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산업 안전의식 이대로 좋은가
풍력산업 안전의식 이대로 좋은가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6.10.11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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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설비 별도 내진기준 없어 지진에 취약
맞춤형 안전대책 시급… 재난 골든타임 놓칠라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지난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사상 최대 규모 지진으로 인해 이제 더 이상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풍력설비에 대한 재난안전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안전문제를 등한시하다가는 이제 막 활성화 단계에 접어든 풍력산업이 업계 스스로의 안일한 대응으로 인해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최근 경주에서 일어난 5.8 규모의 지진에 따른 풍력설비 피해사례는 아직 보고된 게 없는 상황이다. 현재 경남 경주지역 인근에는 경주풍력(16.8MW)을 비롯해 감포댐풍력(2MW), 경포풍력(3MW), 포항풍력(0.66MW), 현중풍력(1.65MW), 고리풍력(0.75MW) 등 8개의 풍력단지가 건설돼 있다. 다행히 가동 중인 19기의 풍력시스템은 이번 지진으로 인해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향후 발생할지 모를 대지진에 현재 풍력설비 건설 시 적용되고 있는 건축구조설계기준이 얼마나 부합할지 전문가들조차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풍력 현장에 맞는 별도의 내진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해상풍력단지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채비를 하고 있는 상황에 안전과 관련된 매뉴얼이 갖춰져 있지 않아 안전관리에 구멍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연초 태백에서 풍력타워가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하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제주에 설치된 풍력설비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등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크고 작은 사고까지 포함하면 풍력 현장의 안전사고는 적지 않은 편이다.

통합 매뉴얼, 내진 관련 기준, 정기안전점검, 안전교육 등 풍력산업의 건전한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 지원과 산업계의 자발적인 체질개선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건축물 내진기준 풍력에 적용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1978년 우리나라 지진관측 이래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 5차 핵실험의 50배에 달하는 위력으로 TNT 폭탄 50만톤이 순간 폭발하는 위력과 맞먹는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9월 12일 일어난 본진 이후 30일까지 440여 차례의 여진이 발생했다. 1.5~3.0이 430회로 가장 많았고 3.0~4.0은 15회, 4.0~5.0 2회 등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진 여파로 대규모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건축물이나 시설물의 안전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적용 중인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하는 동시에 내진설계가 안 된 경우에는 내진 보강작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풍력 현장은 지진으로부터 얼마나 안전할까.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건설되고 있는 풍력설비는 국토교통부 고시인 ‘건축구조기준 및 해설’에 따라 내진설계 적용을 받고 있다. 고정상태로 그대로 있는 건축물에 적용하는 내진기준을 풍력설비에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별 풍하중과 지진 재현주기·빈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일정 값을 기준으로 내진설계가 이뤄지기 때문에 지진에 따른 피해 확률은 극히 낮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특히 풍력설비 특성상 25년 이상의 시간동안 바람과 블레이드로 인한 진동을 견뎌야 사업성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내진하중보다 높은 풍하중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운영된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풍력시스템에 작용하는 하중에는 바람에 의해 타워에 전달되는 하중과 블레이드 회전에 따른 추력, 풍력설비 자체의 자중 등이 있다.

하지만 풍력시스템은 하중 중심이 상단부에 쏠려있는 구조설계 특성상 지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렇다보니 지진 영향으로 풍력시스템에 추가적인 관성하중이 작용해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특히 풍력시스템이 대형화되면서 환경조건에 따른 구조적 안전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커지고 있다.

알맹이 빠진 규정 ‘구체화’ 필요
현재 국내 법규상 풍력설비의 지진에 대한 안전 사항을 별도로 지정한 규정은 전기안전공사의 점검 지침과 대한전기협회의 전기설비기술기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기안전공사는 사용전검사 및 정기점검 시행 시 전기협회에서 마련한 발전용 풍력설비의 전기설비기술기준 규정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전기설비기술기준에는 풍력터빈의 구조가 ‘지진에 대해 안전할 것’이란 내용만 있을 뿐 구체적인 기준이 표시돼 있지 않다. 풍력설비를 지지하는 구조물에 대해서도 ‘자중·적재하중·적설·풍압·지진·진동·충격 및 염해에 대해 구조상 안전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대신 풍하중 계산 시 건축물에 적용하는 건축구조설계기준을 준용한다고 표기해 놨다.

전기설비의 안전한 설치·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양 기관의 안전 규정이 알맹이 빠진 규정이란 지적을 받는 이유다.

풍력의 경우 지진으로 인한 시설물 붕괴를 넘어 2·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전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육상풍력의 경우 대부분 주택가와 떨어진 높은 산지에 건설되기 때문에 붕괴에 따른 인명피해 우려는 적지만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지진에 따른 피해 규모가 전 세계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에 풍력에 관한 국제적인 내진설계 기준이 현지 상황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할 수도 있다”며 “현지 상황과 환경 변화에 부합하는 안전기준 마련과 제도 정비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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