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익중 한국해상풍력 사업본부장]“악재 딛고 건설 순항… 해상풍력 전초기지 될 것”
[인터뷰-정익중 한국해상풍력 사업본부장]“악재 딛고 건설 순항… 해상풍력 전초기지 될 것”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7.10.1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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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고·안전시공 만전… 환경보존은 기본
착공 5개월 만에 기초구조 7기·터빈 1기 설치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굽이굽이 이어지는 길을 따라 시냇물을 건너고 골짜기도 넘었더니 눈앞에 새로운 봉우리가 펼쳐졌습니다. 이것만 넘으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이번엔 아예 길이 끊겨 새 길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6년의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얼핏 보면 누가 등산을 갔다 온 이야기를 하나 싶겠지만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착공과 관련해 소회를 묻는 질문에 정익중 한국해상풍력 사업본부장이 건넨 대답이다.

그의 말처럼 서남해 해상풍력 개발사업은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고 굴곡도 심했다. 국가사업이나 다름없는 프로젝트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그 많던 풍력시스템 제조업체들이 사업을 포기하면서 풍력터빈 선정부터 난항을 겪더니 지자체의 점사용 불허, 군 전파영향, 어업피해, 환경피해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의 부침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들을 하나하나 해결하기 위해 해상풍력 개발사업과 관련한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노하우를 쌓아온 것이 오히려 한국해상풍력에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해상풍력사업 추진 프로세스를 체계화하는 동시에 건설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도출함으로써 국내 해상풍력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향후 시범단계와 확산단계를 연이어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확보한 업무수행 능력은 큰 강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남해 해상풍력 개발사업은 그동안의 추진과정만 봐도 우리나라 해상풍력의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익중 한국해상풍력 사업본부장을 만나 실증단지 건설현황과 앞으로 진행계획을 들어봤다.

LOC 안전체계 철저 준수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사업은 마치 미숙아를 인큐베이터에서 키워 건강하게 뛰어다닐 수 있을 만큼 보살피는 것과 같습니다. 사업초기 힘든 고비도 많았지만 지난 4월 착공에 들어가 순조로운 진행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원거리 해상풍력 건설·운영에 관한 시스템 구축과 전문인력 양성 등을 통해 국내 해상풍력의 전초기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익중 사업본부장은 실증단지가 착공에 들어간 만큼 건설현장의 안전사고와 환경보존에 많은 신경을 쓸 방침이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해상풍력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건설된 해상풍력단지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 투입되는 장비와 인원이 적지 않기 때문에 안전사고 예방은 필수다.

정익중 본부장은 “해안에서 10km 이상 떨어진 해상으로 중량물을 운반해 130톤에 달하는 나셀을 100m 높이에 설치하는 작업을 여러 차례 수행해야 한다”며 “아울러 154kV 전력선을 해저면에서 2m 깊이로 연속 매설하는 작업은 철저한 안전관리가 뒷받침돼야 하는 과정”이라고 현장작업의 애로사항을 설명했다.

한국해상풍력은 건설 시공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우선 보증보험에 가입했다. 보험료가 수십억원에 달할 만큼 비싸지만 LOC(London Offshore Consultant)의 안전체계를 따르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보다 전문적으로 안전사고에 대응할 수 있다.

정익중 본부장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LOC의 해상풍력 안전자문은 현장에서 이뤄지는 작업이 정해진 안전매뉴얼에 부합하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을 담당한다”며 “현장상황이 매뉴얼대로 진행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보니 가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안전기술을 체계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LOC에서는 해상크레인을 이용해 중량물을 취급할 때 장비 전도를 비롯해 중량물 낙하, 파고·풍랑으로 인한 해상선박 사고 등을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며 “장비의 인양능력을 사전검토하거나 사전에 계획·승인된 작업절차서의 준수 여부 등을 꼼꼼히 확인한다”고 덧붙였다.

현장작업 중 파도가 심해져 LOC의 안전매뉴얼에 따라 이미 3번이나 피항한 경험이 있다.

이외에도 화재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방재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하는 한편 기기상태를 감시제어 할 수 있는 CMS(Control Monitoring System)를 이용해 화재예방 및 확산방지에 나설 계획이다.

해양환경보존도 한국해상풍력에서 중점적으로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다. 지역주민들이 실증단지 건설로 인해 해양생태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익중 본부장은 “암반지역에 기초구조물을 설치할 때 해머링이 아닌 드릴링을 사용해 소음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모든 공사구역에 오탁방지막을 설치해 부유사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2월부터 환경분야 전문기관과 함께 장기환경모니터링 기술개발에 대한 R&D를 추진하고 있다”며 “공사 과정이나 운영 중에도 지속적인 해양환경모니터링을 실시해 지역주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운영 효율화 중요… 출력향상 역점
한국해상풍력은 2019년 7월까지 구조물 설치를 마치고 11월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9월말 기준 전체 공정률은 33% 수준이다.

현재 7기의 기초하부구조물 설치를 끝냈고, 이 가운데 2호기 상부에 해상풍력시스템 연결을 마쳤다. 10월말까지 해상풍력시스템 2기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현재 설치 완료된 기초하부구조물 7기 가운데는 포스코와 전력연구원의 R&D과제도 포함돼 있다.

정익중 본부장은 “실증단지 준공 이후에는 설비운영을 어떻게 효율화할 것인지를 신경써야 한다”며 “수익과 직결되는 전력생산 증대를 위해 출력향상에 역점을 두는 동시에 20년인 풍력시스템의 설계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해상풍력의 경우 유지보수에 따른 비용지출이 큰 점을 감안해 보수공사 발생률을 줄이고, 가능한 동시에 보수작업을 진행함으로써 장비임대료 부담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60MW 규모로 건설되는 실증단지는 상업운전 이후 약 4만4,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익중 본부장은 “실증단지가 건설되는 3년 동안 약 500여 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20년의 운영기간에는 50여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된다”며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조선업 대체산업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실증단지 건설에 따른 기대효과를 설명했다.

국내 최초 프로젝트인증 시행
서남해 해상풍력 개발사업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프로젝트인증을 실시한다는 점이다. 국내 풍력산업 육성과 해외진출을 위한 트랙레코드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선급(KR)에서 이 부분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인증은 형식인증을 획득한 풍력시스템이 설치될 사이트의 바람조건을 비롯한 해상조건·지반조건·전력계통조건 등에 적합하게 설계됐는지 검증하는 절차다. 제작·이송·설치·시운전 등이 적합하게 수행되고 있는지도 확인한다.

정익중 본부장은 “해상풍력시스템이 형식인증을 취득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교과서에 있는 특정조건에 따라 블레이드와 나셀 부품들만이 검증된 것을 의미할 뿐 특정 위치의 환경조건에 맞게 검증됐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며 “프로젝트인증은 형식인증을 받은 풍력터빈이 설치되는 지역의 특성을 고려, 외부조건(환경조건)을 검토해 구조물에 대한 설계·하중·시공 등의 적정성을 IEC 설계요건이나 인증기관별 설계요건에 따라 적합여부를 판단해 프로젝트 전체의 적정성을 인증하는 것”이라고 프로젝트인증의 의미를 설명했다.

지역상생 총력… 내년 초 보상 마무리
정익중 본부장은 서남해 해상풍력 개발사업이 성공적인 해상풍력 개발모델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지역과의 상생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로젝트 초기부터 정부와 전라남북도의 개발협약에 따라 추진된 사업인 만큼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해상풍력사업 성공사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익중 본부장은 “아직까지 일부 지역주민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며 사업추진을 무조건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어업피해에 관한 조사용역이 마무리되면 직·간접피해에 상관없이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조사해 감정평가에 따른 보상을 내년 초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기에는 법적인 피해보상 이외에도 지역주민이 우려하고 있는 해양환경오염을 비롯해 생태계변화로 인한 어족자원 감소, 어업구역 축소에 대한 대책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한국해상풍력은 해상풍력과 수산업의 공존을 위한 연구개발을 지난 3년간 수행했다.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지역상생 연구과제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해상풍력단지를 활용한 양식과 인공어초·낚시터 운영 등에 대한 기술개발 성과를 지역사회와 공유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새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서남해 해상풍력 개발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범사업과 확산사업을 합쳐 2.4GW가 예정돼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9월 21일 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 ‘서남해 해상풍력 시범·확산 추진계획 수립 T/F 킥오프 회의’가 열렸다. 400MW 규모의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세부방안을 검토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건설지역 선정원칙을 비롯한 건설시기·지역상생·경제성 확보 등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산업부에서 다른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

정익중 본부장은 “정부가 조금 더 적극적인 자세로 해상풍력사업을 육성하려는 의지를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경제성을 판단할 REC 가중치 조정이 늦어지면서 아직까지 PF자금조달을 하지 못해 답답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활시위를 당겨야 화살을 쏘고 과녁을 맞힐 수 있듯이 정부가 의지를 보여야 다음 단계 세부계획을 수립하고 목표에 접근할 수 있다”며 “해상풍력 개발사업은 단계별 필요한 최소한의 일정이 정해져있다. 손 놓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결정하면 원하는 시기에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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