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지성주의 외 2권
미국의 반지성주의 외 2권
  • 배상훈 기자
  • 승인 2017.05.0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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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반지성주의
리처드 호프스태터 지음·유강은 옮김 / 교유서가 / 3만5,000원

현대 지성사의 고전인 리처드 호프스태터의 ‘미국의 반지성주의’가 원서 출간 후 반세기 만에 국내 초역됐다. 1964년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이다.

리처드 호프스태터는 미국의 반지식인 전통의 저류에는 복음주의 신앙에 입각한 민중의 반권위주의적 심성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핵심에는 지식을 독점하는 엘리트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이 자리 잡고 있음을 지적한다.

리처드 호프스태터는 반지성주의라는 개념을 축으로 미국사를 되짚는다. 청교도주의와 건국 정신을 재검토하고, 18세기 중반 식민지 아메리카에 확산된 신앙부흥운동에서 20세기 후반의 빌리 그레이엄에 이르는 계보, 전문가 등용을 둘러싼 지식인과 정치의 갈등, 경제계에 스며든 실용주의, 존 듀이의 교육사상, 마크 트웨인이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문학 등을 자세히 살핀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미국의 이런 정신 풍토를 비판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인이란 무엇이고 지식인은 민주주의의 실현에 기여할 힘이 될 수 있는지 묻는다.

이 책의 목표는 미국인의 삶에서 지성에 대한 멸시를 묘사하는 것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에서 하나의 세력인 지성이란 과연 무엇이며 무엇일 수 있는가에 관해 발언하는 것이다.

김과장 직장백서
KBS ‘김과장’ 제작팀 지음 / 아우름 / 1만6,800원

“야, 나도 아침에 회사 나올 때 간이랑 쓸개랑 꺼내서 냉장고에 넣어놓고 나와. 나도 매일 울컥하는데…. 어쩌겠냐, 밥은 먹고 살아야지.”

이 책은 을의 슬픔을 절절하게 드러내고 때로는 갑질하는 사장‘놈’들을 들이받으며 직장인들의 속을 뻥 뚫어주었던 드라마 ‘김과장’의 명대사와 명장면, 비하인드 컷과 촬영현장 사진을 담았다.

또한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 등의 책에서 직장인의 애환을 적나라하게 그려온 그림왕양치기의 일러스트까지 그득 들어찬 특별한 에세이다.

▲김과장이 알려준 회사생활 십계명 ▲을의 슬픔 ▲이 세상의 갑들에게 대꾸하는 바람직한 을의 자세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작작들 해라 등 10개의 파트로 구성된 김과장 직장백서는 드라마 김과장에서 건져 올린 직장인들의 희로애락과 직장생활 꿀 팁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민주주의 잔혹사
홍석률 지음 / 창비 / 1만5,000원

박종철의 동기들이 50세 언저리쯤 됐을 때 세월호가 물에 가라앉았고, 그들의 아들딸 나이쯤 되는 고등학생 아이들이 물속에 잠겼다. 유족들은 보상보다도 진실을 규명하라고 요구한다. 그때도 지금도 외면하기 어려운 진실이 놓여 있다.

6월 항쟁 30주년을 앞둔 시점에 대학생으로 현장에 있었던 역사학자 홍석률이 가시밭길 민주주의 여정을 당대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책 ‘민주주의 잔혹사’를 선보인다. 그러나 그 초점은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한국현대사 이면에 감춰져 있는 것들에 맞춰져 있다.

저자는 6월 항쟁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해방 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민주주의라는 대의에 가려져 있던 수많은 역사의 가능성을 세세하게 복원했다.

이 책은 민주주의라는 대의를 위해 희생된 이들에 대한 기록이라는 의미를 넘어 미처 꽃피우지 못했던 그들의 삶, 그리고 역사의 수많은 우연에 기꺼이 녹아든 할머니, 여성노동자, 도시빈민 등 이름 없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사건은 단순히 역사 속의 중요한 일 또는 관심을 끄는 일이라는 차원이 아니다. 역사의 다양한 갈림길 또는 전환점으로 작용한 8가지 사건을 통해 한국현대사를 관통하는 주제인 민주주의의 기억을 되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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