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정책, “전문가 논의와 국민 의견 수렴 거쳐야 한다”
원전 정책, “전문가 논의와 국민 의견 수렴 거쳐야 한다”
  • 이재용 기자
  • 승인 2017.06.0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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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학회·방사성학회·원산, 신중한 에너지정책 촉구 공동성명서
하루 만에 23개 대학 교수 230명 서명받아…향후 서명 계속 진행
▲ 서울대, KAIST, 부산대 등 전국 23개 대학 에너지 전공 교수들이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가 에너지 정책 수립은 충분한 전문가 논의와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일렉트릭파워 이재용 기자]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태양광 및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이 순풍을 맞고 있지만, 이와 달리 정부의 탈원전 로드맵 정책으로 원자력산업은 침체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KAIST(한국과학기술원), 부산대 등 전국 23개 대학 에너지 전공 교수 230명은 6월 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 에너지 정책 수립은 충분한 전문가 논의와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중시하는 안전우선 친환경 에너지 정책 패러다임 공약은 공감하지만 원전 정책 공약의 이행과정을 보면 깊은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국가의 근간인 에너지 정책수립이 일방통행식으로 진행되는 데 안타까움이 크다며 높은 부가가치의 준국산에너지를 생산하는 거대 원전사업의 궤도수정은 무엇보다 국민공론화와 관련 전문가의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에너지의 약 95%를 수입하고 전력계통이 고립돼 있는 국내 전력여건상 에너지 안보는 국가경제의 핵심 기반이다. 석탄과 원전 발전량 감소분을 LNG로 대체할 경우 연료 수입금액이 11조7,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연료비 상승은 최종 소비자의 전기료인상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또 건설 진행중인 신고리 5·6호기에는 기자재 및 시공사를 포함해 원도급사 142개 업체와 하도급사 및 협력사 600여 개 업체가 연계돼 있는 터라 대규모 일자리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자금력이나 조직력이 영세한 하도급사들은 건설지연 혹은 중단에 따른 막대한 피해를 비껴갈 수 없다는 분석이다.

에너지 정책수립 일방통행식 진행, ‘안돼’
성풍현 한국원자력학회 전임 학회장은 ‘책임성 있는 에너지 정책수립을 촉구하는 교수단’ 명의의 성명서 발표에서 “국가의 근간인 에너지 정책수립이 일방통행식으로 진행되는데 안타까움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높은 부가가치의 준국산에너지를 생산하는 거대 원전 산업의 궤도 수정은 무엇보다 국민 공론화와 관련 전문가의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성명서는 또한 새 정부가 민주적인 정책 결정으로 원자력 안전을 강화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미래산업 기반과 고급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문가들과 국민 의견 수렴으로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국가 에너지 정책을 신중하게 수립한 이후에 이를 토대로 원자력에 대한 정책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으로 원자력 안전에 대해 에너지 문제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전문가로서 국민이 충분히 안심토록 하지 못한 데 통렬히 반성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잘못 알려진 정보로 과도하게 조성된 원전 안전 불안감으로 인해 국민여론이 오도되고 있음은 유감이라며 이와 동시에 원자력 안전에 대한 국민 우려는 하루 아침의 징벌적 조치로 해결되지 않으며 근본 원인을 찾아 체계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날 성명서 발표회장에 참석한 주한규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성명서 발표 배경에 대해 “국가 에너지 정책이 일방통행식으로 성급하게 나아가 결국 ‘졸속으로’ 결정되면 몇 년 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 전에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선거 당시에 원전 안전을 우려하는 여론을 수용해 선거 공약에 반영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는 시간을 갖고 대안을 마련해 가면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원자력 전문가는 물론이고 국민적 합의와 숙의를 동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전정책, 신중한 에너지 정책 수립 촉구
성풍현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도 “스위스 등 유럽 여러 국가들에서도 원자력 이슈 여론 수렴은 30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성명서는 무엇보다 국가 에너지 정책 수립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원전 운영능력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전세계적으로 탈원전 정책을 고수한다는 내용과는 반대로 미국은 원전정책을 유지하는 한편 34년만에 원전건설을 재개하고 있으며 영국 또한 2030년까지 전력의 30%를 원자력발전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또 핀란드·러시아·중국 등 전세계적으로 원전건설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탈원전 국가들은 부존자원이 비교적 풍부한 스위스(수력 60%)와 오스트리아(수력 60%), 이탈리아(수력 55%), 독일(갈탄 풍부) 등이라는 점을 명시했다.

원전산업의 급속한 축소는 기기공급업체, 설계 및 엔지니어링 등 관련 산업계를 붕괴시켜 원전 안전운영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국내 원전산업 공급망 위축시 원전 수출 경쟁력 저하로 해외사업에도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책임성 있는 에너지 정책수립을 촉구하는 교수단’은 기자회견을 하루 앞둔 5월 31일 단 하루만에 230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전했다.

앞으로 교수단은 전공 범위를 넓히면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교수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서명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서명에 참여한 교수는 남경필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황일순 원자핵공학과, 최종근 에너지자원공학과, 차국헌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를 비롯해 최원호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노희천 원자력 및 양자 공학과, 김선준 한양대학교 자원환경공학과, 황주호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윤병조·정지환 부산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등 230명으로 집계됐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서는 다양한 전공의 교수 43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원자력학회(회장 황주호)는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와 한국원자력산업회의 공동 주최로 6월 8일 서울대에서 고리 1호기 퇴역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특히 심포지엄 주최 3개 기관(한국원자력학회.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한국원자력산업회의)은 공동 성명서를 내고 새 정부가 편향된 정보에 근거한 원전 정책에서 벗어나 신중한 에너지 정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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