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답지 않은 카프카 외 2권
카프카답지 않은 카프카 외 2권
  • 배상훈 기자
  • 승인 2017.01.0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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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답지 않은 카프카

묘조 기요코 지음, 이민희 옮김 / 교유서가 / 1만8,000원

현대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한 사람, 달리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은 독일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진면목을 드러내는 문학연구서가 교유서가에서 출간됐다. 이 책은 기존의 카프카 상을 깨고 좀 더 인간적이며 생생히 살아 숨쉬는 카프카의 모습을 재구성해 보여준다.

저자는 1912년 9~11월까지 약 두 달 반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이 기간은 카프카의 생애 가운데 가장 풍요로운 작품활동 시기였다. ‘판결’, ‘실종자’, ‘변신’은 카프카가 생전에 출간한 작품 가운데 절반에 해당한다.

저자는 당시 카프카의 편지, 일기, 산문과 이들 작품을 시간 순으로 독해하면서 카프카의 성장과정과 주변 환경, 내면을 종횡무진으로 엮어낸다.

이 책을 통해 드러나는 1912년 9~11월까지의 카프카는 거짓말과 연기에 능하고 사랑에 대한 욕망을 거침없이 밀어붙인다.

또한 예술적 측면에서는 진실을 드러내는 거짓으로서의 문학, 허위로 가득한 현실세계를 아무런 허위 없이 재현하는 문학에 한 걸음 다가서는 불멸의 현대적 면모를 보인다.

가마니로 본 일제강점기 농민 수탈사

인병선·김도형 엮음 / 창비 / 2만3,000원

흔히 곡식 담는 자루를 가리키는 ‘가마니’는 순우리말이 아니다. 가마니는 일본어 ‘카마스(叭)’에서 유래한 말이다. 실제로도 1876년 강화도조약 이래 일본이 조선에서 쌀을 수탈해 가기 위해 조선에 일본식 자루를 들여오면서 보급되기 시작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경제가 호황을 맞아 일본 본토의 쌀 수요량이 급증하자 가마니 수요도 더불어 증가했다. 가마니는 조선에서 본격적으로 제작됐다.

이 책은 1910년대부터 해방 전까지 조선 땅 방방곡곡의 가마니 생산에 관한 신문기사 340건을 엮은 자료집이다.

매일신보, 동아일보, 조선일보에 실린 이들 기사는 일제의 농업수탈 정책이 가동한 시기부터 산미증식계획과 농촌진흥운동을 거쳐 전시체제 아래 애국의 명분으로 가마니 제작이 장려되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다.

어린 아이들까지 학교에서 가마니 짜기를 배우는 당시 풍경은 일제의 전쟁 수행을 위해 가마니를 생산하고, 생산대금마저 국가에 헌납해 ‘가마니호’라는 비행기를 만드는 데 소용되고 말았던 고달픈 식민지 농촌의 실상을 낱낱이 증명한다.

2번가에서

에스키아 음파렐레 지음, 배미영 옮김 / 문학과지성사 / 가격 1만4,000원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작가이자 영문학자이며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t, 남아프리카공화국 인종분리정책) 체제를 비판한 활동가 에스키아 음파렐레의 자서전이 출간됐다.

음파렐레가 성장한 ‘마라바스타드 2번가’는 인종별로 거주지를 지정한 아파르트헤이트 체제하의 흑인 빈민가로, 당시의 사회 모순을 드러내는 한 단면이다.

남아공 자전문학의 신호탄이 된 이 작품은 세계 대공황과 인종차별 정책 속에서 더 바닥으로 내려갈 수 없이 가난하고 차별받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 시절을 헤쳐 나갔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음파렐레는 백인들의 욕망의 희생자 역할만 했던 흑인들이 능동적인 행위자가 되기를 촉구했다. 또한 희생자라는 수동적 위치를 벗어던지는 것이야말로 피해자들이 가장 먼저 이뤄내야 할 일임을 지적한다.

탄압과 차별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저항하는 인간. 이 책은 학교에서 매 맞는 걸 두려워하고 가난을 힘겨워하던 평범한 소년이(그의 세대가) 노예를 벗어나 독립적인 인간이 되는 과정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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