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톡톡]속도 내는 에너지정책… 철저한 공론화가 우선이다
[전력톡톡]속도 내는 에너지정책… 철저한 공론화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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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7.05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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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릭파워 고인석 회장] 6월 18일 오후 6시 고리원자력발전소 주제어실.

수동으로 고리 1호기 터빈을 정지시킨 데 이어 이날 새벽 0시 원자로 온도가 섭씨 93도 이하로 내려감에 따라 40년간 운영되던 고리 1호기에 대한 영구정지 판정이 내려졌다.

지난 40년간 총 15만5,260GWh의 전력을 생산하며,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던 고리 1호기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순간이다.

최근 건설되고 있는 원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587MW의 설비용량이지만 우리나라가 세계 5위의 원자력강국으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된 맏형이란 점에서 고리 1호기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필자가 한전에 입사했을 당시 고리 1호기는 최종 부지 선정을 위한 작업이 한창이었다. 허허벌판에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가 완공돼 상업운전에 들어갔던 1978년 4월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후 지속적인 기술자립으로 한국표준형원전인 OPR1000을 개발한 데 이어 차세대 원전인 APR1400을 독자개발하면서 한국은 원전 수출국 반열에 오르는 성과를 일궈냈다. 원전이야말로 한국의 저력을 전 세계에 보여준 대표적인 분야라 할 만하다.

고리 1호기는 2022년부터 본격적인 해체작업에 들어가 2032년경 부지복원을 끝으로 해체완료 단계를 맞게 된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원전 해체작업인 만큼 해체기술 고도화와 국산화를 위한 정부와 한수원의 기술로드맵 구상이 차질 없이 진행되길 바란다.

이를 계기로 원전 해체산업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한다면 원자력 기술 강국의 지위를 확고히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글로벌 에너지환경 변화로 OECD 국가를 중심으로 원전과 석탄발전 비중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에너지정책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 또한 이 같은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변화로 읽힌다. 에너지 전문가들도 온도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너무 급진적인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급하게 먹는 밥은 체하기 마련이다. 국가기간산업인 에너지산업의 생태계 변화를 가져올 정책 결정을 공약 이행이란 성과에 급급해 추진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우선 지금까지 유지해온 안정적인 전력공급체계가 에너지 믹스 조정 후에도 가능한지 여부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또 환경급전을 적용하기 위한 합리적인 세부 시행세칙도 마련돼야 한다.

특히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사회적 공감을 어떻게 이끌어낼지 심도 있는 논의와 검토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대표적인 탈원전 국가인 독일의 경우 원전 폐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까지 25년이 걸렸다. 그렇다고 국민 모두가 탈원전 정책에 찬성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오랜 기간 소수의견과 반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며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는 점이다.

모두가 만족하는 최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수를 위한 차선이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정책 변화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전력부문의 산업적 특수성 때문이다.

보편적 에너지복지 측면에서 사회적 가치를 지닌 원자력과 석탄에 대한 편익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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