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 현장을 찾아서]해상풍력 타당성조사, ‘부유식 라이다’로 부담 던다
[풍력발전 현장을 찾아서]해상풍력 타당성조사, ‘부유식 라이다’로 부담 던다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8.04.02 0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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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비용 줄이고 인허가 간편… 재사용 가능
에너지기술연구원, 국내 최초 실증설비 설치
▲ 에너지기술연구원이 국내 최초로 개발해 실증 중인 ‘부유식 라이다’ 모습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에너지기술연구원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부유식 라이다’ 실증에 들어갔다. 해상풍력 후보지 발굴에 필요한 풍황자원 측정을 보다 경제적이고 간편하게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돼 향후 국내 해상풍력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은 지난해 12월말 경남 통영 두미도 인근 해상에 ‘부유식 라이다’ 설치를 완료하고 본격적인 실증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상반기로 예정돼 있는 풍황 데이터 실측작업이 마무리되면 측정 데이터 고도화를 통한 신뢰성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부유식 라이다는 바다 위에 부유체를 띄워 바람자원을 수집하는 장비로 전 세계에 10기 정도 설치돼 있을 만큼 이제 막 연구개발이 시작된 분야다. 글로벌 풍력시장이 육상에서 해상으로 옮겨가면서 향후 시장 확대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부유식 라이다 개발을 주관하고 있는 에너지기술연구원은 국내 풍력산업 R&D 분야를 이끌고 있는 대표 연구기관이다. 2011년 제주 월정리 앞바다에 건설한 우리나라 최초의 해상풍력 실증단지를 성공리에 마무리함으로써 국내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

부유식 라이다 실증작업이 한창인 경남 통영 두미도 현장을 에너지기술연구원 풍력연구실 연구원들과 동행 취재했다. 이들 연구원은 정기적으로 현장을 찾아 장비 상태와 운영 현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풍황자료 수집 중
에너지기술연구원이 실증 중인 부유식 라이다는 통영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1시간 남짓 이동 후 도착한 두미도 인근 해상에 설치돼 있었다. 두미도 북측 해안에서 약 250m 가량 떨어진 곳이다. 해안에서 그리 멀지 않았지만 수심은 40m가 넘는다고 한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은 2014년 정부 R&D 과제로 부유식 라이다 개발에 착수해 작년 12월말부터 풍황 데이터 수집에 들어갔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추진되는 연구개발이다보니 개발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경남호 에너지기술연구원 풍력연구실 박사는 “부유체 설계·제작을 비롯해 라이다 자세를 안정화하는 작업과 부유체가 조류나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것을 방지하는 계류시스템 개발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며 “무엇보다 데이터 측정과 설비 상태 확인에 반드시 필요한 전원공급을 어떻게 구성할지도 고민 중에 하나였다”고 개발과정의 애로사항을 설명했다.

이어 “부유식 라이다 개발의 필요성이 기존 고정식 해상기상탑의 설치비용 부담에 있었던 만큼 경제성 확보도 중요했다”며 “세 번째 만에 부유체 설계를 완료한 이유도 흔들림을 최소화하면서 제작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 에너지기술연구원 풍력연구실의 김성완 책임연구원(왼쪽)과 이진재 연구원(오른쪽)이 부유식 라이다의 전원공급원 중 하나인 연료전지를 살펴보고 있다.

자세제어장치 특허… 라이다 수평 유지
에너지기술연구원이 개발한 부유식 라이다는 풍속·풍향 등을 측정하는 라이다를 비롯해 전원설비·데이터측정장치·자세제어장치·기준기상탑 등으로 구성돼 있다. 총 세 개의 부유체가 이들 장비를 안정적으로 지탱하도록 설계됐다.

부유식 라이다는 고정식 해상기상탑과 달리 바다 위에 떠있는 구조라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잡아주는 계류(mooring)시스템을 반드시 적용해야 한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은 시멘트 블록을 활용해 부유식 라이다를 고정했다.

김성완 에너지기술연구원 풍력연구실 책임연구원은 “각각의 부유체에 굵은 체인으로 만든 계류라인을 연결해 부유식 라이다가 일정 위치에 고정되도록 했다”며 “계류라인이 너무 팽팽하면 조류와 파도 영향으로 끊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길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은 겨울철 파도가 4m 정도에 이를 만큼 높은 편이라고 한다.

이어 “계류라인 끝에는 16톤가량의 시멘트 블록 2개가 각각 연결돼 있어 고정역할을 한다”며 “별도 설치작업 없이 미리 계산한 위치에 시멘트 블록을 빠뜨리는 방식으로 고정작업을 마쳐 설치시간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은 부유식 라이다의 측정 데이터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자세안정화 제어방법에 관한 특허도 취득했다.

자세제어장치는 조류와 파도로 인해 부유체가 흔들려도 라이다가 최대 10도 이내에서 수평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개발된 설비다. 측정 데이터의 연속성과 정밀도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풍력·태양광·연료전지로 전원공급
부유식 라이다에 올랐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풍력·태양광 등 전원설비였다. 3기의 소형풍력발전기와 6개의 태양광패널에서 생산된 전력으로 모든 장비를 구동하고 있었다. 여기에 전원공급의 안정성을 위해 연료전지를 활용했다. 일종의 자립형 에너지설비로 나노그리드를 구현한 것이다.

해상에 설치되는 부유식 라이다의 특성을 고려한 안정적인 전원공급원 구성은 핵심 연구과제 중 하나였다. 실시간으로 풍황 데이터 측정과 상태 모니터링이 가능해야 부유식 라이다의 신뢰성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진재 에너지기술연구원 풍력연구실 연구원은 “풍력·태양광·연료전지와 축전지를 활용해 전원공급을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방식을 찾기까지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1년 넘게 야외에서 모의시험을 거친 후 부유식 라이다에 적용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지금은 실증작업 중이라 현장에 자주 나가지만 상용화가 되면 3주에 한 번 정도 연료전지에 쓰이는 연료 교체작업 시에만 현장을 방문하면 된다”며 “언제 어디서나 부유식 라이다 상태를 모니터링 할 수 있어 유지관리 부담도 적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 김성완 책임연구원, 경남호 박사, 이진재 연구원(사진 왼쪽부터)

고정식 라이다 함께 측정… 데이터 신뢰성 검증
에너지기술연구원은 부유식 라이다 실증을 통해 측정 데이터의 신뢰성과 정확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부유식 라이다가 설치된 인근 부둣가에 수직 라이다 1기를 함께 설치했다. 두 라이다 간 거리는 약 300m에 불과해 주변 환경요소 차이는 거의 없다.

육지에 고정시킨 라이다에서 측정한 데이터와 부유식 라이다의 데이터를 상호 비교하는 방식으로 부유식 라이다의 측정값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것이다. 두 개 라이다 모두 지상 200m까지 10단계로 나눠 설정한 높이별 풍속·풍향을 측정한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은 이와 함께 부유체에 설치한 기준기상탑의 측정 데이터와 부유식 라이다 측정값을 한 번 더 비교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김성완 책임연구원은 “각각의 라이다에서 측정한 동시 데이터를 비교·분석함으로써 파도·조류 등 외부영향에 따른 측정값 변동을 보정프로그램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부유식 라이다의 핵심기술 가운데 하나는 수집한 바람자원 측정값을 보정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부유식 라이다로 PF 주선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계획에 따라 해상풍력 개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프로젝트 초기 사업성 검토를 위한 풍황자원 조사는 사업자에게 큰 부담이다. 일반적인 고정식 해상기상탑의 경우 기초구조물과 기상탑을 설치하는 데 40억원 안팎의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높이 치솟은 기상탑을 바라보는 지역주민의 부정적인 시선도 부담스럽다.

경남호 박사는 “부유식 라이다의 가장 큰 특징은 제작·설치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이라며 “접근성 또한 쉬워 유지관리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에 개발한 부유식 라이다의 경우 육지에서 제작한 후 바지선에 실어 현장에 설치하기까지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다”며 “장비점검과 세팅작업을 거쳐 설치 3일 만에 데이터 수집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외에 공유수면점사용허가 신청 시 간이해역이용협의 대상이라 인허가 절차가 간편할 뿐만 아니라 철거 후 이동이 수월해 다른 지역에서 재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관련 시장이 아직 초기단계라 먼 바다로 나갔을 때 신뢰성과 혹독한 날씨에 따른 데이터 측정 끊김 우려 등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경남호 박사는 “영국에서는 이미 기상탑과 부유식 라이다를 함께 사용해 측정한 데이터로 PF 금융주선을 마친 사례가 있다”며 “본격적인 상용화에 들어가 실증 사례가 늘고 관련 인증기관이 활성화되면 부유식 라이다를 적용한 PF 조성도 활발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부유식 라이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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