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외 2권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외 2권
  • 배상훈 기자
  • 승인 2016.12.03 2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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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엄기호 지음 / 창비 / 1만3,800원

100만, 200만… 전국 광장에서는 1987년 이후 최대의 인파가 든 촛불이 넘실거리고 있다.

‘대통령 하야’라는 분명한 구호와 함께 죽은 언어로 전락해가던 혁명이 명예 혁명, 시민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거론되고 있다. 이제 혁명은 목숨 건 투쟁이 아니라 생활 속 즐거운 축제와 다르지 않은 이름이 됐다.

터져 나오는 외침들은 저마다 억눌러왔던 분노의 표현이기도 하다. 세월호 이후 변하지 않는 국가, 당리당략에 목숨 건 정치인들, 제 자신의 안위만을 챙기는 기득권자들, 자그마한 권력이라도 쥐었다 하면 갑질을 행사하는 사람들에게 분노한 이들에게서 ‘깡그리 망해버려라’ 하는 리셋의 감정이 자라나는 중이었다.

저자는 이번 책에서 과격화된 세계와 개인을 가장 깊숙한 곳에서부터 파헤친다.

특유의 아래로부터 글쓰기로 사회학 대중화를 이끌어온 저자는 혐오와 리셋의 감정이 어디서부터 비롯되는지, 그리고 그 끝은 무엇인지,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거꾸로 가는 한국 민주주의의 과거와 현재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미래를 위한 제안을 담은 이 책은 한국 사회에 대한 진단서이자 우리 사회를 복원하기 위한 처방전인 셈이다.

카이사르의 여자들(전3권)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신봉아·이은주·홍정인 옮김 / 교유서가 / 4만8,000원

이 책은 3,000만부가 팔리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던 장편소설 가시나무새 작가 콜린 매컬로가 여생을 걸고 쓴 대작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의 제 4부다. 이 시리즈는 작가가 자료를 모으고 고증하는 것부터 집필을 시작해 시력을 잃어가며 완결하기까지 30여 년이 걸린 대작이다.

이 책에서는 매컬로 특유의 치밀하고 섬세한 묘사로 기존의 로마 관련 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공화정 말기 귀족 여성들의 삶을 재현했다. 한편 로마사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인물인 카이사르가 혼란기에 어떻게 권력을 장악해 가는지 그의 정치적 수완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신간 ‘카이사르의 여자들’은 기원전 68년 6월~기원전 58년 3월까지 약 10년간의 시기를 다룬다. 세계사에서도 손꼽히는 명장이자 정치인으로서 혼란기 로마를 평정하는 영웅 카이사르가 마침내 장성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시기에 해당한다. 그의 나이로는 32세부터 42세에 걸치는 시기다.

작가가 본 카이사르는 마음에 드는 여성을 끌어들일 줄 아는 매혹의 남자이자 바람둥이로, 다정다감한 아버지이면서도 아끼는 딸을 약혼 위약금을 물어가며 당장의 정치적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에게 시집보내는 비정한 아버지로도 그려낸다.

연옥의 봄
황동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8,000원

황동규 시인의 16번째 시집 ‘연옥의 봄’이 출간됐다. 시인은 1958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한 이래 58년간 존재와 예술, 세계를 향해 질문하는 절실하고 독한 시 창작 여정을 계속해왔다.

이번 시집에는 연옥의 봄 연작 4편을 포함한 총 77편의 시가 묶였다. 직전 시집 ‘사는 기쁨’(문학과지성사, 2013)에서는 꺼져가는 삶도 생명의 진행과정에 있음을, 살아있는 한 생명이 다 하는 날까지 아픔의 환한 맛을 달게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삶의 숭고를 표현했다.

이번 시집에서는 일상적인 부재와 소멸의 사소함을 생의 일부로 수용하고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기다림의 자세에 대한 생각을 심화해간다. 미완을 스스럼없이 긍정하며, 시 안에 살아 숨 쉬는 인간과 삶의 미묘한 섬광을 담아내고자 꾸준히 들여다보고 사유해나가는 시인 황동규의 열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황동규는 없음과 사라짐 앞에서 안타까움과 슬픔 등의 감정적 반응에 충실하지도, 의미 부여의 가공 작업에 매진하지도 않는다. 한 인간으로서 피할 수 없는 감정과 물음들을 보존하면서도 없음과 사라짐 자체를 향유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에 몰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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