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 열린 국내 풍력시스템 시장
춘추전국시대 열린 국내 풍력시스템 시장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8.03.14 2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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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10개 풍력터빈 제조업체 각축
외산 공세에 국내기업 안방 사수 총력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국내 풍력시스템 시장이 수주경쟁으로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국내 4개 기업과 해외 6개 기업이 이미 진영을 갖춘 가운데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추진 중이다.

풍력시스템 제조업은 관련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풍력산업 가운데 핵심 분야로 꼽힌다. 앞서 정부가 해상풍력을 제2의 조선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면서 풍력시스템 제조업을 중심에 뒀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대기업을 포함한 7~8개 국내 기업이 이 분야에 뛰어 들었지만 현재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 업체는 4곳에 불과하다. 절반 이상이 해외 기업이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글로벌 시장 점유율 상위권에 속해 있다.

10곳에 달하는 국내외 업체가 풍력시스템 수주를 놓고 경쟁을 벌이다보니 최근 공급가격이 하락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과도한 출혈경쟁이 지속될 경우 자본력이 약한 업체부터 하나둘 정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치킨게임이 당장은 풍력터빈 가격 하락으로 표면화되지만 향후 이전 가격보다 비싸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풍력산업 꽃 ‘풍력시스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 풍력시스템 제조업체로부터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한국 풍력시장이 점차 주목받는 이유는 유럽시장의 포화와 국내시장의 성장 가능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아시아를 비롯한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거점으로서 한국이 갖는 강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풍력시스템은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환경 속에서 최적의 전력을 생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파워커브를 비롯해 가동률·유지보수·내구성 등 제품의 품질과 서비스에 따라 풍력단지가 운영되는 향후 20년간 수익이 달라지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서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이다. 특히 PF 금융주선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풍력발전 전체 프로젝트 개발비용에서 풍력시스템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상당히 높다. 국내의 경우 전체 개발비 가운데 풍력시스템은 50~60% 정도 차지한다. 나머지는 건설과 운송, 계통 등에 쓰인다. 유럽의 경우 산간지역이 아닌 평지에 건설되는 프로젝트가 대부분이라 풍력시스템 비중이 80%에 달한다.

시장 변화에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
국내 풍력시장의 풍력터빈 제조사별 점유율은 상업운전 기준 ▲베스타스(35%) ▲두산중공업(12.7%) ▲유니슨(11.4%) ▲현대일렉트릭(9%) ▲악시오나(5.6%) ▲지멘스가메사(4.2%) ▲GE(4.1%) 등 순이다. 지금까지 국내외 20여 제조업체의 풍력터빈이 공급됐지만 현재 실제적으로 수주활동에 나서고 있는 제조사는 10개 업체 정도다.

풍력터빈 글로벌 시장 점유율 선두 업체인 베스타스는 국내시장에서도 독보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2010년 전후까지 70% 이상 기록했던 국내 풍력터빈 점유율이 절반수준까지 내려갔지만 여전히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 풍력과 태양광·ESS 설비를 일괄 공급하는 동시에 통합 제어·관리하는 ‘하이브리드 솔루션(Hybrid solutions)’을 선보이며 전 세계 재생에너지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두산중공업은 3MW 해상풍력시스템 개발에 이어 5.5MW 해상풍력시스템 지식재산권(IP)을 인수하며 국내 해상풍력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대규모 해상풍력단지인 탐라해상풍력 준공과 현재 건설 중인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를 통해 이 분야 경쟁 우위를 확고히 구축하고 있다.

토종 풍력터빈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유니슨은 사업 초기부터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시장 경쟁력을 키워가는 중이다. 국내 제조업체 가운데 가장 다양한 설비용량별 모델을 확보하고 있어 프로젝트 환경에 따른 틈새시장 공략이 가능하다.

현재 육상과 해상에 모두 적용 가능한 4.2MW 대형 풍력시스템의 프로토타입 설치를 준비 중이다. 내년 상용화를 시작으로 해상풍력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질 계획이다.

지난해 4월 공식출범한 지멘스가메사는 지멘스 풍력부문과 가메사가 합병하면서 세계 선두권 풍력터빈 제조사로 발돋움하게 됐다. 전 세계 해상풍력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구축하고 있는 지멘스와 육상풍력에 강점을 가진 가메사가 손을 잡음으로써 다양한 시장 요구에 맞춤형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 효성은 해상풍력 진출을 위한 풍력터빈 업그레이드 작업을 진행 중이고, 한진산업은 직접 사이트 개발에 나서는 방식으로 풍력터빈 공급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독일 센비온이 한국시장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기존 업체들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센비온은 현재 해상풍력을 포함해 국내 4~5개 풍력개발 프로젝트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점유율 1~5위 모두 국내시장 진출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육상풍력 신규 설치용량은 47GW 수준이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12% 가량 줄어든 실적이다.

풍력터빈 제조사별 점유율은 베스타스가 가장 높고 이어서 지멘스가메사·골드윈드·GE·에너콘 순으로 조사됐다. 이들 5개 제조사는 이미 국내 풍력시장에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베스타스는 7.7GW 신규 공급으로 시장 점유율 16%를 차지하며 여전히 1위를 지켰고, 지멘스가멘사는 6.8GW를 공급해 점유율 2위에 올랐다. 골드윈드와 GE는 각각 5.4GW와 4.9GW의 신규 육상풍력터빈을 공급하며 점유율 상위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독일의 대표 풍력터빈 제조사인 에너콘도 지난해 3.1GW의 육상풍력터빈을 공급하며 안정적인 시장 점유율을 유지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시장 점유율 선두권에 올라 있는 베스타스와 지멘스가메사의 경우 유럽을 비롯해 중동·아프리카·아시아·미주 등 전 세계 지역에 고르게 풍력터빈을 공급한 점이다. 반면 골드윈드와 GE·에너콘의 경우 중국·미주·독일 등 특정지역에 공급량이 몰리는 쏠림현상이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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