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와 연방대법원의 변화
미국 대통령 선거와 연방대법원의 변화
  • EPJ
  • 승인 2016.10.3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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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현재 미국 UC Berkeley 대학에 연구년 차 머무르면서 미국대선을 TV와 각종 매체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차기 미국대통령은 연방대법관 1명을 임명하게 되는데, 그 임명된 대법관의 철학과 사상에 따라 미국의 사법제도와 미래 모습이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진보정책에 제동을 건 보수성향의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이 지난 2월 세상을 떠나자, 대통령이 메릭 갈랜드를 대법관에 임명했으나 상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에서 인준을 거부해 대법관 1명이 공석이다.

현재 미국 대법원은 보수성향 4인, 진보성향 4인의 대법관으로 구성돼 있어 차기 대통령이 임명하게 될 대법관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다. 미국에서는 정치적 이슈가 법률적 이슈가 된다. 2,000년 공화당 부시 후보와 민주당 엘 고어 후보 간의 대통령선거에서 엘 고어는 총 투표수에서 이기고도 부정선거 의혹이 있는 플로리다 주에서 부시 후보의 동생인 주지사가 수개표를 중단시키는 바람에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같은 결과는 연방대법원의 승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에서 사법부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강하다.

동성애 결혼에 대해 지난 5월 연방대법원은 예상을 깨고 동성결혼합헌 쪽을 지지하면서 주에 따라 금지된 동성결혼이 전면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이 판결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환영을 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 민주당은 동성결혼을 적극적으로 지지한 반면, 공화당은 전통적인 결혼관을 옹호하면서 동성결혼을 반대해 왔다.

트럼프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지명 받은 대법관을 통해 동성결혼의 위헌을 이끌어내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트럼프 후보의 입장 때문에 미국 기독교인들의 다수가 트럼프 후보의 성추문과 탈세 등 온갖 악재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 미국 대선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쟁점 중 하나는 낙태를 사생활에 관한 권리로서 허용할 것인가이다. 1973년 로우 대 웨이드 판결(Roe v. Wade)로 연방대법원은 여성이 임신 후 6개월까지 낙태를 선택할 수 있는 헌법상의 권리를 갖는다고 판결함으로써 그 때까지 미국 대부분 주에서 시행되던 낙태 금지 또는 제한 법률이 폐지됐다.

미국 대통령선거 3차 TV토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낙태와 관련해 산모 사생활에 관한 권리에 속하며 산모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고 주장한 반면, 트럼프는 낙태를 허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밖에도 총기소지 허용여부에 대한 쟁점도 다뤄지고 있다. 필자가 이곳에 머무는 동안에도 대학가 근처에서 총기에 의한 살해가 발생하고 있어 때때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밤늦게 돌아다니지 않는데 이는 누가 총기를 소지하고 언제 공격해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트럼프 후보는 연방대법원이 미국 국민의 무기 소유를 합법화한 수정헌법 2조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고, 클린턴 후보는 총기 소지권을 포함한 수정헌법 2조를 지지하지만 총기구매자의 신원조회 강화 등 합리적인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필자처럼 외국인 입장에서는 개인에게 자신의 신변보호를 맡기는 것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교통신호를 위반한 자가 도주하는 경우 경찰관은 도주범이 총기를 휴지하고 있어 반격을 할지 모른다고 판단해 조금이라도 이상한 행동을 하면 총을 쏴 사망하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런 사고는 총기 소지를 허용하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는 사고다.

미국 대법관 중 3명 정도는 80에 가까운 나이어서 차기 대통령은 2~3명의 대법관을 지명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진보와 보수 균형은 무너지게 될 것이고, 미국의 방향이 급격하게 어느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대통령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의 사상과 종교적 배경이 불분명해 온 나라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 대선이 쇼를 하는 것처럼 재미와 이야기 거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은 후보의 정책과 방향을 미리 알고 선택을 하며, 그 공약들은 상당수 지켜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떨까? 선거공약을 믿고 후보를 선택하더라도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공약과 상관없이 다른 길을 걷는 경우가 다반사다. 법의 지배를 통해 국가를 운영하는 미국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법률에 의한 지배를 할 것인가 사람에 의한 지배를 할 것인가에 대한 대선후보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에 의한 지배가 아닌 법에 의한 지배가 확립돼야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혼란을 막을 수 있다. 미국 대선에서 후보 간 법적 이슈에 대한 열띤 토론과 미국 국민들의 토론을 지켜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최정식 교수는…

서울대 법대 동대학원에서 학사와 석사를, 연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각각 취득했으며 중앙병무청 행정심판위원, 대한주택보증(주) 법률 고문, 서울지방경찰청 법률 상담관, 고려대학교 의사법학연구소 외래교수,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 법무법인 청솔 대표변호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스카우트연맹 법률고문,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피해자배상심의위원, 서울남부지방법원 조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숭실대학교 법과대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증권집단소송법의 이해’ 등의 저서와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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