 빠져나오게 된다. 그렇게 크고 작은 애도의 과정을 거쳐야 우리는 비로소 어른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어른으로서 인생이란 상실의 강을 건너면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애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우리는 죽을 때까지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떠나보내고 맞이하는 일을 반복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은이: 김혜남
출판사: 갤리온
쪽  수: 260쪽
가  격: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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