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한수원 기술본부장, “원자력은 기술의 에너지… 안전은 기본”
이종호 한수원 기술본부장, “원자력은 기술의 에너지… 안전은 기본”
  • 이재용 기자
  • 승인 2018.03.1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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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기술본부, 기술력으로 ‘원전 안전성’ 최대 목표
4차 산업혁명 대응… 자동예측진단용 빅데이터 구축
산·학·연 공조 해외시장 공략으로 ‘선택’과 ‘집중’ 필요
▲ 이종호 한국수력원자력 기술본부장.

[일렉트릭파워 이재용 기자] “원전의 발전원가 중에서 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이내입니다. 나머지의 대부분은 건설비, 인건비 등입니다. 다시 말하면 원자력은 기술로 만드는 에너지입니다. 사람은 원전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일을 하며 이것이 곧 기술입니다. 그래서 기술본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종호 한국수력원자력 기술본부장은 원자력발전과 기술본부의 역할에 대해 말했다.

24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5기의 원전을 건설하는 한수원은 세계 3대 원자력발전회사에 속하며, 기술본부에서는 한수원에서 기술업무를 총괄한다.

기술본부의 태동은 발전소 현장에서 발생되는 기술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필요성으로 시작됐다. 또 품질서류 문제, 재료불일치 문제 등 신속하고 전문적인 현안 해결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13년 12월 엔지니어링본부가 출범됐다.

이를 기반으로 엔지니어링 총괄, 기술개발, 정책, 내진기술까지 업무를 확대해 2015년 12월 기술본부로 출범했다.

이종호 기술본부장은 ‘원전안전’과 ‘안전성 확보’를 최대 목표로 두고 있다고 강조한다. 원전 초창기에는 외국에서 기술을 도입했지만, 이제는 자체 기술개발을 넘어 원전선진국보다 한발 앞서가야 한다며 기술본부는 궁극적으로 원자력 운영 및 건설에 대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춰 원전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최대목표라고 말했다.

원전기술 향상으로 안전과 성능 업그레이드
발전소를 운영할 때 쓰이는 전반적인 기술을 엔지니어링이라 한다. 엔지니어링은 기계, 구매, 설계, 플랜트 4가지로 나눌 수 있으며 방법은 설비정비, 기기관리, 안전성관리로 분류된다.

엔지니어링을 정착화시키는 38개 선진 엔지니어링 프로그램이 있는데 형상관리는 발전소의 부품·계통의 서류와 발전소 현장상태가 설계요건대로 제대로 돼있는지 시스템적으로 관리한다. 또 정비를 할 때 기기의 신뢰도를 반영해 정비주기를 결정하고 오래된 기기에 대해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해 설비수명을 관리한다. 이 외에도 부품구입시 스펙에 맞는지 적기에 만드는지 관리하는 Procurement 엔지니어링도 있다.

이종호 기술본부장은 “엔지니어링 선진화의 목표는 원전을 수출해서 다른 나라에서 우리의 원전을 운영해도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은 항상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이종호 기술본부장은 말하며, 이는 원전 기술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한다.

APR1400은 국내 기술로 만든 수출형 원전이다. 한수원 기술본부는 APR을 넘어선 더 안전하고 성능이 우수한 원전개발에 착수했다. i-Power라 불리는 세계 최고의 안전성을 지닌 미래 피동형 원전을 개발 중이다. 피동형 원전은 자연현상을 이용해서 원자로를 냉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현상을 이용하기 때문에 발전소에 전력이 공급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해도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다. 기술본부는 신형 원전 개발을 포함해 발전소 인허가 문제, 현안 등을 해결하기 위해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 동반자적 관계구축 중요
이종호 기술본부장은 수출형 원전의 토대를 쌓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1990년 웨스팅하우스와의 기술전수계약을 통해 OPR1000 기술개발 토대를 만들었지만 이는 특허와 저작권 사용에 제한이 따랐다. 이를 장기간 협상을 거쳐 기술사용협정을 다시 체결함으로서 원전을 해외에 수출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확보했다.

▲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원전안전성 워크숍에 참석한 이종호 한수원 기술본부장이 발제자의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또 OPR1000의 후속모델인 APR1400 신형원전 개발에 참여했으며, 2008년에는 한수원 해외사업처 근무시 핀란드를 대상으로 처음으로 APR1400 해외마케팅을 시작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더 나아가 ARP1400이 한전의 수출모델이 될 수 있도록 자문과 기술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노력의 결과들이 모여 2009년 UAE 원전수출계약을 맺는 쾌거가 이뤄질 수 있었다며 지난 일들을 회상했다.

한수원 기술전략처장, 중앙연구원장, 기술본부장을 역임하면서 이종호 기술본부장은 미국 NRC의 설계인증 취득을 추진 중이다. 현재는 3단계 심사를 통과했으며 2019년 인증을 취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종호 기술본부장은 ▲기술력향상 ▲글로벌 역량제고 ▲미래대응 ▲소통강화 4가지를 중점으로 기술본부의 운영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한수원은 명실상부한 기술회사며 기술역량 확보만이 원자력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게 이 본부장의 고집이다.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해 원전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한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중장기 설비투자와 최신기술 기반의 기기관리를 통해 수출경쟁력을 높여 세계속에서 통하는 원전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또 신규원전시장과 해체시장의 꾸준한 확대가 예상된다며 미래 원전산업계를 이끌어가기 위한 빅데이터·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원전기술을 이미 개발 중이다.

4차 산업혁명 대응한 기술력 확보
지난해 연말 한수원은 24개 원전 1만6,000개 설비의 데이터를 온라인으로 연계해 자동예측진단용 빅데이터를 구축했다. 올해는 10종의 기기에 대해 적용할 예정이다.

이종호 기술본부장은 “한수원은 원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기업이며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원전기술의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원전 안전성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술도 많은 정보가 있어야 신뢰도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한수원은 24기의 원전을 운영하기 때문에 정보수집에 매우 유리하며 이같은 대규모 회사의 장점을 살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선도적으로 원전에 접목시키고 있다는 게 이종호 본부장의 설명이다.

기술본부는 올해 IoT기술 등을 이용해 보다 많은 신호와 딥러닝 기법을 활용해 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원전 설계와 건설에 4D기술을 도입한 바 있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원전설계를 최적화하고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건설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예측정비는 설비의 상태를 감시·비교·분석·평가해 결함을 조기 진단하고 예방하는 활동이다.

이종호 본부장은 “한수원은 24개 원전 1만6,000개 설비의 데이터를 온라인으로 연계해 자동예측진단용 빅데이터를 구축 완료한 상태”라며 “올해 8월까지 터빈-발전기, 충전펌프 핵심설비 5종 240대에 대해 시범적으로 자동예측진단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2020년까지 가동원전 24개 원전의 전체 약 300종 1만6,000대 설비에 기술을 적용하고 3D 전산설비 모델 개발 등의 기술을 계획적으로 확보할 예정이다.

해외 시장공략, 산학연 협조 통한 선택과 집중 필요
IAEA·WNA에 따르면 약 160여 기의 신규원전 건설이 예정돼 있다. 중국·러시아·프랑스 등 자체적으로 건설과 공급이 가능한 국가를 제외하면 약 70기의 신규원전 시장이 존재하는 셈이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원전수출은 전방위적 국가대항전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정상외교를 포함한 국가 차원의 수주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러시아·중국 등은 차별화된 원전도입국 지원방안을 제시하는 등 공격적인 수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내 원전은 신고리2호기가 최초 상업운전 이후 4주기 연속(1만8,652일) 무고장 안전운전을 달성하는 등 우수한 원전 운영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 건설분야에서도 다른 경쟁국가들이 공사기간이 늘어나고 예산이 증가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만 국내 원전건설 기술은 UAE 사막에서도 정해진 예산 범위내에서 원전 공사기간을 맞추는 ‘On time On budget'을 보여주고 있다.

이종호 기술본부장은 “제2의 UAE 원전수출을 달성하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리스크 분석을 통해 공략시장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고 산·학·연의 긴밀한 협조가 중요하다”며 “대규모 자금조달과 같은 국가차원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원자력산업은 경제적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UAE원전만 하더라도 4기건설·운영·정비에 80년동안 100조의 경제적 효과를 유발한다.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국내 원전이 내수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종호 기술본부장은 국가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성장을 위해선 원전의 해외사업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협업·집단지성 활용으로 원전 안전성 확보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올해 힘든 시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게 원자력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이와 함께 국민들에게 원전의 안전성을 알림으로써 안심시키는 게 원자력계의 숙제이기도 하다. 만약의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원전주변 토양이 방사능으로 오염되지 않고, 지역주민 대피가 필요없도록 안심할 수 있는 안전기준을 만들자는 게 신안전기준 수립의 목표다.

국내 원전은 2019년 말까지 전 원전으로 대상을 확대·스트레스 테스트를 수행하고, 전 원전의 부지단위를 대상으로 극한의 자연재해와 인위적 재해, 중대사고에 대비해 안전성을 향상시키도록 하는 사고관리계획서가 법제화됐다.

한수원 기술본부는 2016년 경주지진 이후 지진종합대책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가동원전 핵심설비의 내진성능을 개선하고 발전소 기반시설의 내진 건전성을 점검하는 등 안전한 에너지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종호 기술본부장은 “원전산업은 수많은 분야로 이뤄져 있고 복잡한 기술이 서로 연계돼 있다. 각 분야 전문가는 있지만 모든 분야를 다룰 줄 아는 전문가가 없는 것이 원자력계의 현실이다”라며 “때문에 협업과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열린 마음으로 의견을 주고받으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안전은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만 원전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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