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방안 뒤로 미룬 ‘재생에너지 3020’
세부방안 뒤로 미룬 ‘재생에너지 3020’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7.12.2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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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 쏠린 ‘계획입지제도’… 방향만 제시
신규 설비 48GW 건설… 대규모 사업 중심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현재 7.6% 수준인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 20%까지 확대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3020’ 에너지전환 로드맵이 확정됐다.

정부는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풍력·태양광을 중심으로 48.7GW 규모의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를 건설하기로 했다. 이에 따른 필요재원은 9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월 20일 서울 상암동 에너지드림센터에서 ‘제2회 재생에너지 정책협의회’를 개최하고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안)’을 발표했다.

이번 이행계획의 주요 내용은 ▲2030년 재생에너지 총 설비용량 63.8GW 달성 ▲풍력·태양광 47.3GW 신규 건설 ▲계획입지제도 도입 ▲폐기물·우드펠릿 REC 가중치 축소 ▲한국형 FIT제도 도입 등이다.

일단 보급여건을 비롯해 환경·수용성·입지선정·산업화 등 재생에너지와 맞물려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전반적으로 다루기 위해 고민한 흔적들이 보인다. 예를 들어 태양광 모듈이나 풍력 블레이드 등 운전수명을 다한 부품들의 폐기물 처리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로 평가된다.

다만 수차례에 걸쳐 발표까지 미뤄가며 수정·보완한 내용에 구체적인 세부방안들이 빠져있어 반쪽짜리 이행계획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계획입지제도의 경우 도입 취지와 절차 등 방향만 간략하게 설명돼 있을 뿐 적용기준을 비롯해 범위·수행주체 등 사업자가 실제 궁금해하는 내용은 이번에 담기지 않았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이번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내용은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의지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수준의 정책방향 나열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며 “정작 관련 업계가 현안으로 제시했던 부처 간 갈등 해소 방안이나 실질적 규제완화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시간적 제약을 감안해 현 정권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역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며 “향후 추진될 제도개선 과정에서는 산업계가 정부정책을 믿고 중장기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과감한 행동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의 이번 발표 내용에는 ‘신재생에너지’란 표현이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제도개선 과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관련 법률인 ‘신재생에너지법’을 부득이 사용한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이 같은 정책방향이 여타 다른 재생에너지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폐기물·우드펠릿 REC 가중치 축소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16년 기준 13.3GW 수준인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우선 2022년 27.5GW로 2배 가까이 늘리고, 2030년에는 63.8GW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 같은 설비용량이 확보돼야 2022년 10.5%에 이어 2030년 20%의 발전 비중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향후 13년간 확대되는 48.7GW의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 가운데 95% 이상을 풍력과 태양광으로 채울 방침이다. 풍력은 16.5GW 늘리고, 태양광은 이보다 2배 가까이 많은 30.8GW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30년까지 매년 약 1.2GW와 2.3GW씩 풍력과 태양광이 새로 건설되는 셈이다.

풍력의 경우 육상과 해상에 대한 구체적인 설비규모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부는 육상 4.5GW와 해상 12GW 수준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2030년 에너지원별 설비 비중은 크게 달라진다. 2017년 기준 태양광(38%), 폐기물(25%), 바이오(16%), 수력(12%), 풍력(8%) 순이던 설비 비중이 2030년에는 태양광(57%), 풍력(28%), 폐기물(6%), 바이오(5%) 등의 순으로 변경된다. 풍력과 태양광으로 전체 재생에너지의 85%를 채우는 것이다.

정부는 환경을 고려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라 폐기물·우드펠릿 등의 REC 가중치를 축소하는 동시에 비재생 폐기물을 재생에너지에서 제외키로 했다.

‘한국형 FIT제도’ 5년간 한시적 도입
정부는 48.7GW 규모의 신규 설비 확충을 위해 ▲주택·건물 등 자가용 설비(2.4GW) ▲협동조합 등 소규모 사업(7.5GW) ▲농가태양광(10GW) ▲대규모 프로젝트(28.8GW) 등 다각적인 개발방식을 모색했다. 이 같은 접근을 통해 우선 2022년까지 12.4GW의 신규 설비를 확보하고, 이후 2030년까지 36.3GW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정부는 우선 대규모 프로젝트 개발을 통해 가장 많은 28.8GW의 신규 설비를 확보할 예정이다. 향후 5년간 5GW를 공급한데 이어 2030년까지 추가로 23.8GW를 개발한다.

정부는 단기목표인 5GW의 경우 민간사업자와 발전공기업에서 제안한 프로젝트 가운데 이행 가능성이 높은 개발사업을 중심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육·해상풍력를 비롯해 ▲수상태양광 ▲석탄발전 부지 활용 ▲원전 유휴부지 활용 등의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다.

장기목표인 23.8GW의 경우 RPS 의무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여 공급의무사업자들의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을 유도할 계획이다. 부지 확보 문제는 새만금과 같은 대규모 간척지 활용과 계획입지제도 등으로 해소한다는 구상이다.

농가태양광을 통한 10GW 확보 목표는 염해 간척지와 농업용 저수지 등에 태양광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달성할 계획이다. 또 농사와 태양광 발전을 병행하는 ‘영농형 태양광 모델’도 새로 도입한다.

협동조합 등 소규모 사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2011년까지 운영되다 폐지된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한시적이나마 다시 도입하기로 한 부분도 눈에 띈다.

정부는 일반 국민들 누구나 쉽게 소규모 태양광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7.5GW 규모의 신규 설비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국형 FIT제도’를 향후 5년간 한시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한국형 FIT제도는 기존 RPS제도와 FIT제도의 장점을 결합한 것으로 소규모 사업자의 안정적인 수익보장과 절차 간소화를 위해 도입하는 일몰제도다. 협동조합과 농민의 경우 100kW 미만, 개인사업자는 30kW 미만으로 제한했다. REC 발급이나 입찰 등 복잡한 절차를 생략하고 6개 발전공기업에서 20년간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했다.

▲ 계획입지제도 절차


환경영향평가 2회 받아야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발표에 앞서 업계에서 가장 관심을 가졌던 부분은 ‘계획입지제도’ 내용이다. 풍력·태양광 업계가 현안으로 제시한 부지 확보 문제를 정부가 직접 나서 해결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컸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는 제도도입 취지와 절차 등만 포함돼 있어 업계는 적잖이 당황한 분위기다. 환경부와의 의견조율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만큼 섣부른 세부방안 발표가 오히려 풍력과 태양광 확대에 역효과를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검토한 계획입지제도는 지자체가 부지를 발굴하고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거친 후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다. 이후 다시 한 번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 최종적으로 인허가를 내주는 방식이다. 환경성과 수용성을 미리 확보함으로써 사업의 불확실성을 낮추겠다는 뜻이다. 2018년 중으로 신재생에너지법과 환경영향평가법을 개정해 제도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적용기준을 비롯해 범위·수행주체 등이 아직 결정되지 않아 프로젝트 추진을 계획하고 있는 사업자 입장에선 혼선을 빚고 있다. 기존에 한 번만 받았던 환경영향평가를 두 번 받게 돼 사업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환경부가 자의적인 해석으로 까다롭게 심의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사업자에게 돌아가게 돼 이 부분에 대한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에너지공단 등 전문기관에서 부지 발굴 지원
산업부에 따르면 계획입지제도는 육·해상풍력과 태양광 모두에 적용될 예정이다. 육상풍력의 경우 개발 가능 부지가 적어 계획입지제도 적용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오히려 배제시키는 것이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어 일단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해상풍력의 경우 초기 단계라 전기사업허가를 받은 사업자가 일부에 지나지만 육상풍력의 경우 이미 많은 사업자들이 전기사업허가를 받아놓은 상태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전기사업허가를 받은 사업자가 새로운 계획입지제도 적용을 받는 것은 사업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 관계자는 “기존에 전기사업허가를 받은 사업자까지 계획입지제도에 포함시킬지에 대한 사안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결론이 난 부분은 아니지만 기존에 전기사업허가를 받은 사업자도 계획입지제도 틀 안에서 지자체와 협의해 풍력단지 개발을 추진하는 방안을 포함해 세부적인 적용범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자체가 직접 부지를 발굴한 후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하는 부분도 모호하다. 일반적으로 평지에 건설되는 태양광과 달리 육·해상풍력은 입지환경에 따라 사업성 차이가 크기 때문에 입지선정 작업에 상당한 전문성이 요구된다.

결국 전문기관이나 개발사업자가 이 부분을 지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어디서 수행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만일 개발사업자가 입지조사 지원에 나선다면 이후 실제 사업자 선정 시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지 발굴과 전략환경영향평가 작업을 지자체에서 단독으로 수행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며 “에너지공단이나 에너지기술평가원과 같은 전문기관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계획입지제도의 적용을 받는 프로젝트 기준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인허가·민원 등의 걸림돌이 큰 대규모 사업은 그렇다 치더라도 소규모 사업까지 계획입지제도에 편입시키면 사업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향후 계획입지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사업자들의 개별적인 개발행위는 그대로 허용된다. 다만 정부차원에서 개발지구를 지정하는 방식의 계획입지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개별 사업자들의 독단적인 사업 추진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정부는 국무조정실이 총괄하는 민관공동협의체를 구성해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점검·평가할 계획이다. 또 간사 기관인 산업부의 역량을 넓히기 위해 관련 조직 개편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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