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 전력수급계획, 수요전망보단 수요관리 신경 써야”
“8차 전력수급계획, 수요전망보단 수요관리 신경 써야”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7.07.21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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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원칙 따른 합리적 수요관리 수단 제고
에너지믹스 조정으로 사업자 간 갈등 심화
▲ 7월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요전망 초안에 대한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요전망 초안이 발표된 가운데 전력수급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력시장제도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안정적 전력공급과 재정부담 위험을 동시에 고려한 수요관리 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춰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7월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요전망 초안에 대한 전문가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박호정 고려대 교수는 변동성이 강한 수요전망치에 연연하기 보단 합리적인 수요관리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호정 교수는 “최대전력 수요전망은 경제성장률뿐만 아니라 전력가격·기상 등 다양한 변수를 대입해 10년 단위의 장기전망치를 내놓는 것이라 실제 전력수요량과 일치하는 수치를 예상하기란 쉽지 않은 작업”이라며 “수요전망이 높게 또는 낮게 나온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다양한 변동성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수요관리 수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 같은 수요관리 수단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시장원칙이 충실히 방영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전력시장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게 박 교수의 주장이다.

Min-Max전략 합리적… 리스크 최소화
박호정 교수는 8차 전력수급계획을 계기로 당초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하게 된 근본적인 목적을 심도 있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호정 교수는 “복잡하고 다층화된 경제구조와 4차 산업혁명 등을 감안했을 때 전력수급계획의 역할을 재설정할 시기”라며 “전력수급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Min-Max전략을 펼치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위험요소 가운데 어느 것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의사결정 관점에서 위험요소가 큰 부문을 우선적으로 줄이는 것이 안전정인 전력수급 목표에 접근하는 데 용이하다”고 덧붙였다.

수요전망치에 관심을 갖기보단 스마트그리드와 소비자선택요금제 선진화를 비롯해 신재생에너지의 이용률 극대화 등 효율적인 수요관리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박 교수의 주장이다.

에너지원 간 공존 인식 키워야
홍준희 가천대 교수는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 전환으로 대대적인 전원믹스 조정이 불가피해 질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에너지원별 발전사업자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준희 교수는 “새 정부가 탈원전·탈석탄 기조아래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목표하고 있는 만큼 제8차 전력수급계획의 에너지믹스도 같은 방향으로 재조정될 전망”이라며 “에너지원별로 각자의 이득을 챙겨야하는 셈법이 작용하다보니 최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분위기”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파격적인 전원믹스 재조정이란 관점에서 봤을 때 ‘에너지 대전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변화를 큰 충격 없이 받아들이기 위해선 사업자 모두가 함께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현재의 에너지 대전환을 초원의 야생동물들이 환경변화에 대응하며 함께 이동하는 일종의 그레이트 마이그레이션(Great migration)에 비유했다.

홍 교수는 “광활한 초원에서 생활하는 다양한 야생동물들은 주변의 변화가 인식되면 생존을 위해 함께 대이동을 하게 된다”며 “우리가 직면한 에너지 대전환도 에너지원 간 동행 없이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8차 전력수급계획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설계돼야 하고, 에너지원별 사업자들도 상생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대전력·최소예비율 등 적정성 검토
이날 패널토론에 앞서 발제자로 나선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지난 7월 13일 발표된 8차 전력수급계획 수요전망 초안을 짚어봤다.

8차 전력수급계획 수요전망 초안에 따르면 2030년 최대수요는 101.9GW로 예측됐다. 2년 전 수립된 7차 전력수급계획에서 같은 기간 최대부하를 113.2GW로 예측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10% 가까이 차이난다. 이처럼 전력수요 전망치가 낮게 나온 것은 경제성장률이 낮게 전망됐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발표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5%다. 앞서 6차 전력계획 시 전망은 3.48%, 7차 전력계획 시는 3.06%였다. 경제성장률이 2.7%로 상향될 경우 최대수요는 2.6GW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요전망 워킹그룹은 이처럼 수요전망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필요한 발전설비 또한 줄어들면서 수급부담이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발전설비 부족분이 발생하는 시기가 늦어져 신규 설비의 필요시점 또한 일정시기 지연될 전망이다.

8차 전력수급계획 수요전망에 사용된 모형은 총 5가지다. 6·7차 전력수급계획의 주모형으로 사용된 전력패널모형(거시모형)과 1∼5차 전력수급계획 주모형인 미시모형 이외에 ▲총에너지패널모형 ▲구조변화모형 ▲시계열모형 3가지를 새롭게 추가해 수요예측 정확성을 높였다.

박종배 교수는 “8차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할 때 경제성장률 변화에 따른 최대수요 변동을 비롯해 전력가격과 7차 전력수급계획에서 목표한 최대전력 12%가 적정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또한 최소예비율 15%와 불확실성 대응 예비율 7% 수준이 적정한지도 검토해 봐야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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