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로니 프로젝트 외 2권
마카로니 프로젝트 외 2권
  • 배상훈 기자
  • 승인 2018.03.1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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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로니 프로젝트
김솔 지음 / 문학동네 / 1만3,000원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무기회사가 영업실적 부진을 이유로 이탈리아 피렌체 공장 폐쇄 결정을 내린다.

이에 유럽지역 영업본부장과 피렌체 공장장은 각 부서 팀장들을 비밀리에 모아 직원들의 동요나 저항 없이 순조롭게 공장을 폐쇄하기 위한 계획인 ‘마카로니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팀장들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될 동료들에 대한 안쓰러움과 그들을 배신한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다가도 은밀한 프로젝트에 동참함으로써 회사에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그러나 공식적인 공장 폐쇄 발표를 접한 직원들의 반발은 예상보다 훨씬 거세다.

공장의 기계를 파괴하거나 집기를 약탈하는 등 무력시위를 벌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팀장을 찾아가 동정심에 호소하기도 한다. 다가올 운명에 자포자기하며 최대한의 보상을 얻어 퇴사하려는 쪽과 어떻게든 공장 폐쇄를 막아야 한다는 쪽 사이의 팽팽한 다툼도 생긴다.

또한 공장 폐쇄 결정은 공장 인근의 식당이나 집 주인들에게도 영향을 끼쳐 도미노처럼 연쇄적인 불행을 불러일으키는데…. 각자의 생존을 모색한 이들의 노력은 결국 어떻게 될까?

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는 당신에게
정하윤 지음 / 이봄 / 1만5,800원

미술사 박사 논문이 거의 마무리되는 와중에 임신했음을 알게 된 이 책의 저자 정하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이 밀려왔다고 한다.

새로운 생명과의 만남은 분명 행복한 일이다. 그런데 원래 ‘나’의 계획은 임신이 아니라 서둘러 학위를 마치고 일자리를 얻어 커리어를 쌓는 것이었다. 저자는 앞으로 진행될 미래를 단 하나도 예측할 수 없어 두려웠노라고 고백한다.

남편과 둘일 때는 계획적인 삶을 사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는데 엄마가 되고나니 자신이 아닌 아이의 하루 일과에 맞춰나가야 한다는 것 역시 심정적으로 쉽지 않았노라고 고백한다. 삶의 전반에 대한 결정권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고 말한다.

그때 그에게 말을 건넨 것은 그림들이었다. 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그림을 보여주고 싶어서 이 책을 집필했다는 저자가 첫 번째로 소개하는 그림은 우리의 예상을 깬다.

포동포동한 아이와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엄마, 그리고 그 둘 사이에 흐르는 평화로운 분위기. 우리가 생각하는 모자상은 이토록 따뜻하다. 그런데 저자는 함메르쇠이의 ‘휴식’을 가장 먼저 꺼내들었다.

트랜스휴머니즘
마크 오코널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1만7,000원

트랜스휴머니즘은 감각·지능·수명 같은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려는 첨단 과학기술 운동이다. 수십 년간 과학기술에 영향을 미쳐오다가 최근 몇 년 사이 임계점을 넘었다.

이 책의 저자인 마크 오코널은 트랜스휴머니즘 운동을 취재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앞선 인체냉동보존 시설인 알코어 생명연장재단을 찾아 죽음을 막는 방법을 살펴봤다. 또한 전자장치를 피부 밑에 이식해 감각 능력을 강화하는 언더그라운드 바이오해커 집단을 찾아간다.

인류가 초인공지능의 희생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탐구하는 기계지능연구소 연구원들도 만난다.

이 여정을 통해 오코널은 새롭게 떠오르는 트랜스휴머니즘을 논리적이면서도 유려하게 서술하며 동물로서의 인간 조건을 초월하려는 오래된 열망, 즉 최초의 종교만큼 시원적이고 고대 신화만큼 근본적인 욕망을 들여다본다.

인간의 몸을 구닥다리 기계장치로 간주할 때 생겨나는 아찔하고도 섬찟한 가능성을 파헤치는 그의 탐구는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역설적이면서도 우아한 성찰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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