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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측정거부의 법률관계
2017년 08월 07일 (월) 15:48:08 EPJ webmaster@epj.co.kr

음주운전은 운전자는 물론이고 무고한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위협을 주기 때문에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직장에서 회식을 하다 음주 후 운전하다가 음주측정 요구를 받으면 이를 거부하거나 부적절한 음주측정 요구라고 생각해 항의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경찰공무원은 운전자로부터 호흡측정기로 호흡을 채취해 주취의 정도를 측정한다. 이때 운전자가 측정 결과에 불복하면 즉시 또는 약 10분 간격으로 2차·3차 호흡측정을 실시하고, 재측정 결과에도 불복하면 혈액채취 방법으로 측정을 요구할 수 있다.

따라서 운전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측정시점으로부터 상당한 시간(약 30분 이상)이 경과한 이후에 호흡측정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2차 호흡측정 또는 혈액채취 방법에 의한 측정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행위로 볼 수 없다. 2차 호흡측정 또는 혈액채취에 의한 측정을 실시하지 않더라도 1차 호흡측정 결과만으로 음주운전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2001도7121 판결).

A는 친구와 술을 마신 후 친구에게 차를 운전하게 했는데 그가 운전 중 사고를 내자, A가 사고현장에서부터 1.5km 가량 운전을 했다. 사고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A를 경찰서에 출석시킨 후 살펴보니, 안면이 붉고 비틀거리며 술 냄새가 나는 등 음주운전을 했다고 판단해 음주측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A는 음주측정을 거부하고, 오히려 경찰관의 멱살을 잡은 채 밀고 당겨 2주의 상해를 가했다.

이 사안에서 경찰관은 A에게 경찰서 동행의 목적에 대해 올바르게 설명해 주지 않았으며, 30분 이상 설득한 후 동행이 이뤄졌고, 동행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고지하지 않았다. 만일 동행목적이 음주측정을 위한 것임을 고지했다면 응하지 않았을 것이며, A를 동행해 간 곳이 범행 현장이 아닌 집이었고 사고 시각부터 4시간 이후에야 동행했다.

그런데 경찰관이 동행을 하기 전에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주거나 동행자가 자유롭게 동행 과정에서 이탈하거나 동행 장소에서 퇴거할 수 있는 등 운전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수사관서 등에의 동행이 이뤄졌음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해 명백히 입증된 경우에만 적법성이 인정된다.

즉 일정한 장소로의 동행을 요구해 음주측정을 요구하려면 형사소송법상에 의한 적법절차가 보장돼야 하는데 적법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이 사례는 경찰관의 동행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심리적 압박상태에서 행해진 사실상의 강제연행(불법체포)에 해당된다.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이뤄진 음주측정 요구도 위법이므로 음주측정거부 죄가 성립되지 않고, 경찰관에게 동행에 저항하느라 상해를 입혔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2009고단1743 판결).

최근 대법원은 경찰관이 음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음주측정기에 의한 측정 전 단계에 실시하는 음주감지기에 의한 시험을 요구하는 경우 그 시험 결과에 따라 음주측정기에 의한 측정이 예정돼 있고, 운전자가 그런 사정을 인식하면서도 음주감지기에 의한 시험에 불응함으로써 음주측정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음주감지기에 의한 시험을 거부한 행위도 음주측정 거부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이 사례에서 경찰관이 음주감지기에 의한 시험을 요구했을 당시 운전자는 운전을 종료한 지 약 2시간이 경과했으며, 차량을 운전해 현장에 도착한 이후 일행들과 40분 이상 편의점 탁자에 앉아 있었고 그 위에는 술병들이 놓여 있었으므로, 피고인이 운전을 마친 후 사건 현장에서 비로소 술을 마셨을 가능성도 있는 바, 운전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무죄를 선고했다(2016도16121).

이 판결은 음주측정기가 아닌 음주감지기에 시험을 거부하는 것도 음주측정 거부라는 점을 확인한 사례다. 어쨌든 음주운전이 초래하는 엄청난 재난을 방지하기 위해 음주와 운전은 병행할 수 없음을 운전자들은 각별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
 

최정식 교수는…
 
서울대 법대 동대학원에서 학사와 석사를, 연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각각 취득했으며 중앙병무청 행정심판위원, 대한주택보증(주) 법률 고문, 서울지방경찰청 법률 상담관, 고려대학교 의사법학연구소 외래교수,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 법무법인 청솔 대표변호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스카우트연맹 법률고문,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피해자배상심의위원, 서울남부지방법원 조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숭실대학교 법과대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증권집단소송법의 이해’ 등의 저서와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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