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헌철 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 “한반도 지진발생, 저층건물 취약”
지헌철 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 “한반도 지진발생, 저층건물 취약”
  • 이재용 기자
  • 승인 2016.09.3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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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산업회의, 제187차 원자력계 초찬강연회
한반도 활성단층 최대길이 1.5km...응력축적 적어
지진 규모 낮지만 고주파 양상으로 저층건물 취약

▲ ‘한반도 지진학적 환경과 경주 지진의 의미’로 강연을 펼치고 있는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9월 12일 이후 경주 지진의 여진은 9월 30일 기준으로 총 446회가 발생했다. 이 중 건물이 쓰러질 정도인 규모 4.0~5.0 여진은 2회가 발생해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해 있는 경남권에 대한 원전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낳기도 했다.

한국원자력산업회의(회장 조석)는 9월 29일 서울 더팔래스호텔에서 제187차 원자력계 조찬강연회를 개최했다.

이번 조찬강연회에서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이 ‘한반도 지진학적 환경과 경주 지진의 의미’를 주제로 최근 일어난 경주 지진의 의미와 한반도 지진학적 환경에 대해 강연을 펼쳤다.

한국원자력산업회의는 국내외 원자력산업 관련 현안문제나 관심사항을 주제로 한 원자력계 조찬강연회를 정례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민계홍 한국원자력산업회의 상근부회장은 조찬강연회 환영사를 통해 “경주에서 발생한 우리나라 관측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후유증이 쉽게 가시질 않고 있다"며 "5년 전 일본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발생했던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에서 발생한 비교적 큰 규모의 이번 지진영향으로 원전과 방폐장이 있는 경주에서 발생함으로써 원자력시설의 안전과 활성단층에 대한 논란이 다시 재점화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국내 원전들은 어느 정도의 규모까지 견딜 수 있는지, 현재 우리가 원전에 적용하고 있는 내진설계의 기준은 적정한 것인지,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우려와 불안감은 근거가 있는 것인지, 지진에 대해 정확한 이해를 돕고자 이번 강연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지진, 단층운동에 의한 응력이 원인 
지각에서 상대적으로 연약대인 단층에 쌓인 응력이 한계강도를 넘을 경우 단층선을 따라 단층면이 파괴되면서 외부로 전파되는 지반진동을 지진이라 칭한다.

▲ 원자력산업회의는 9월 29일 서울 더팔래스호텔에서 제187차 원자력계조찬강연회를 열었다.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지진을 이해할 때, 두 개의 키워드를 놓고 생각할 수 있는데, 하나는 단층이고 또 하나는 응력”이라고 설명하며 “지진이 발생하게 되면 단층이 깨지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크게는 수백km까지도 단층이 깨진다”고 설명했다.

즉 규모 5에서는 1km 단층길이가 깨지고, 규모 6일 경우에는 수km, 규모 7일 때에는 단층길이가 수십km, 규모 8, 9일 때에는 수백km까지 단층이 깨지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현재 한반도의 활성단층으로는 확인된 것으로만 10여개가 존재하며, 최대길이는 1.5km며, 대부분이 1km이하에 속한다고 지헌철 센터장은 설명했다.

이어 “한반도의 단층은 대체적으로 개발로 인해 지표의 단층흔적이 소멸되었거나 접근이 제한적이라 연장선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하며 “그렇지만 향후 수km 이상의 단층 발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헌철 센터장은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대 지진은 규모 6.5이하로 대지진 발생은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2011년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규모 6.1과 올해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규모 6.2를 예시로 들었다.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규모 6.1은 깊이가 5km였으며, 사망자 수는 200여 명에 이상이었고, 이탈리아의 규모 6.2는 깊이가 10km에 사망자 수는 247명에 달했다.

저층건물 지진대비 내진설계 필요
지구는 거대한 판과 판의 조각으로 나눠져 있으며, 판과 판 경계부에서 대규모 단층면이 이동하면서 판과 판이 충돌한다. 이때 응력이 발생되고 판 경계부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게 된다. 일본열도를 따라 형성된 태평양판과 미 서부해안, 브라질과 칠레의 서부해안을 따라 형성된 이들 판의 연결구조가 ‘불의고리’며 대규모 지진들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지헌철 센터장은 “한반도의 지진은 중국 탄루단층대에 의한 응력축적 환경과 일본 내륙 활성단층대에 의한 한반도 응력축적 환경에 기인해 발생된다”며 “1995년 고베에서 발생한 규모 7.2는 한반도에 ‘96, ’97년에 각각 규모 4.2가 발생했으며, 2005년 3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발생한 규모 7.0은 한반도에선 2007년 규모 4.9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이어 “한반도 응력의 주된 공급원은 인도판과의 충돌”이라며 “중국 탄루단층대의 수많은 단층운동에 의해 상당한 응력이 해소됐으며 한반도에 축적되는 응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큰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긴 단층의 운동에 필요한 응력축적을 위해선 수천~수만년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 지헌철 센터장은 앞으로는 저층구조물에 대한 내진보강이 화두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지헌철 센터장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의해 한반도의 응력 패러다임이 변화되고 있는데, 압축에서 인장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진에 대해선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가되는 우리나라다. 하지만 지진의 규모가 낮다 하더라도 지진파의 주파수 특성에 따라 피해양상이 달라진다. 지헌철 센터장은 국내의 경우 규모 3~4의 지진이 많이 발생하지만 주파수가 높아 저층건물 피해가 상대적으로 많다고 설명했다.

지헌철 센터장은 “국내 원전은 지진 등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하게 설계돼 있는 구조물”이라며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지진파는 저층건물에 피해를 보이는 게 특징이다. 이번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 이상의 지진역시 고주파의 영향으로 저층피해가 많았던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원전도 발생되는 지진파 형태에 따른 내진보강 설계가 따라야 한다. 앞으로는 일반건물에서도 저층구조물은 내진보강이 화두를 이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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