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단지 부지 확보,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풍력단지 부지 확보, 인정사정 볼 것 없다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6.10.07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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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계측기부터 꽂고 보자… 우선권 부여 부작용
자금력 갖춘 발전공기업 마구잡이 설치로 ‘눈살’
▲ 국내 풍력발전단지 현황(2016년 9월 기준)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무분별한 풍력발전 전기사업허가 신청을 방지하기 위해 전기위원회가 풍력단지 개발 시 우선권을 인정하는 풍력자원계측기 적용 방안을 마련해 올해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부지 확보 경쟁은 뜨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풍황계측기를 설치하지 않은 채 풍력발전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사업자에게 부지중복과 관련한 민원이 발생할 경우 불이익을 주기위해 마련된 규정이 오히려 모범적인 풍력사업자의 시장 진출을 막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풍력발전 개발사업에 따른 부지 확보 분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부 개발업자들은 풍력사업에 필요한 기본적인 풍황조사 데이터도 없이 발전사업허가를 신청해 기존 사업자와 마찰을 빚어왔다.

현재 전기위원회는 국공유지 내 풍력단지 개발과정에서 사업자 간 부지중복과 관련해 분쟁이 발생할 경우 계측기를 설치한 사업자에게 유효지역 우선권을 주고 있다. 여기서 유효지역이란 계측기가 설치될 지점의 바람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지역을 의미한다.

계측기 유효기간은 설치허가 후 4년이고, 타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1회에 한해 1년간 연장할 수 있다. 결국 아무리 계측기를 설치했다고 치더라도 최장 5년이 될 때까지 전기사업허가를 신청하지 않을 경우 우선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동일 지역에 다수의 계측기가 설치된 경우 유효지역 우선권은 설치허가를 먼저 받은 사업자에게 주어진다. 계측기 설치허가를 받은 후 천재지변이나 대규모 화재 등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6개월 이상 계측기를 설치하지 않거나 풍황조사에 착수하지 않는 경우에도 우선권은 상실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단 계측기부터 꽂고 보는 사업자가 늘고 있다. 한 사업자가 몇 개 이상의 계측기를 설치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없다보니 투자여력이 있는 사업자의 경우 일정수준의 바람자원이 있는 곳이면 계측기부터 설치하고 보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보통 계측기 1대 설치하는데 1억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

특히 윤리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발전공기업에서 이 같은 비도덕적 방식으로 풍력사업을 추진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어 업계에 파장을 낳고 있다.

풍력개발사업자 A씨는 최근 전기위원회로부터 사업부지 중복을 이유로 전기사업허가 보류 통보를 받았다. 한 발전공기업에서 계측기를 먼저 설치했다며 이의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인결과 이 발전공기업은 계측기 설치 후 1년여 만에 철거한 상태였다고 한다. 누가 봐도 사업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하고 있는 A씨는 “발전공기업의 도를 넘는 갑질이 풍력산업의 건전한 성장을 위협할 수 있다”며 “발전공기업의 경우 1만MW에 육박하는 발전시설을 운영하는 입장이라 수십MW에 불과한 풍력단지가 가볍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우리 같은 전문 풍력발전 사업자에게는 땀과 노력이 담겨있는 소중한 일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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