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엄 그린
그레이엄 그린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만원

20세기 가장 중요한 문학적 인물로 여겨지는 그린은 예리한 통찰과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인간성의 심연, 현대사회의 모호성을 가열하게 파고들었다. 또한 정치, 성, 범죄, 종교, 경제, 세계정세, 언론 등 20세기의 주요 화두를 쟁점화한 작품들을 통해 ‘소설이 무엇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던졌다.
평생을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한때 공산주의에 공명하고, 세계대전 중에 MI6(비밀정보부)에서 첩보원으로 활동했으며, 국교회가 지배적인 나라에서 가톨릭교로 개종하고, 아프리카와 같은 야생의 장소를 끊임없이 찾아다닌 독특한 이력은 낭만주의와 사실주의를 팽팽하게 오가며 실존의 진리를 드러내려 했던 그의 작품 세계의 밑거름이 됐다.
과학과 종교
토머스 딕슨 지음, 김명주 옮김 / 교유서가 / 1만4,000원

하지만 애초에 과학과 종교는 모두 ‘앎’에 대한 좀 더 깊은 숙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밤하늘에 뜬 달과 별을 올려다보며 그 운행의 물리적 메커니즘을 궁금해 하는 이가 있는 반면, 그 조화로운 사이클의 장엄함과 광막함에 경외감을 품는 이도 있다.
그 앎에 대한 추구의 결실은 각기 달랐다. 과학은 물리 현상의 이면에 있는 실제의 원리를 탐측하며 거듭 갱신해온 최신의 메커니즘을, 종교는 저 복잡하고 정교한 우주를 만들고 관장해온 절대적이고 근원적인 존재의 신성과 그 성서적 교리를 결실로 맺었다.
그런데 두 영역은 공통적으로 역사와 문화, 다시 말해 앎을 찾기 위한 오랜 시도와 협업과정을 통해 오늘과 같은 발전을 이뤄냈다.
이 책은 이런 과학과 종교 각각의 발생과 성취를 긍정하는 바탕 위에서 양측이 빚어온 갈등의 양상과 그 쟁점을 차근차근 짚어보며 몇 가지 역사적 논쟁현장을 아울러 살핀다.
레이버 데이(Labor Day)
조이스 메이너드 지음, 송은주 옮김 / 문학동네 / 1만3,800원

조이스 메이너드는 ‘레이버 데이’에서 삶에, 운명에, 가족에게 상처받고 웅크린 개개인을 그려낸다. 사랑 그 자체를 사랑한 대가로 가족을 잃고 밖으로 나갈 용기도 잃은 아델이 그렇고, 착한 심성 탓에 사람들에게 쉽게 농락당하다 예기치 못한 비극에 휘말려 살인자로 교도소에서 살아야 했던 프랭크가 그렇다. 어린 나이에 엄마를 염려하며 자신이 엄마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헨리에게도 삶은 친절하지 않다.
메이너드는 혼자일 때 절망뿐이었던 이들이 어떻게 서로 마음을 나누고 함께할 수 있는지, 일시적이든 지속적이든 그런 연대가 어떻게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지 보여준다. 작가는 각 등장인물의 마음을 섬세하게 포착해 이를 13세 소년의 시선으로 전달하며 소설을 읽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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