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차기 행정부, 에너지정책 기조 변화 불가피
미국 차기 행정부, 에너지정책 기조 변화 불가피
  • 배상훈 기자
  • 승인 2016.12.28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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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익 최우선… 고용확대 및 에너지 독립 추구
우리나라 기후변화 대응·에너지신산업 지속 추진해야
지난 11월 8일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차기 행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8년 동안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화석연료 축소, 청정에너지 확대, 에너지효율 개선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연설이나 정책정강 등을 통해 석유·가스 개발 및 수출 확대를 추구했다. 반면 기후변화 대응정책에서는 오바마 정부의 정책에 역행하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향후 차기 행정부의 에너지정책 기조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출처·에너지경제연구원

▲ 키스톤 XL 파이프라인 경로. 자료: 키스톤 XL 프로젝트 홈페이지(www.keystone-xl.com)

키스톤 XL 파이프라인 건설 프로젝트 재추진 공약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의 에너지·기후변화정책은 ▲미국 내 화석에너지 자원의 생산 및 수출확대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반대라는 2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일관되게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국내 석유·가스·석탄 자원의 개발·생산·수출을 확대함으로써 국내 고용확대와 에너지 독립을 추구하고 있다.

아울러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 사실여부 자체를 부정했으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들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은 OPEC과 외국 국영석유기업들의 생산량 조절 등 집단행동을 석유시장 조작으로 규탄했다. 이에 대응해 미국 에너지시스템이 국제유가 변동에 대한 취약성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국내 원유생산을 늘려야 함을 주장했다.

국내 석유·가스 개발을 촉진하고 생산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오바마 행정부가 도입했거나 도입 추진 중인 각종 규제들의 철폐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공화당은 올해 정강에서 현 오바마 행정부의 유전 및 가스전 개발에 대해 연방정부 승인을 받는 데 수개월씩 소요된다며 이를 비판한 바 있다. 또한 향후 석유가스 상류부문 인·허가도 보다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공약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오바마 대통령이 승인하지 않음으로써 무산됐던 ‘키스톤 XL 파이프라인 건설 프로젝트’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키스톤 XL 프로젝트는 캐나다 알버타 주와 미국 네브라스카 주까지 파이프라인을 신설하는 것으로, 기존 파이프라인과 연결되면 캐나다산 원유를 텍사스 주까지 수송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미국 에너지안보와 고용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 오바마 행정부가 에너지프로젝트 인·허가를 지연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수송 파이프라인·수출인프라 등 에너지인프라 건설 인·허가를 촉진할 것임을 공언했다.

국제 기후변화 대응 노력 및 파리협정 부인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정책 도입을 반대하고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파리협정 비준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파리협정은 지난해 12월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합의·도출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파리협정 비준서에 서명한 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제11차 G20 정상회담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통해 비준서를 제출했다.

파리협정은 당사국 55개국 이상이 비준하고 비준국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배출량의 55% 이상이 되면 발효조건을 충족한다. 그로부터 30일 경과후 발효되는바 동 조건이 만족돼 올해 11월 4일 발효됐다.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은 기후변화 자체를 부인하며 이에 대한 대응 필요성도 부인하고 있다. 특히 파리협정을 거부하는 논리는 파리협정 비준권이 오바마 대통령이 아닌 상원에 있으며, 상원의 비준을 거치지 않았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신재생에너지 확대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연방정부의 지원정책을 비판하며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주요 신재생에너지원에 대한 연방세액공제율 및 일몰한도. 자료 : EIA(2016.8월), Annual Energy Outlook 2016 with projections to 2040, p.LR-8
이어 신재생에너지 투자세액 공제제도 등 연방정부의 지원정책을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부의 편애라고 비난했다. 이에 반해 석유·가스부문은 규제를 받고 있어 에너지원 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생산세액공제(PTC)나 투자세액공제(ITC)와 같은 연방세액 공제제도는 지난해 12월 일몰연장된 것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유지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세액공제(PTC)는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량에 비례해서 세액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풍력의 경우 일몰기한은 2019년 12월이다.

투자세액공제(ITC)는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액에 대해 일정 공제율에 따라 세액에서 공제하는 제도다. 태양광의 경우 공제율이 올해 30%에서 점차 감소해 2022년에는 10%로 축소된다. 대형 풍력의 경우 공제율 축소를 더욱 가속화해 2019년까지만 세액공제를 받게 된다.

청정전력계획 완전 폐기 강조
트럼프 당선인은 오바마 행정부의 청정전력계획 완전 폐기를 공약으로 제기해 왔다.

청정전력계획은 발전부문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32% 감축하고, 발전부문 핵심 감축정책으로 제시한 기존 화력발전기에 대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규제하는 제도다.

청정전력계획은 지난해 8월 EPA 법규명령으로 발표됐지만 버지니아 등 석탄의존도가 높은 24개 주가 반대소송을 제기해 현재 연방항소법원에 계류 중이다. 연방대법원이 청정전력계획 소송의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시행을 중단해야 한다는 청원을 수용(2016년 2월)함에 따라 현재 시행이 중단된 상태다.

한편 향후 미국의 석유·가스 상류부문 개발규제가 완화되고 석유·가스 인프라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보여 원유·가스 생산량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도입된 석유·가스 메탄누출 규제 등 안전성 또는 환경성 강화 규제정책들은 완화되거나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힐러리 후보가 공약했던 북극, 대서양 연안, 연방 공유지 개발제한 가능성이 없어지면서 석유 상류부문 투자가 더 용이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원유 및 셰일가스 증산의 경우 국제 석유시장에는 저유가 기조를 좀 더 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미국 원유·가스 생산량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주로 수송용 소비가 주를 이루는 미국 내 석유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여지는 크지 않다.

셰일가스 공급확대로 가스가격이 안정화되면 가스화력발전은 비용측면에서 지금의 경쟁력을 유지해 가스발전 비중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차기 행정부는 미국산 원유와 셰일가스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수출관련 인프라 건설을 촉진하고 인허가를 완화하는 한편, 적극적으로 자원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수출대상국과 양자 및 다자 협상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 청정전력계획 존치 여부에 따른 에너지원별 발전량 전망 비교. 자료: EIA(2016.8월), Annual Energy Outlook 2016 with projections to 2040, p.IF-16
“온실가스 감축정책, 후퇴할 가능성 높아”
차기 트럼프 행정부는 파리협정에 대해 비준 무효화를 주장하며, 이미 발효된 협정에서 탈퇴를 추진하거나 탈퇴까지는 아니더라도 감축공약을 준수하려는 노력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차기 행정부가 비준서 무효화 주장시 이에 대해 비준서의 유효성에 대한 법적 판단을 묻는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차기 행정부가 파리협정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적극적인 감축 노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트럼프 당선인이나 공화당 진영에서 주장해온 바와 같이 파리협정을 탈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어떤 형태로든 미국의 국제적 기후변화대응 리더십 상실과 신기후체제 약화는 당분간 피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미국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나 녹색기후기금(GCF)에 제공하는 재원공여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개도국의 기후변화 적응 관련 국제사회의 노력이나 투자에도 어려움이 생길 우려도 있다.

단,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미국이 풍부한 천연가스를 활용한 온실가스 감축여력이 있는 만큼 차기 행정부가 신기후체제를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을 여지도 있다.

신재생 전원 투자 축소·비중 증가세 둔화 우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연방세액공제와 같은 지원정책은 향후 일몰기한 이후로 다시 연장될 가능성이 낮아 신재생 전원에 대한 투자 축소가 우려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신재생에너지 설비투자는 연방세액공제에 따른 비용보전효과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어 향후 지원정책이 중단되거나 일몰연장이 되지 않을 경우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위축되고 비중 증가세도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세액공제 일몰기한이 도래하기까지 수년간 투자가 지속될 가능성도 있으며, 이후에도 ▲주(州)별 신재생 보급정책이나 기술력 향상 ▲신재생 비용 감소 ▲지역별 잠재량 등 여건에 따라 주별·신재생에너지원별로 경쟁력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연방세액공제 등 지원정책 중단시 신재생 투자는 분명 위축되거나 투자 증가세가 둔화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미국에서 신재생에너지 설비나 전원 비중에 대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청정전력계획 존속 시나리오(왼쪽)와 청정전력계획 폐지 시나리오(오른쪽). 자료: EIA(2016.8월), Annual Energy Outlook 2016 with projections to 2040, p.IF-16
청정전력계획 위법판결시 자동 효력상실
미국 연방대법원 재판부는 9인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스칼리아 연방대법관 사망으로 1석이 공석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3월 후임 대법관 후보 임명을 시도했지만 공화당 우위의 상원은 인준심사를 거부한 바 있다.

연방대법원 대법관 구성이 공화당 성향으로 다수를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청정전력계획에 대한 판결도 ‘위법하다’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번 선거 결과, 공화당은 차기 대통령뿐만 아니라 상원과 하원 모두 과반수 의석을 확보해 트럼프 차기대통령이 공화당 성향의 대법관 후보를 지명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상원에서 그대로 인준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보수 대 진보 성향의 대법관 구성이 4:4인 상황이며,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보수 성향의 대법관이 5명으로 수적 우위를 갖게 될 경우 청정전력계획에 대한 최종 판결도 공화당에 유리하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청정전력계획은 현재 효력이 중지된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되다가 결국 최종적으로 연방대법원이 청정전력계획에 대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리게 되면 청정전력계획의 효력은 자동적으로 상실된다.

청정전력계획이 폐지되면 석탄화력 발전비중은 제한적으로 반등할 여지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장기적 상승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원유·가스 생산확대를 추구하고 있어서 천연가스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는 본격적인 석탄화력 부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석탄화력 설비용량 증대 계획도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청정전력계획이 폐지될 경우 노후화력 발전기 폐기속도는 상당히 둔화될 전망이다.

청정전력계획이 존속될 경우 석탄화력 발전 감소분이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 전원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됐다. 청정전력계획이 폐지될 경우 장기적으로 석탄화력이 큰 감소 없이 현 수준을 유지할 예정이다.

청정전력계획이 폐지되더라도 천연가스 및 신재생에너지 전원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겠지만 청정전력계획이 존속될 경우보다는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미국 주별 태양광 발전단가. 자료: BNEF(2016.4.12), H1 2016 AMER LCOE Outlook
미국 에너지산업 변화 등 예의주시 필요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신기후체제에 부정적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추진동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일관된 감축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다소비 산업의 비중이 높은 우리 산업계는 장기적 관점에서 친환경 공정과 효율적 에너지 소비로의 전환을 통해 지속가능한 에너지시스템 구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한편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신재생에너지산업 지원정책이나 에너지효율 개선 등을 축소할 경우 신재생에너지 및 신산업 성장 둔화가 우려되고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및 에너지신산업 수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내수 확대정책과 미국 보호무역 강화에 대한 대비, 유럽 등 미국 이외 지역으로의 해외진출 활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미국 원유 및 셰일가스 증산의 경우 도입선 다변화 측면에서 활용하되 도입경제성과 국내 수급 등 여건에 맞게 탄력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도 제시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미국산 원유가 우리나라 주 도입선인 중동산 원유에 비해 가격·수송비 면에서 경제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향후 미국 원유의 도입경제성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미국산 원유 수입을 도입선 다변화 측면에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천연가스도 2025년까지 이미 체결된 장기계약 분으로 국내 수요는 확보한 상황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미국과의 협력 및 모니터링은 강화될 필요가 있다.

발전 부문 또한 청정전력계획 폐기 등 발전부문 정책변화가 우리나라 전력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온실가스 감축, 미세먼지 등 개선을 위한 화력발전 효율개선 등은 지속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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