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가장 치명적인 유혹! 브로드웨이 걸작 뮤지컬 <나인>
2008년, 가장 치명적인 유혹! 브로드웨이 걸작 뮤지컬 <나인>
  • 신선경 기자
  • 승인 2008.02.04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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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이 있는 공간] 뮤지컬 <나인>

한 남자의 인생에 몇 명의 여자가 필요할까? 유명한 영화감독이자 카사노바인 귀도는 아내와 정부, 그리고 이상형의 뮤즈를 왔다 갔다 하느라 바쁘다. 섹스 생활만 힘에 부치는 건 아니다. 프로듀서는 영화를 만들어내라며 그의 고갈된 창작욕을 쥐어짜며 평론가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얄미운 혹평을 해댄다.

몸은 다 자란 어른이지만 여전히 하늘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는 그에게 죽은 어머니의 존재 역시 아직 크다. 뮤지컬 <나인>은 어느새 자기 자신보다 더 커진 삶을 통제하지 못하고 휘청대는 남자의 악몽이다. 삶의 여러 측면들은 여성의 얼굴을 하고 나타나 무기력한 그를 짓누른다.

이탈리아 영화감독 페데리코 펠리니의 자전적 영화 ‘8과 1/2’을 무대화한 뮤지컬 <나인>은 1982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그해 토니상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최우수 뮤지컬상, 최우수 작곡상, 최우수 의상디자인상, 최우수 연출상, 최우수 여자조연상까지 총 5개 부문을 석권한 브로드웨이 걸작이다.

2003년도 리바이벌 공연에서는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주인공으로 출연, 그해 토니상 최우수 리바이벌 공연상, 최우수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초연과 리바이벌 공연 모두 작품상을 수상하는 기록을 남겼다. 위대한 걸작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감동을 선사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입증한 순간이었다.

1Man & 15Women, 한 남자를 둘러싼 15명의 여인들!

배우 황정민이 뮤지컬 <나인>으로 4년 만에 무대로 컴백한다. 2004년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이후 오랜만에 무대로 복귀하는 황정민은 1995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캣츠’ 등에도 출연했던 뮤지컬 배우다.

황정민이 맡은 역할은 15명의 여인들을 휘감는 오직 한 사람의 남자, 귀도 콘티니. 행복하지만 불행한 천재 영화 감독역인 그를 2003년 브로드웨이에서는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열연했다. 한 치의 흔들림 없는 강렬한 음색으로 귀도 역을 훌륭히 소화해낸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이 작품으로 그 해 토니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모던한 무대와 아름다운 조명으로 극찬을 받은 이 작품을 더욱 비범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단 한 명의 남자를 둘러싼 15명의 여인들이다. 이들은 움직이는 세트이며 그야말로 살아 움직이는 소품의 향연이다.

전직 영화배우이자 귀도의 부인 루이자 역에는 지킬앤하이드, 미스사이공, 에비타 등을 통해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였던 뮤지컬계의 디바 김선영이 캐스팅됐다. 귀도의 부인 역을 맡은 그녀는 귀도와의 결혼 생활에 대한 회의, 남편의 거짓으로 인한 상실감을 세심하게 표현해야 하는 역을 맡았다.

섹시함과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2008년 최고 유망주로 떠오른 정선아가 귀도의 정부 칼라 역을 맡아 뮤지컬계의 비욘세라는 그녀의 명성을 다시 한 번 입증한다. 사랑을 갈구하는 철없는 여인으로서의 칼라 역은 무대 전체를 통틀어 등장이 가장 기대되는 인물일 정도로 매혹적이다.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공연에서는 인기 TV 드라마 '앨리 맥빌'의 비서 일레인으로 유명한 제인 크라코스키가 인상적인 연기로 토니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마릴린 먼로를 연상케 하는 부드럽고 풍만한 몸매에 반라의 의상을 입고 등장, 육체파 정부의 연기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칼라 역을 정선아는 어떻게 표현 할 지 기대해도 좋다.

앞의 칼라가 귀도의 현실을 대변하는 여인이라면 귀도의 이상향을 표현하는 여신 같은 존재 클라우디아 역에는 드라큘라,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양소민이 캐스팅 됐다. 천재 영화감독 귀도의 창작에 가장 강한 모티브를 주는 역으로 그녀의 맑고 청아한 음색과 지적 관능미를 이번 공연을 통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세 사람을 압도하는 여인이 한 명 남아있는데, 바로 엄청난 카리스마를 보여줄 영화 제작자 릴리안 역이다. 리바이벌 공연에서는 일흔이라는 나이를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섹시한 몸매와 카리스마를 풍기는 목소리, 코러스 하나를 넣을 때에도 충실한 존재감으로 50년간 최고의 여배우로 군림한 치타 리베라가 이 역을 맡았다. 1막 마지막의 귀도와 함께 추는 탱고 장면은 치타 리베라를 위해서 만들어진 장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명장면으로 꼽힌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는 등장 자체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문희경이 함께 한다.

연기력과 가창력을 모두 갖춘 뮤지컬계 최고의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인 뮤지컬 <나인>. 그 이름만으로도 작품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이들의 만남이 과연 어떤 시너지효과를 불러일으킬지 기대된다.

베니스 어느 스파에서 벌어진 사건

유명한 영화감독인 귀도는 차기작 준비가 잘 풀리지 않자, 아내 루이사와의 권태를 해결하기 위한 핑계로 베니스의 스파를 찾는다. 그곳은 노인들의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며 유명 인사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부인과의 불화를 해결하기 위해 베니스로 왔지만 귀도를따라 온갖 골칫거리들이 고스란히 따라온다. 의도치 않게 매혹적인 그의 정부 칼라가 오게 되고, 영화 프로듀서 릴리안까지 그의 뒤를 쫓아 베니스로 날아오기에 이른다.

그의 영화 속 여주인공 역할을 했던 배우이자 그와 불륜관계인 여성들이 그의 상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등장하게 되면서 귀도는 내·외적으로 혼란에 빠진다. 귀도의 스트레스는 극으로 치닫지만 릴리안의 재촉으로 그는 혼란을 걷어내고 차기작을 만들기 시작한다. 귀도에게 시간은 얼마 없고 결국 베니스의 스파는 그의 차기작 촬영을 위한 로케이션 현장이 되어 스파의 모든 사람들은 그의 영화에 출연하게 된다.

촬영이 진행되는 중 칼라는 자신이 이혼에 성공했다며 귀도 역시 이혼하도록 유혹하지만 귀도는 그녀를 잔인하게 내친다. 한편 아내 루이사는 만들어져 가는 영화 속에서 귀도의 삶을 보게 되고 칼라가 여전히 그의 곁에 있음을 알고 경악한다. 결국 영화는 중지되고 아내 루이사도 칼라도 모두 떠난 그 자리에 귀도는 홀로 남는다. 절망에 찬 귀도 앞에 죽은 엄마의 환상이 나타나고 마침내 그는 권총을 자신의 정수리에 겨누게 되는데...

<나인>은 이전에 공연되어온 뮤지컬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한 남자를 둘러싼 과거와 현재, 기억과 환상, 현실과 몽상의 모호한 경계선이 15명의 여배우들과 뒤섞여 무대 위로 무너져 내린다. 또한 배경인 스파를 둘러싼 대리석의 기둥과 색을 모두 관통하는 투명한 의자들, 그리고 객석 정면으로 흘러내리는 물이 심플함과 모더니즘으로 무대를 장악한다. 심플한 무대 위에서 15명의 여인들이 펼치는 살아 움직이는 소품의 향연 또한 볼거리 중 하나다. 기존의 화려하거나 아기자기했던 브로드웨이의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뮤지컬을 볼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장소: LG아트센터
관람시간: 3월 2일까지, 평일 8시/수 4시, 8시/토, 일, 공휴일 3시, 7시 (월 쉼)
관람요금: VIP 12만원/R 10만원/S 8만원/A 5만원/B 3만원
문의: (주)오디뮤지컬컴퍼니 1588-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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