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풍력 확대 결국 환경부가 제동
육상풍력 확대 결국 환경부가 제동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8.03.16 0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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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생태 1등급지 환경영향평가 강화
환경 민감도 덜한 곳 발굴… ‘사업성 없어’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환경부가 환경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육상풍력 개발사업을 검토하기로 방침을 세움에 따라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고사하고 국내 풍력산업 생태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환경부는 앞으로 육상풍력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성과 주민수용성을 높여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에 기여하겠다고 3월 15일 밝혔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이날 경북 영양군에 소재한 양구리풍력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재생에너지의 원활한 3020 목표달성을 위해선 앞으로 환경성과 주민수용성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며 “풍력 입지에 대한 환경성과 경제성 간 충돌을 완화하기 위해 우선 환경적으로 덜 민감하면서 풍력 보급이 가능한 지역을 중심으로 입지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향후 육상풍력 개발과 관련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밝혔다.

하지만 풍력업계는 풍력발전의 기본적인 전력생산 원리조차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계획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과 비교해 풍황과 바람의 질이 좋지 않은 국내 여건상 풍력발전이 안정적인 전력공급원의 역할을 하기 위해선 산 정상부 인근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며 “각종 풍력지도와 사업자들이 조사한 육상풍력 입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환경 민감도가 덜한 지역은 사업성이 현저하게 떨어져 개발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풍력개발 주도권 다툼 우려
환경부의 이번 발표는 향후 도입 예정인 계획입지제도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연말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하면서 계획입지제도 도입을 예고했고, 환경부와 함께 이 부분을 협의한다고 밝혔다. 계획입지제도에는 환경영향평가를 두 번 받도록 의무화하는 등 환경성 사전 검토 내용이 포함돼 있어 환경부와의 의견조율은 불가피했다.

하지만 현재 세부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가 한창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주무부처인 산업부보다 앞서 환경부가 계획입지제도와 관련해 환경성 검토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자칫 부처 간 풍력산업 주도권을 놓고 갈등하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계획입지제도 도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상황에서 환경부가 육상풍력 개발과정의 환경영향평가를 엄격하게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힘에 따라 풍력업계는 할 말을 잃은 분위기다.

계획입지제도는 지자체가 부지를 발굴하고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거친 후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이후 다시 한 번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할 수 있다. 환경성과 주민수용성을 미리 확보함으로써 사업의 불확실성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신재생에너지법과 환경영향평가법을 개정해 제도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적용기준을 비롯해 범위·수행주체 등이 아직 결정되지 않아 프로젝트 추진을 계획하고 있는 사업자 입장에선 혼선을 빚고 있다. 기존에 한 번만 받았던 환경영향평가를 두 번 받게 돼 사업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환경부가 자의적인 해석으로 까다롭게 심의할 경우 사업 자체가 표류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도 크다.

규제만이 능사 아니다
환경부는 계획입지제도 도입과 관련해 생태1등급지·백두대간 핵심구역 등 생태우수지역에서 추진되는 육상풍력 개발사업에 대해선 환경성 검토를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이미 발전사업허가를 받아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진행해야 하는 사업을 비롯해 생태우수지역에 입지한 프로젝트의 경우 엄격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렇게 되면 이미 일정수준 추진된 육상풍력 개발사업 일지라도 사업일정을 단정할 수 없어 사업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있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선 무엇보다 시장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최근에는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다양한 시공기술과 관리방안들이 적용되고 있는 만큼 무조건 선 긋기부터 나서는 것은 국가 에너지정책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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