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정책 공방에 다시 뜨는 ‘수요자원시장’
에너지정책 공방에 다시 뜨는 ‘수요자원시장’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7.08.1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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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시장참여 놓고 일부서 강제 급전 오인 해프닝
대국민 이해 증진 계기… ‘국민DR’ 확대 긍정적 영향
▲ 수요자원시장 거래철차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아낀 전기를 내다파는 수요자원 거래시장이 의외의 에너지정책 공방으로 집중 조명되고 있다. 발단은 제도운영 실태를 작위적으로 해석한 지적에서 비롯됐지만 결과적으로 수요자원시장(DR시장)에 대한 국민적 이해의 폭이 넓어진 계기가 될 전망이다.

최근 일부 정치권과 언론은 수요자원시장을 이용해 정부가 전력예비율을 인위적으로 높이려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로 인해 수요자원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이 공장을 가동하지 못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정부가 기업들에게 강제로 전기사용을 줄이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급기야 정부가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명분 쌓기의 일환으로 수요자원시장을 활용하고 있다는 논리로까지 번졌다. 과연 이들의 주장처럼 수요자원시장을 정부에서 인위적으로 작동시키는 게 가능할까.

전력시장운영규칙에 따른 수요자원시장의 운영원리만 살펴봐도 이 같은 주장에 무리가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DR시장, 계약 감축량 따라 금전적 보상
2014년 11월 개설된 수요자원시장은 전기사용자가 아낀 전기를 전력시장에 판매하고 그에 상응하는 금전적 보상을 받는 제도다.

기존에는 발전사들만 생산한 전기를 전력거래소 입찰시스템을 통해 거래할 수 있었지만 수요자원시장 개설로 참여를 희망하는 전기사용자 누구나 아낀 전기를 판매해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

DR시장은 운영방법에 따라 전력피크에 대비한 피크감축(신뢰성)DR과 전력공급 비용을 줄이기 위한 요금절감(경제성)DR로 구분된다. 신뢰성DR은 1시간 전 감축지시(급전지시)에 반응하는 것이고, 경제성DR은 평상시 하루 전 전력시장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 가운데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부분은 전력거래소가 감축지시를 내리는 신뢰성DR이다.

기본적으로 DR시장은 공장·빌딩 등 전기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제도다. 자신의 전기소비 패턴을 고려해 감축량을 미리 정한 후 실적에 따라 금전적 보상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일종의 가외수입을 목적으로 전기사용자 스스로가 시장참여를 선택하는 것이다.

신뢰성DR의 감축지시 또한 전력시장운영규칙에 정해진 원칙을 따른다. 정부가 임의로 요구하는 사안이 아니다.

전력시장운영규칙에 따르면 감축지시는 감축시험을 포함해 연간 60시간을 넘지 못한다. 하루 최대 4시간씩 2회까지 가능하다. 점심시간인 12시부터 13시까지를 제외하면 실제 적용시간은 7시간이다.

특히 감축지시는 정해진 3가지 기준 가운데 최소한 한 가지를 충족해야 내려진다. ▲수요예측 오차 및 대규모 발전기 고장 시 ▲전력수급계획 목표수요 초과 또는 예상 시 ▲공급예비력 500만kW 이하 예상 시 등이다.

그동안 연도별 감축지시와 감축시험 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상황이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5년에는 감축지시만 1회 있었고, 2016년 감축지시 2회와 감축시험 5회가 이뤄졌다. 올해에는 감축지시 2회, 감축시험 4회가 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기존에는 감축지시가 1~2시간으로 짧았던 반면 올해엔 4시간까지 늘어났다는 점이다.

발전소 없이 4.3GW 규모 수요자원 확보
일명 네가와트(Negawatt)시장으로 불리는 수요자원시장은 발전소 건설과 같은 대규모 설비투자 없이도 전기를 판매해 수익을 낼 수 있어 시장개설 초기부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DR시장 개설 당시 1,520MW 수준이던 수요자원은 최근 원전 4기와 맞먹는 4,300MW 규모로 성장했다.

시장 참여자와 전력거래소 사이에서 전력거래 중계 역할을 담당하는 수요관리사업자는 개설 당시 11개사에서 현재 17개사로 증가했고, 시장에 참여하는 고객은 3,200여 업체에 달한다. 지난해 37개였던 등록자원은 현재 62개로 늘었다.

시장개설 2차년도인 2015년 11월 25일부터 2016년 11월 24일까지의 수요자원시장 운영실적은 신뢰성DR과 경제성DR를 합쳐 총 39만2,853MWh의 전력량을 감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한전이 지급한 정산금은 총 1,548억원으로 기본정산금 1,365억과 실적금 183억원 규모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추진 중인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가 발전소 건설을 최대한 회피하는 것”이라며 “용량요금으로 지급되는 기본급은 해외사례와 다르지 않으며, 막대한 건설비용을 수반하지 않는 수요자원이 발전자원과 동등한 가치로 평가받기 위한 최소한 장치”라고 기본정산금 개념을 설명했다.

수요자원시장 확대를 모색하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 이번 감축지시 논란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것으로 보인다. 표준DR과 중소형DR에 이어 국민DR로 수요자원을 확대하기 위한 실증작업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국민DR은 일반 가정을 대상으로 수요자원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이해와 참여가 필수다. 수요자원이란 용어 자체가 전문적이고 생소하다보니 매커니즘을 설명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전력계 한 관계자는 “최근 방송과 신문을 통해 여러 차례 DR시장 관련 내용이 알려지면서 일반 국민들도 수요자원시장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을 것”이라며 “국민DR은 이행률과 신뢰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인데 이번 논란을 계기로 국민 이해도가 한층 높아졌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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