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사업, 생태 1등급지 확대로 또 발목
풍력사업, 생태 1등급지 확대로 또 발목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6.12.13 2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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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윤 대표, 정부부처 간 엇박자 정책 지적
700MW 규모 15개 프로젝트 날벼락

▲ 12월 12일 국회신재생에너지포럼과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공동주최로 열린 ‘신재생에너지산업 정책·제도·시장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류지윤 유니슨 대표가 최근 고시된 생태자연도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정부부처 간 엇갈리는 정책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풍력업계가 좌초될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고시된 생태자연도 개정안에 1등급지가 새롭게 대거 포함돼 풍력발전단지 개발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12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신재생에너지산업 정책·제도·시장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선 류지윤 유니슨 대표는 “환경부가 생태자연도 1등급지역을 대폭 확대하는 생태자연도 개정 고시를 시행한다고 밝힌 것은 납득하기 힘든 조치”라며 “산업부와 협의를 거쳐 2014년 10월 생태 1등급지역 내에서 풍력사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 ‘환경성평가지침’을 마련한지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생태 1등급지역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또 “앞서 마련된 환경성평가지침에는 생태 1등급지역이라도 평가기관의 협의를 거치면 개발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실제는 협의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대부분 배제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육상풍력 개발사업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산업부와 환경부가 정부차원의 규제완화 정책에 협력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GE의 베트남 진출은 정부 지원책 덕분”
류지윤 대표에 따르면 환경부의 이번 생태자연도 1등급지역 확대로 개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프로젝트는 15개에 달한다. 이미 전기사업허가를 받은 사업으로 단지 규모를 합치면 700MW가 넘는다.

발전공기업인 한국남부발전의 경우 이번 개정안 고시로 현재 강릉에서 추진하고 있는 안인풍력(60MW) 개발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새로운 개정안이 확정되면 예정된 개발지역의 80% 이상이 생태 1등급지에 포함된다. 이정도 수준이면 사업을 접으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류지윤 대표는 “규제완화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규제가 등장하면 사업자 입장에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풍력산업에도 원샷법(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과 같은 경제활성화법이 마련돼 수십 건에 달하는 인허가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류지윤 대표는 우리나라 풍력산업의 문제점으로 ▲내수시장 규모 한계성 ▲외산제품 진입 ▲수출 활성화 정책 부재 등을 꼽았다. 정부차원에서 풍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류지윤 대표는 “정부가 직접 나서 풍황자원지도를 개발한 후 업계가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과감한 인센티브 제공으로 기업투자를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트랙레코드를 확보한 후 정부와 발전사·금융기관·전문기업이 함께 패키지형태로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GE가 베트남 풍력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금융혜택을 포함한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한 이장호 군산대 교수는 풍력에 대한 국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신생에너지문화원’을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 패널토론 모습

생태자연도 개정안 소급적용 여부 관심
생태 1등급지역이 대거 포함된 이번 생태자연도 개정안은 국민열람 공고를 마침에 따라 이르면 올해 안에 확정될 예정이다. 풍력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일단 개정안이 확정되면 다시 등급을 수정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최소 9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에 그만큼 사업지연이 불가피해진다. 지금도 풍력단지 개발에 3~4년이 소요되는데 1년 남짓의 시간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업계는 당장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미 사업이 진행된 프로젝트의 경우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환경부에서 프로젝트 추진 기준을 어디까지 인정해 줄지가 관건이다.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개발행위허가 또는 도시계획시설허가와 같이 사업이 실제 어느 정도 추진된 경우 적용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며 “전기사업허가만 받아 둔 상태라면 소급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환경부에서 말하는 생태 1등급지역을 가보면 오래된 나무를 벌목한 후 어린 나무를 심고 있는 광경을 흔하게 볼 수 있고, 이리저리 임도가 난 지역도 많다”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고무줄 잣대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산업부와 환경부는 환경성평가지침 개정과 관련해 업계·풍력산업협회·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TF를 구성해 최근 몇 차례 회의를 진행한 바 있다. 일단 올해 예정된 환경성평가지침 개정안 확정을 미루고 이번 생태 1등급지역 확대 논란을 해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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