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에너지 세계 외 2권
새로운 에너지 세계 외 2권
  • 배상훈 기자
  • 승인 2017.03.0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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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에너지 세계
조석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만원

부재는 존재를 증명한다. 일상과 가장 밀접하고 우리에게 익숙한 것일수록 그렇다. 에너지 역시 부재한 상태가 돼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

2015년 9월, 전국적으로 순환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가정과 상점의 냉장고가 꺼졌고, 엘리베이터가 멈춰섰으며, 병원의 의료기구 작동이 멈췄다. 이상기후로 인한 무더위로 전력 수요가 급증해 피크전력을 넘어서자 대규모 정전사태를 염려한 정부가 지역별로 순환정전을 실시한 것이다.

이로 인해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했으며 주무 장관은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에너지는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에너지 공급과 수요를 관리하는 에너지 정책은 중요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30년간 공직에 머물며 에너지 관련 정책을 다뤘던 경험과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회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에너지 정책 동향과 에너지 기업의 전략, 그리고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집대성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현 세대의 에너지 혜택이 다음 세대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후손과 소통해나갈 선구안을 강조한 지점이다. 새로운 에너지 세계는 다음 세대의 무대이자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규정과 지배
마흐무드 맘다니 지음·최대희 옮김 / 창비 / 1만5,000원

신간 ‘규정과 지배: 원주민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아프리카를 비롯한 19~20세기 식민지 지배구조 분석을 통해 종족적·인종적 갈등의 뿌리를 파헤치는 책이다.

아프리카의 역사를 세계사의 맥락에서 해석해내는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이론가로 평가받는 인류학자 마흐무드 맘다니(Mahmood Mamdani)는 이 책에서 서로 다른 시공간의 사건들을 엮어내 식민지배의 실상을 보는 폭넓은 시야를 탁월하게 제시한다.

멀게는 로마제국시대부터 가깝게는 21세기 초 탄자니아까지, 아프리카를 뛰어넘어 ▲인도 ▲남아시아 ▲아메리카 대륙의 식민지 문제를 두루 살피며 각각의 식민지 운영방식이 원주민과 이주민의 차이를 규정해 그 둘의 차별로 귀결됐음을 날카롭게 짚어낸다.

맘다니는 정치·제도 면의 통치를 넘어 원주민의 사회·문화를 송두리째 통제하고자 했던 20세기 초 서구의 간접지배 이론이 결국에는 지금의 인종·종족 간 갈등을 낳았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이를 전복적으로 재해석하고 새로운 정체성 이론을 상상하는 데 기반이 될 다양한 가능성의 사례들을 이야기한다.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따뜻하겠지
류승희 지음 / 꼼지락 / 1만5,800원

1989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줄곧 그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화가 류승희가 프랑스 르 퓌 길 도보 여행에 대한 에세이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따뜻하겠지’를 출간했다.

총 길이 800km에 이르는 르 퓌 길은 프랑스 르 퓌 앙 블레(Le Puy en Velay)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까지를 말한다. 이 길은 950년 첫 순례자 고데스칼크가 걸었던 길이기도 하다.

저자는 우연히 파리 고서점에서 발견한 한 권의 책을 통해 ‘산티아고 가는 길’의 존재를 알고 매료됐다. 하지만 용기를 내지 못하다가 화가 반 에이크가 그 길을 걸었다는 사실에 그토록 꿈꾸던 첫발을 내딛게 된다.

1998년 프랑스 르 퓌 길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그 길 위에 놓인 도시 가운데 세계문화유산은 15개나 된다. 즉, 르 퓌 길을 걸으면 적어도 이틀에 하루 꼴로 깜짝 놀랄만한 장소와 마주친다는 이야기다.

르 퓌 길은 자연의 아름다움은 물론 매혹적인 문화의 흔적도 무한정 접하게 해준다. 예술의 나라 타이틀을 쥔 프랑스의 매력이 곳곳에 숨어 있다.

이 책은 르 퓌 길 여정을 중심으로 길과 관련된 프랑스의 역사, 문화, 그리고 파리지앵으로 사는 저자의 삶까지 버무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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