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와 감동을 넘어 치유와 회복에 이르는 <즐거운 나의 집>
재미와 감동을 넘어 치유와 회복에 이르는 <즐거운 나의 집>
  • 신선경 기자
  • 승인 2008.03.14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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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지금 읽어라] <즐거운 나의 집>

<즐거운 나의 집>은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 아들, 그리고 아빠가 만나고 헤어지기도 하며 모든 가족이 겪는 행복과 불행, 웃음과 눈물, 생과 사가 담겨 있다.

읽는 내내 ‘우리 집도 이런데……’ 하고 중얼거리며 미소 짓게 하는 이 소설은, 불완전해 보이는 가족 때문에 마음의 지독한 몸살을 앓으며 사춘기를 넘어야 했던 위녕의 목소리로 시작된다. 10대의 마지막을 엄마와 함께 보내면서 그토록 간절했던 진정한 이해와 사랑을 통해 자신의 소중함을 되찾아가면서 삶의 주체로 당당하게 성장하는 위녕의 이야기는 상처와 고통의 치유가 어떻게 가능한지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을 읽어가노라면 가족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들에게 새겨진 상처를 치유하는 경험을 하게 되며, 작가가 선물한 금빛 열쇠를 손에 쥐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만의 세상을 열어갈 큰 위로와 격려를 얻게 될 것이다. 자칫 심각해기기 쉬운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가족의 의미’를 주인공 위녕을 통해 10대 소녀 특유의 당돌하면서도 유쾌한 필체로 그려낸 공지영의 이 작품은 우리 가슴에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파문을 일으킨다.

가족, 그 특별함에 깃든 평범함의 발견

‘엄마의 팔짱을 끼고 걸어오면서 나는 문득 가족이란 밤늦게 잠깐 집 앞으로 생맥주를 마시러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팔짱을 끼는 사람들, 그리고 편안히 각자의 방에서 잠이 드는 그런……사람들.’  ― 본문(272쪽) 중에서

<즐거운 나의 집>은 열여덟 살 주인공 위녕이 고3이 되기 전 10대의 마지막을 자신을 낳아준 엄마와 함께 보내겠다며 여름방학을 이용해 아버지와 새엄마의 집에서 떠나 B시로 거처를 옮기면서 시작된다. 새로 자리 잡은 엄마의 집에서 여섯 번의 계절이 변하는 동안 위녕은 새로운 가족(외가 식구들과 형제)을 발견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존재(고양이 코코)와 동생 둥빈 아빠의 죽음을 맞기도 한다. 또한 엄마의 새 남자친구를 만나고 또래 친구를 통해 평범한(?) 가족이라는 환상을 깨기도 한다. 무엇보다 위녕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고 치유하며 엄마의 부재로 인해 혼란스러웠던 자신의 정체성과 함께 가족의 의미를 되찾는 이야기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카멜레온 같은 소설

<즐거운 나의 집>은 가족을 소재로 한, 가족의 새로운 의미를 찾고자 쓴 소설이다. 하지만 언뜻 가족이라는 소재가 주는 한계로 인해 그저 가족 소설의 범주에 한정될 듯 보이나 읽는 이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연재가 끝날 무렵 소설을 게재했던 중앙일보에서 시도한 독후감 공모를 통해서 확인된 바다.

연재 종료 직전에 실시한 독후감 공모에 모두 286통의 이메일 독후감이 접수됐다. 그 가운데는 작품에 드러난 상황에 공감하는 것도 있었으나 “가족이란 말 속엔 가족마다의 아픔이, 남모를 눈물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세상에 평범한 가족은 없다는 그야말로 평범한 진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3 수험생으로서 작중 주인공인 위녕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독후감도 눈에 띄었다. “위녕! 우리 엄마도 내가 수능을 보는 동안 친구라도 만나서 낮술을 즐길 수 있게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네 얘기를 들을 때마다 어린 나도 네가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 나도 네 얘기를 들으면서 조금 더 자란 것 같아 고마워. 남은 10대, 우리 더 크자! 그래도 미모는 챙겨야 한다”는 이 독후감은 이 작품이 청소년들에게는 성장소설로 읽혔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둥빈이 외할아버지의 말씀처럼, 돌아가시는 것도 생의 일부라고 느끼며 가실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한다”는 아버지의 간병으로 여름휴가를 다 보낸 딸에 이르면, 이 책이 단순히 가족소설이거나 성장소설의 울타리를 넘어 삶의 과정에서 받는 상처와 그 치유를 통해 삶을 성찰하는 소설로도 읽힌다는 걸 알 수 있다.

읽기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색깔로 독자들의 가슴에 독특한 무늬를 아로새길 소설이라는 점에서 공지영 문학의 힘을 확인하게 한다.

지은이: 공지영
출판사: 푸른숲
쪽  수: 344쪽
가  격: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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