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감축분 없이 국내서 온실가스 37% 감축 가능”
“해외감축분 없이 국내서 온실가스 37% 감축 가능”
  • 배상훈 기자
  • 승인 2018.01.18 14: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온실가스 감축로드맵 수정·보완방향’ 세미나 개최
정합성 제고·통합적 정책목표 달성 위해 의견수렴
▲ ‘온실가스 감축로드맵 수정 및 보완의 방향’ 세미나 전경

[일렉트릭파워 배상훈 기자]새 정부는 지난해 10월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발표한 데 이어 12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과 환경성·안전성을 대폭 보강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는 등 친환경 중심의 에너지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에너지·환경정책 방향을 반영해 정부는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기본로드맵’(이하 기본로드맵)을 올해 상반기 중 수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기본로드맵은 ▲2016년 12월 파리협정의 성공적 이행 ▲효율적인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37% 달성을 위해 각 부문별 감축수단을 고려한 감축목표 설정 ▲구성원 간 역할분담을 포함하는 통합적 국가 기후변화 대응 계획을 중심으로 수립됐다.

하지만 기본로드맵이 채택한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절대치가 아닌 배출예상량을 기준으로 설정돼 있고 해외 감축분 11.3%의 실효성과 감축 주체의 모호성에 대해서는 꾸준히 논란이 이어져왔다.

또한 기본로드맵 수립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 여부와 국민 수용성에 대한 문제 역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 강창희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기본로드맵은 애초 수립 당시부터 신기후체제 조기 출범으로 파리협정의 세부 이행규칙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표됐다. 특히 향후 급변하는 국내 경제여건과 국제기후변화 정책 기조 변동성을 반영해 단계적으로 반영한다는 전제 하에 마련됐다.

기본로드맵은 올해 수립될 예정인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이나 기 수립된 전력수급기본계획, 현재 운영 중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등 주요 에너지정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때문에 정책 간 정합성 제고와 통합적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선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이 필수적이다.

기후변화센터(이사장 강창희)는 1월 1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온실가스 감축로드맵 수정 및 보완의 방향’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기본로드맵 수정·보완에 대한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마련됐다.

이 자리에는 강창희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을 비롯해 이래균 한국철강협회 기술환경실장,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 등 산학연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강창희 이사장은 “국가정책은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도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이 유지돼야 한다”며 “온실가스 감축로드맵 수정·보완작업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로드맵은 합리적 에너지전환 정책을 바탕으로 사회경제적 영향과 경제주체에 대한 배려 및 소통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유승직 숙명여대 교수

국내 온실가스 2050년 기준 50~60% 감축 적정
유승직 숙명여대 교수는 국제사회 온실가스 감축 현황과 추세에 비춰 한국의 2030 감축 목표를 평가했다. 이어 온실가스 감축로드맵 수정의 기본방향과 핵심사항을 제안했다.

유승직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마지못해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여왔다”며 “글로벌 추세에 맞게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IPCC 5차 보고서가 권고하는 감축목표를 고려해 우리나라는 2010년 배출량 6억5,700만톤 대비 2050년 기준 50~60%(2억6,300만톤~3억5,900만톤)를 감축한다는 목표가 적정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전력수요 하락 등으로 인한 BAU 재전망 자연감축분을 고려해 감축목표를 상향 조정하고 국내 이행을 최대화 할 경우 해외감축분 없이도 국내에서 2030년까지 BAU 대비 37% 감축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승직 교수는 “장기 감축목표를 고려해 기본로드맵 역시 2050년 장기 감축목표 경로에서 2030년 감축목표를 평가해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총량을 설정하고 이를 5년 혹은 연단위로 배분할 것을 제안했다.

산업계, 해외감축분 11.3% 떠안을까 우려
유승직 교수의 발제 후에는 패널토론 및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이 자리에서 상호 의견을 공유했다.

산업계를 대표해 토론자로 참여한 이래균 철강협회 실장은 “감축 로드맵과 관련해 산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해외감축분 11.3%를 산업계가 떠안게 되지 않을까란 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2016년 12월 수립하고 지금 2년이 채 안된 시점에 다시 수정을 하는데 수시로 정책이 바뀌면 정부와 산업계 간 신뢰관계가 형성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래균 실장은 “정부가 기본적인 데이터는 공개하고 공식 데이터의 신뢰성을 제고하면서 기초에 충실한 로드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엽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은 “에너지·미세먼지 이슈에 비해 온실가스는 국민 체감도가 낮은 이슈”라며 “조급히 서두르기보다는 차분하게 제대로 수립해서 지속적이고 꾸준히 정책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2030년까지 BAU 대비 37%라는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와 기존에 발표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재생에너지 3020 등 에너지전환 정책 간 정합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키포인트인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엽 연구위원은 “8차 수급계획에 따르면 전환부문 감축률이 종전의 19.3%에서 26.4%로 늘어나는 셈인데 이런 점이 로드맵에 반영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8차 수급계획을 보면 석탄발전은 늘어나고 LNG 발전은 줄어드는데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여부와 별개로 이런 방향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온실가스 감축 측면에서 이번 로드맵이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 세미나 발제후 진행된 패널토론 모습

온실가스 추가 감축수단 개발해야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기본로드맵과 관련해 몇 가지 주요 쟁점을 되짚었다.

먼저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에 대해 “일각에서는 한국이 배출 정점에 도달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BAU 대비 목표설정방식이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지적하며 아직 국내 배출량이 정점에 도달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할 때 선진국처럼 총량목표로 가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부분도 언급했다.

임재규 본부장은 “8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른 발전부문 감축률 24.6%는 산업부문·수송부문의 간접 배출량을 포함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목표치를 초과 달성한다는 주장은 맞지 않으며 오히려 밑도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문제는 500만톤~1,000만톤을 추가 감축하기 위한 수단이 별로 없기 때문에 감축수단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감축분 11.3%와 에너지 신산업에 할당된 감축목표치에 대해서도 감축 주체가 모호한 만큼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점도 피력했다.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은 “지난해 12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발표됐고 국가온실가스 감축 기본로드맵이 상반기에 수정 완료될 계획이라 결과적으로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은 앞의 두 정책을 반영하는 순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8차 전력수급계획에 누락된 저탄소 개념을 이번 기본로드맵을 통해 보완해서 향후 에너지 기본계획과 9차 전력수급계획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외감축분 11.3%를 분리하지 말고 국내 감축목표 37%를 전 국민이 함께 줄이는 것을 수정의 기본방향으로 잡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신산업을 별도 항목으로 두는 것은 글로벌 표준에 맞지 않기 때문에 삭제할 것과 이 부분을 포함한 부문별 감축목표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은 “산업경쟁력을 고려해서 산업계 감축률을 12% 미만으로 하자는 암묵적 조건 등은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사회에서 이미 인정된 온실가스 감축 수단, 즉 열병합 발전·우드팰릿 활용 혼소발전 등을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희 사무총장은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축로드맵, 배출권거래제, 미세먼지 대책, 에너지 기본계획을 연계해서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좌장을 맡은 전의찬 세종대학교 교수는 “핵심은 에너지 기본계획과 국가온실가스 감축 기본로드맵, 기후변화 계획이 함께 가야한다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전문가, 산업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많이 하겠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센터는 이번 세미나를 시작으로 향후 지속적으로 의견수렴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올해 2월 초에는 온실가스 감축 기본로드맵을 주제로 공개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