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동 발전노조 초대위원장, “전력산업, 공익성 위해 공적 영역으로 남겨둬야”
이호동 발전노조 초대위원장, “전력산업, 공익성 위해 공적 영역으로 남겨둬야”
  • 배상훈 기자
  • 승인 2017.02.27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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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노조 파업 15주년 맞아 향후 계획 등 공유
전력산업 민영화 저지 위해 모든 역량 투입 다짐
▲ 이호동 발전노조 초대위원장
[일렉트릭파워 배상훈 기자]지난 2월 21일 서울 중구에 있는 민주노총 소회의실에서 이호동 발전노조 초대위원장과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번 인터뷰는 발전노조 파업 15주년을 기념하고 그간의 소회 및 향후 계획 등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업계 관계자 10여 명이 이 자리에 함께 했다.

국가기간산업 부실화=국민부담
Q. 발전노조 파업 이후 시간이 많이 흘렀다. 신입사원 입장에서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세대 간 인식차이가 앞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A. 신입사원들이 인식하는 것과 지난 15년간 또는 15~20년간 정부의 민영화 계획에 대해 대응해오고 전력산업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 일생을 걸고 살아온 사람들의 인식차이는 분명 존재할 수밖에 없다.

현재 동서발전과 남동발전에서 진행되고 있는 IPO(기업 공개)를 보면 지금 당장 민영화가 완료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주식지분 30% 이내를 상장한다고 해서 민영화가 되는 것이 아니다. 70% 이상에 대한 경영권은 아직 정부가 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발전회사 분할이 결국 민영화를 위한 분할이었고 분할매각을 위한 시도들이 끝없이 이어져 왔다. 때문에 30%라 할지라도 그 지분을 민간이 소유하고, 그 다음 단계로 21% 이상을 소유하게 되면 바로 민영화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보면 그 위험성을 지금 깨닫지 못하는 조합원들도 이 단계에 가는 순간 ‘이제 큰일났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 위험성을, 이 역사적 맥락을 새로 온 후배들에게 전승시켜 내고 이것이 가져오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문제 등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 이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오히려 15년전 38일의 발전파업을 지켜보면서 당시 민영화에 반대했던 86%의 국민들은 또 전력민영화를 하려고 한다고 인식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현업에 종사하는 젊은 조합원들이 ‘우리는 괜찮아요’라고 한다면 이건 정말 희대의 코미디가 되는 것이다. 나는 우리 후배들이 그렇게 녹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Q. 지리적 측면도 있겠지만 수서고속철도 SRT가 생기면서 이용객이 늘었다. 철도민영화에 반대한 국민들도 ‘서로 경쟁하니 가격이 내려간다’고 생각할 수 있다.

A. SRT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국가기간산업이란 게 효율성도 있지만 공익성이란 게 존재한다.

공익성이 사라지는 국가기간산업. 이 문제에 대해 나는 국민들이 광범위한 지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정부 정책이라는 것이 국내 자본이든 해외자본의 요구에 입각해 돈이 되는 기간산업을 넘겨주게 되면 나중에 남는 건 부실화 되는 것이다. 부실화 되면 그 부담은 오롯이 국민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는 역사적 죄악이다.

돈 될 만한 부분을 떼서 팔아넘기는 건 일시적으로 봤을 때 그것으로 인해 혜택을 누리는 일부는 지지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국민 전체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오랜 시일이 지나지 않아 입증된다. 영국 철도가 그랬다.

공익성은 포기하고 효율성만 강조하다보면 결국 부실화 된다. 정비업체 등을 외주용역과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단가를 깎다보면 철도 정비가 부실해진다. 결국 기차는 탈선한다.

영국 철도가 탈선했다가 제 궤도로 돌아오는 데 얼마나 많은 국가적 비용을 치렀는가. 전력산업도 마찬가지다.

동북아 전력망 통해 안정·평화 꾀할 수 있어
Q. 현재 통일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북한과의 전력계통 연계 등 장기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전력산업만큼은 공기업이 책임지고 가야한다고 보는데.

A. 당연하다. 그리고 통일 이후에 동북아 전력망을 구축해야 한다. 남북이 분단돼 있다 보니 전력산업도 고립된 섬처럼 분단돼 있다. 남북의 계통을 역사적으로 잇지 않았던 게 아니다. 남북이 분단되기 전에는 수풍댐에서 전력을 생산해 남쪽에서 썼다.

언젠가 통일이 된다고 하면 남북 간 전력망을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이나 러시아와도 바로 연계할 수 있다. 이는 전력계통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계기다.

예를 들어 한반도에서 어떤 사유에 의해 전력이 부족하면 중국에서 급하게 수입할 수 있다. 러시아에서도 수입할 수 있다. 또한 역으로 중국에 전력을 수출할 수 있다.

결국 전기라는 게 수출상품이 되는 것이다. 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전력산업은 공적 기능으로, 공적 영역으로 둬야한다.

일례로 본인이 2006년도에 정부의 허가를 받아서 북한지역을 공식 방문한 적이 있다. 가서 직접 전력설비들을 확인했는데 굉장히 낙후돼 있다. 송전선로도 낙후돼 있었고 심지어 목주를 쓰고 있었다. 통일이 됐을 때 북한지역의 전력설비들을 복원하는 데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된다. 그것을 어디서 감당할 것인가. 국가가 해야한다.

우리는 에디슨 대상을 수상할 만큼 세계적인 전력기술을 갖고 있다. 공적영역이 그대로 존재한 상태에서 우리가 북한지역 전력설비들을 재건하게 되면 동북아 전력망을 통해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나아가 유럽의 EDF(프랑스전력공사)와 같은 에너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세계적인 전력기업이 우리나라의 공기업으로서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은 국가적 자산이고 자랑이다. 민영화는 이 모든 것들을 다 포기하는 것이다.

Q. 어지러운 국내 정치적 상황 가운데 초대위원장으로서 할 수 있는 것과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A. 지금 상황에서 국가의 백년지대계와 관련된 새로운 정책추진 등은 다 중단돼야 한다. 기존에 진행되는 것 정도만 진행해야 한다.

지난 15년 동안 온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있었던 사안을 이렇게 대통령 탄핵심판 기간 동안 밀어붙이는 건 정치적으로도, 산업정책적 측면으로도 금도를 벗어났다는 생각이다.

때문에 현 정권과 계속 싸워왔던 노동운동 국면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사회가 한 단계 더 진일보해서 다시는 그런 일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게 이 시기에 노동운동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다음으로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관련해 본인으로서는 필생의 해결문제다. 지난 15년 동안 달려온 문제이기 때문에 현 정권에서 밀어붙이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

현 정권 퇴진과 전력산업 민영화에 대해서는 사활을 걸고 개인이 갖고 있는 시간과 에너지와 경험을 쏟아 부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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